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뉴스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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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누가 이렇게 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놀라움, 기막힘, 탄식이었다. 충북 청주의 한 축산농가에서 40대 지적장애인을 20년 동안 강제노역 시킨 것 때문이다. 그는 돈 한푼 받지 못하고 축사창고 쪽방에서 숙식을 하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했다고 한다. 그나마 몰래 도망치지 않았다면, 경찰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평생 ‘노예’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장애인 인권유린’이냐고? 섬에 끌려가 혹사당하던 지적장애인 2명이 구출된 전남 신안군 '염전 노예사건'이 국민들을 충격에 몰아넣은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바뀐 게 없다. 대책은 말 뿐이고, 이웃들은 무관심한 건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건지.

어디 장애인뿐이랴. 30년 전 소설에서나 있었던, 섬 마을사람들이 외지에서 온 여교사를 반강제로 술을 먹이고는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가해자들은 서로 짜고 이를 속이려 하고, 이웃들은 ‘쉬쉬’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대한민국만큼 광범위하고 노골적으로 노동착취가 저질러지는 나라는 또 얼마나 될까.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근로자가 무려 263만 7000명이다. 근로자 7명중 1명이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 더욱 슬픈 것은 학비에 조금이나 보탬이 될까, 용돈이라도 벌어볼까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39.2%로 10명중 4명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최저임금’만큼 노골적으로 지키지 않고 있는 제도도 없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래도 크게 문제가 안 되니까. 되더라도 벌금 몇푼 내면 그만이니까. 이렇게 학생 때부터 노동착취 당하며 겨우 졸업해도 청년들은 갈 데가 없다. 역시 최저임금도 안 주는 알바자리나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월급 주는 비정규직이라면 모를까.

이 정도에 놀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기업으로부터 주식 공짜로 받아 비쌀 때 팔아 126억원의 시세차익까지 챙기고 그것도 모자라 승용차에 처남에게 일감 몰아주기의 ‘권력’까지 휘두른 ‘주식대박 검사장’. 세계적인 프로스포츠 선수도 아닌데. 한류화장품 졸부에게 100억원이란 수임료를 받은 어느 여 변호사. 선거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좌관 자리를 가족과 친척의 취업 확대 ‘특권’으로 써먹다가 망신당한 국회의원들. 자기사람 국회의원 시키려고 다른 사람에게 공천신청조차 못하게 만든 장권 실세 협잡꾼들.

거짓 회계보고서로 적자투성이인 회사를 흑자라고 속이고는 자기 호주머니에 국민세금인 공적자금 두둑히 챙겨넣은 기업인. 대중적 인기를 이용해 남이 그린 그림을 자기 그림이라고 속여 한 점에 수 천만 원씩 주고 팔아먹었다는 의심을 받고도 부끄러운 줄모르고 “대작(代作)은 관행”이라고 떠드는 어느 가수.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하는 것이 영화 <내부자들>의 ‘픽션’이 아닌 엄연한 현실임을 입증해준 교육부의 고급관리. 사회 정의와 부정부패 근절을 외치기만 할뿐, 인물도 실천의지도 없어 보이고, 설령 있다 해도 때를 놓쳐버리고는 회전문 인사에 자기 식구 감싸기에 집착하는 정권.

이렇게 인권유린, 노동착취, 부정과 탈법, 비리와 사기, 도덕불감증, 정치쇼가 끊일질 않은 나라. ‘권력’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이용해 오로지 ‘특권’이나 누리고, 몰래 ‘큰 돈’ 챙겨먹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나라. 국민들을 점점 절망 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이렇게 한참을 늘어놓고는 다시 묻는다. “그래, 나라가 이 지경인데 어떻게, 언제까지, 무슨 수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거죠? 창조경제로? 아니면 문화융성으로?” “…”

<주필ㆍ국민대 겸임교수ㆍ前 한국일보 논설위원/ guri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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