▲하만 그래픽 모티브 로고. ⓒ삼성전자
▲하만 그래픽 모티브 로고. ⓒ삼성전자

- 삼성전자, 하만 인수 후 대형 M&A '실종'

- LG전자, M&A '적극적'…사업 성과 기대

- 한화시스템, 센서 기업 인수…국산화 전망

[SRT(에스알 타임스) 이두열 기자] 삼성, LG, 한화 등 국내 대기업 그룹 3사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 전자 장비(이하 전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행보에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미국 차량용 전장·오디오 전문 기업인 하만을 2017년 인수한 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LG는 지난 2019년 전장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후 M&A 행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한화는 지난달 전장 시장에 후발주자로 본격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이어 지난 2017년 하만을 8조7,000억원에 인수하며 사업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만 인수전을 진두지휘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콕핏 플랫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이버 보안, 텔레매틱스 등 기술을 통합해 커넥티드 카 솔루션을 제공하는 하만을 통해 전 세계 프리미엄 카 오디오 시장에서 3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다양한 기업에 차량용 사운드 시스템 제품을 공급해오고 있다.

하지만 하만 인수와 동시에 전장사업을 본격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삼성전자의 계획과 달리 눈에 띄는 대형 M&A 소식은 없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과 출소를 반복하면서 총수 부재로 대규모 M&A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관측이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3일 출소한 지 11일 만에 행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같은 달 24일 단일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240조원을 앞으로 3년 동안 투자해 과감한 M&A로 기술·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치면서 인공지능(AI)·5G 통신·전장사업 등 다양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삼성전자의 경우, 하만의 기술을 융합해 응용하는 부분에 있어 시너지 집중도를 높인다면 큰 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전장사업과 반도체 파운드리 경험 등이 결국에는 한 방향으로 모여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 ⓒLG전자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 ⓒLG전자

LG전자의 전장사업 진출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5월 자동차 부품설계 엔지니어링 업체인 V-ENS를 인수한 데 이어 2개월 뒤 VS사업본부(당시는 VC)를 신설했는데 그 이후 8년동안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데도 2018년 9월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수장에 오른 후,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비핵심 사업 정리에 주력해 온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핵심분야가 전장사업이다.

전장사업의 장기 적자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구 회장이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전장사업에서 서서히 성과가 나오고 있다.

먼저, 지난 2018년 인수한 ZKW에서는 람보르기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차량용 조명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어 LG전자 전장사업부에서는 효자 매출원 텔레매틱스, 자동차 음향·시각 장치 및 내비게이션(AVN) 등 인포테인먼트 기술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웹OS 오토’를 기반으로, 지난 3월 룩소프트와 세운 합작법인 알루토를 통해 헤드유닛, 뒷좌석 엔터테인먼트시스템(RSE) 등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이용해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공급해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LG전자는 지난 7월 마그나와 출범한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통해 동력 장치의 핵심이자 전기차 심장인 파워트레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을 발표했다. 

LG전자는 지난 7월 말 “전장사업 부문에서 올해 하반기 반도체 수급 이슈가 완화되고 내부 원가를 절감해 하반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최근 사이버 보안 기업 사이벨럼 인수를 통해 미래 자동차 보안체계 강화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전장사업 본부가 독립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기록해온 것을 본격적으로 만회해 성장 시켜나가기 위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전기차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자동차 자체가 전장제품이 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사이버 보안 분야는 안전 등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전장 시장에서 핵심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LG그룹의 올해 상반기 말 전장·배터리 등 자동차 분야 수주 잔고가 지난해 상반기 말보다 19% 성장한 250조원을 웃돌면서 그룹 차원에서는 성장 동력으로 키워온 전장·배터리 사업이 확실한 매출로 직결되고 있어 앞으로 수익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시스템의 지능형 열화상 엔진 모듈 '퀀텀레드'가 탑재된 열화상 카메라.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의 지능형 열화상 엔진 모듈 '퀀텀레드'가 탑재된 열화상 카메라. ⓒ한화시스템

한화그룹이 우주, 수소, 반도체 등 신사업부터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의 전략 부문장을 맡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의 지휘 아래 신사업 발굴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제2의 한화 부흥기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사업 중 하나로 한화그룹은 최근 전장사업까지 진출했다.  

한화그룹의 방산기업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15일 센서 부품 전문 기업 트루윈과 360억원을 투자한 합작법인을 설립해 적극적으로 전장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불리는 나이트비전 핵심 부품인 적외선(IR)센서를 비롯해 근접감지 센서(EPS), 압력센서(IPS), 고온측정센서(HTS) 등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통해 차세대 전장산업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러한 한화시스템의 전장사업 진출은 지난 40여  동안 감시 정찰용 전자 광학 장비와 장갑차 및 전차의 나이트 비전, 주야간 관측경·조준경 등을 공급하며 센서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해 온 결과의 산물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에 따라 생산되는 제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어 자동차 센서의 국산화와 더불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으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트루윈과의 합작법인 설립 및 투자 계획 관련 추가 진전 사항은 현재 논의 중”이라며 “합작법인 명칭 명명 등 사항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센서와 관련 김 교수는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자율주행에 필요한 센서의 개발이 아주 핵심적인 부분으로 작용될 것”이라며 “내구성 등 경제적인 모델을 갖춘 센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아직은 더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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