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현 
사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겁이 나서 말 못하고, 사탕으로 달래고 해서 모르고 지나갈 뿐. ‘갑질’로 표현되는 기업 오너 집안의 반 인권적 행위가 또 터져 나왔다.

이번 주인공은 피자집 주인이다.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업체 2위인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회장이다. 지난 2일 새로 개장한 레스토랑에서 건물 경비원을 밀치고 폭행한 혐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출입문이 잠겨있는 것에 화가 나 경비원의 목과 턱을 두 차례 때렸다는 것이다.

한 달 전에는 오너가의 갑질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기사 발길질과 폭언’이 있었다. 그를 수행하다 그만둔 직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의 비인격적 행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폭언과 발길질은 예사고, 자신과 눈이 마주치지 못하게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게 하는 등 그야말로 노예취급을 했다.

그 앞에는 지난 12월에 터진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의 직원 폭행과 폭력이 여론의 화살을 맞았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땅콩회항’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도 1년여 전의 일이다.

오너가의 갑질은 그 대상이 대부분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직원은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직급이 낮을수록,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더 함부로 한다. 누구보다 잘 대해주어야 할 사람인데 상식과는 반대다.

사건이 불거지고나면 하는 짓도 어쩌면 판에 박은 듯 할까. 사과 문구까지 같다.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용서를 구합니다. 머리 숙여 사죄 합니다”(이해욱), “저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하여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김만식), “저의 불찰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립니다”(정우현) 

‘놈’이던 피해자가 ‘분’으로 바뀌고, 주먹질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을’이 되어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용서를 빈다. 허울에 불과한 자리를 내놓는 것이 면죄부라도 되듯 사퇴 의사를 밝힌다. 

더욱 한심한 것은 오너가의 갑질 양태, 수준이다. 행동이 그렇고, 언어가 그렇다. 조폭이나 양아치에게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인품은 고사하고  정상적인 사고와 인격조차 결여된 환자와 같다. 때문에 그들의 사과가 전혀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나도 너도 빨리 잊어버리자’ 이다.

오너가의 삼류 갑질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 역시 그 빠른 망각에 있다. ‘잊을만 하면 나온다’는 말 자체가 그렇다. 말대로라면 그 ‘잊을 만하면’ 은 한 두 달이다. 네티즌이 들끓고,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외치는 것도 그때뿐이다. 언론도 금방 잊어버리고 있다가 비슷한 사건이 불거지면 지난 것까지 다시 한 번 들먹이고 만다.

처음에는 갑질로 회사 주가와 매출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던 그들도 이제는 그것이 잠깐 출렁이는 작은 물결에 불과하다는 것임을 안다. 그러니 어느 오너가 여론을 진짜 무서워할까,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직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기업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겠는가. 오너가의 천박한 갑질을 막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국민들이 오래오래 잊지 말고 기억하면서 불매운동도 하고, 감시도 하고, 주가도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정신 차린다. 서글프지만 양식이라고는 없고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돈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인간은 돈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 ‘망신’만이 아닌 ‘패가’까지 가게 만들어야 한다.
<주필ㆍ국민대 겸임교수ㆍ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guriq@naver.com>
 
▲ 사진 위 왼쪽부터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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