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영역확장 소식이 잇따라 들린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1로 꺾은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형 법무법인 베이커 앤 호스테틀러를 비롯해 영국계 로펌 링크레이터스와 핀센트 메이슨 등이‘AI 변호사’채용을 늘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변호사가 인간에서‘AI’로 바뀔지, 아니면 법률자문 역할에 그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의 능력과 효율성을 보면 변호사 업무와 관련 많은 일을, 그것도 순식간에 정확하게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링크레이터스의 AI 변호사‘베리파이’는 영국 등 유럽 규제기관 14개에 등록된 수천 개의 이름과 은행 고객명을 몇 시간만에 대조해 찾아냈다. 100년 전통의 미국 대형로펌 베이커앤호스테틀러는 인공지능 ‘로스’에게 아예 파산관련 업무를 맡겼다.  
 
전문가들의 전망보다 훨씬 빠르게 인공지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산업현장은 말할 것도 없고, 의료, 언론, 금융, 심지어 인간의 절대 영역이라고 믿고 있는 예술에까지 성큼 들어왔다. 로봇이 정밀 진단과 수술을 하고, 금융투자전문가 활동하고 있으며, 경기장에서 기자 대신 기사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클래식을 피아노로 연주한다. 이미 운전자 없이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도 선을 보였다.   
 
경기도 분당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시작한‘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공연에서 쇼팽의 ‘녹턴’을 정확하게 연주한 로봇 ‘테오’는 같은 곡으로 대결한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 연주에 대해 "난, 완벽한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이 시대의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피아니스트다. 정확한 연주는 작곡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프로세다는 악보와 너무 다르게 연주했다"고 비판했다. 만약 테오가 콩쿠르 심사를 맡는다면.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인공지능 화가‘아론(Aaron)’은 이미 1973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영국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로봇 ‘몰리’가 곧 등장한다. 미국의 LA 타임스는 2014년 3월 17일 LA에서 발생한 지진 속보를 ‘퀘이크봇’으로 작성해 가장 빨리 전달했다. 스포츠 현장에 로봇 기자가 등장한 것도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미국 GM은 1년 이내에 자율주행전기택시를 시범 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이 지구의 주인이 되고, 인류를 멸망시킬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화속도로 보아 뛰어난 지성에 감성까지 겸비한 로봇의 등장 또한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세상을 지금 우리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한다고 해도 인류가 수천년 지켜온 원칙과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기에 그야말로 한낱 상상에 불과할 것이다. 다만 AI가 극소수의 인간을 위해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임은 분명하다. 가장 가깝고 현실적인 재앙이다.     
 
엄청난 비용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것, 인류에게 더 편안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 할 것이란 낙관은 하지 말자.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도 그렇게 예견했지만 지금 얼마나 퍼졌는지 보라. AI도 결국 컴퓨터의 결합이고 진화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스스로의 학습능력으로 인간보다 빨리 진화하고 적응해 인간에게 일자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법률분야에서 3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AI가 더욱 진화를 하면 20년 안에 추가로 40%가 더 줄어들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물론 AI가 전문변호사들과 로펌에는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는 모르나 그 밑에서 일하는 수 만 명을 내쫓고 그들의 임금을 빼앗아 바치는 꼴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1월‘4차 산업혁명의 이해’란 주제로 열린 다보스포럼은“AI개발로 앞으로 5년 동안 주요 15개국의 사무·관리직, 제조업, 예술과 미디어 분야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대신 컴퓨터, 수학, 건축 분야에서 2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510만 명이 거리로 내몰린다는 얘기다. 본격적인 인공지능시대가 오면 기존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분석도 있다. 
 
대량 실업은 인간의 존재가치 상실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을 가져오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AI 경쟁시대이다. 우리나라도 알파고의 충격으로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에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고 부랴부랴 발표했다. 또 18일에는 자율주행차와 드론산업에 규제를 확 풀면서 4조원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AI가 정말 미래의 성장동력이고, 먹거리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누가 차지할까. 아니면 일자리, 나아가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괴물일까. 선택은 인간에게 달려있다. <주필ㆍ국민대 겸임교수ㆍ前 한국일보 논설위원/ guri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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