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로 무더기 사망자가 발생한지 5년 만에야 늑장 사과와 땜질 보상계획을 밝힌 옥시. 그 모기업인 레킷벤키저가 평소‘사회공헌활동(CSR)’을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또한번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회사 본사 홈페이지를 보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관한 수상 내역이 줄줄이 나와 있다. ‘2016 지속가능성 어워드’, 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환경친화기업’ 세계 4위, 지속가능성이 높은 세계 100대 기업 중 7위 등.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가시지 않았던 2014년에는 아시안 리더십 어워드에서 ‘베스트 CSR 프로그램’ 상까지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왕자가 이끄는 기업네트워크 ‘커뮤니티의 기업’이 발표한 기업책임지수에서 두 번째인 ‘플래티넘’ 등급을 받기도 했다. 경제·환경·사회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을 선정하는 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에도 편입되어 있으며, 기업 약자를 ‘책임 있는 기업(RB)’이라고 풀어쓰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2013년 4월, 국제 어린이 구호단체인‘세이브 더 칠드런’이 연간 80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5세 이하 어린이 설사병 예방을 위한 기술개발과 캠페인을 벌이자 “그 고결한 뜻에 공감해 캠페인 비용을 기부하겠다”고 선뜻 나서 3년 동안 39억원을 내놓겠다고 밝힌 기업도 바로 레킷벤키저이었다.
 
지난해 옥시레킷벤키저의‘지속가능 보고서’에는“자사 제품을 통해 질병을 줄이고, 건강개선에 최선을 다 하겠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소비자의 안전’항목에서는 “안전을 담당하는 팀이 R&D팀과 긴밀하게 협력해 제품의 기초 성분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포장이 잘 됐는지, 소비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 문구는 적절히 쓰였는지 확인한다”고 밝혀놓았다. 더구나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자신들의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을 2020년까지 투명하게 모두 밝히겠다고 했다.
 
이렇게 양심적이고, 사회를 생각하고, 소비자의 건강을 우선하는 기업이 한국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가 제기된 지 무려 5년이 지나서야, 그것도 여론과 검찰의 수사에 떠밀려 공식기자회견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가 사과하고 일부 보상만 약속했다. 여전히 유해성을 알고 가습기살균제를 팔았는지, 관련 연구결과를 조작했는지, 정부가 조사를 본격화하자 유한회사로 모습을 바꿔 기업 정보를 감추려 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는 “잘못된 행동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면 회사 강령에 따라 즉각 시정 조처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생명을 살리겠다고 자랑삼아 돈을 내놓고는, 다른 한편으로는 무책임하게 한국 어린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옥시레킷벤키저. 그래서 우리로서는 그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사악함을 감추려는 위장, 기업의 이미지를 포장하려는 위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곧 밝혀질 것이다.
<주필ㆍ국민대 겸임교수ㆍ前 한국일보 논설위원/ guri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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