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현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회사에 기여한 공로, 즉 이익을 가져다준 게 얼마인데.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 이야기다.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52개 그룹 상장 계열사 241곳의 사업보고서를 근거로 조사한 2015년 등기임원의 평균연봉은 평균 6억2600만원이었다. 그 가운데 10억원이 넘는 기업도 40개사(16.6%)나 됐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의 연봉은 무려 145억원이었다.

같은 등기임원이라도 오너식구들의 연봉은 특히 더 높다. 지난해 등기임원 보수 20억원 이상이 50명 가까이 됐다. 회사는 영업적자라면서, 임원 연봉은 조금도 깎지 않은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회사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오너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 임원이다. 거의 사생활까지 포기하고 일하는만큼 연봉도 높은 것은 당연하다. 절대 액수로 보면 지금의 연봉이 과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임금도 상대적이다. 일만만큼, 이익을 골고루 나눠가진다면야 무슨 시비꺼리일까 마는 직원들의 평균 보수(6,190만원)의 10배가 넘는다. 둘 사이에 격차가 15배가 넘는 기업도 전체 17.5%인 42곳이다.

이러니 모두 물불 안 가리고 오너에게 충성해 임원이 되려는 것이 아닌가. 대기업 임원으로 2~3년만 잘 버티면 노후에 아무런 걱정 없이 귀족으로 살아 갈 수 있는 40~50억원은 챙겨 나올 수 있으니, 중소기업 사장이 안 부럽다. 이렇게 우리나라 부의 상위 0.5%안에 대기업 임원이 들어간 것, 우리나라의 빈부양극화가 극심한 소득 불균형, 그것도 월급에서 온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위기 때도, 극심한 경제 불황인 지금에도 우리나라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은 계속 치솟았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의 고액연봉이 자신들의 땀과 노력만의 것일까. 비록 10배 이상 차이는 나지만 그래도 정규직 직원들의 연봉은 그런대로 괜찮다고 치자. 그중에는 임원과 엇비슷한 노동귀족에 들어가는 평균 1억원 이상을 받고 일하는 회사도 7개사나 있으니까.

그러나 대기업에는 이런 고액 정규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이다. 또 있다. 죽어라 일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다. 정규직의 임금이 대기업의 절반도 안 된다. 하물며 그곳의 비정규직은 말해 무엇하랴. 3분의1이다. 10%에 불과한 대기업이 이익의 90%를 가져가고, 나머지 10%를 90%인 중소기업이 나누가지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기업은 관리만 하고, 일은 중소기업이 도맡아 하는데, 이익은 대기업이 다가져 간다. 그 돈으로 대기업은 사실상 오너 배불리기인 회사유보금으로 수십조 쌓아놓고, 임원들은 고액 연봉을 챙겨간다. 그래놓고는 회사가 어렵다면서 정부가 아무리 닦달해도 투자도 신규고용도 외면한다.

정부에서도, 각 당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20% 이내로 줄이겠다고 소리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끼리, 오붓하게 나눠먹자”는 대기업의 임원과 귀족노조들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에 불과하다. 막말로 임원연봉 1억원만 줄이면, 취업 못해 삶의 희망까지 잃은 젊은이 4명을 고용한다. 지금이라도 정규직이 조금만 양보하면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10%이상 줄일 수 있다.

성장을 통한 고용 확대와 소득격차 해소는 대기업의 보신용, 책임회피용 논리이다. 설령 그렇타 하더라도 지금의 경제구조, 임금구조로는 그 과실 역시 대기업 임원들과 귀족노조들이 독차지할 것이 뻔하다. 낙수효과가 헛소리란 것은 이미 증명됐다. 장하성 교수가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주장하듯 역설적이지만 “경제가 어려울수록 성장이 아니라, 나눔이 먼저”다.
 
한집 건너 한집에 젊은 대졸 실업자들이 신음하고 있고, 기껏 다닌다고 해야 취업의 미래가 없는 인턴이 고작인 지금의 현실을 만든 장본인들이 누구인가. 그리고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대기업 임원들의 고액연봉에 유난히 거슬리는 이유다.
<주필ㆍ국민대 겸임교수·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guri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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