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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치 프리미엄'과 구시대 외환장벽
  • 정우성 기자
  • 승인 2021.04.15 15: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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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집·픽사베이

(에스알 타임스) 정우성 기자] 가상 화폐 투자 열기가 뜨거운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가치가 해외에서보다 비싼 가격이 형성된다. 이를 '김치 프리미엄(김프)'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가격이 해외보다 쌀 때는 '역프리미엄(역프)'이라고 한다. 석유나 금처럼 국제 시세를 정할만한 거래소가 없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가상 화폐의 이동을 막는다.

가상 화폐가 생겨난 배경 중 하나는 간편한 거래다.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누구에게라도 '지갑 주소'만 알면 실시간으로 가상 화폐를 보낼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은 네트워크 상에 기록된다. 이 간편하고 투명한 거래가 블록체인의 개념이다.

▲가상 화폐는 지갑 주소만 알면 전송이 간편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석유는 어느 땅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품질이라도 다르다지만,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가상 화폐 가치가 나라별로 다를 이유도 없다. 어느 한쪽에서 가격이 비싸다면 그 차익을 노린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시장 원리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이를 막고 있다.

가상 화폐 투자 열기가 가장 뜨거운 우리나라 금융 당국도 가상 화폐 규제에 적극적이다. 14일 시중 은행들은 가상 화폐 관련 해외 송금을 차단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연간 5만 달러 이내 해외 송금은 별도 증빙 없이 가능하다.

그러자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투자하려는 이들이 늘었다. 국내 은행에서 해외 거래소 계좌로 송금이 급증한 것이다. 가상 화폐 투자 열기로는 우리나라와 제일을 다투는 중국인들도 국내 계좌를 이용해 해외 송금에 나섰다.

방법은 간단하다. 해외 거래소와 연결된 은행 계좌에 달러화를 송금한다. 그래서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 화폐를 사들인 뒤 국내 거래소로 이를 전송한 다음 파는 것이다. 현재도 김치 프리미엄 차액이 10% 이상 발생하고 있어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 거래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와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 간의 시세 차이 ⓒcryprice

금융당국은 일부 투자자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도 개별 사안에서만 유무죄를 밝혔고, 해외 송금을 통한 가상 화폐 차익 거래에 명확한 견해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대법원 판례로 외국환관리법 위반 여부가 밝혀지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인당 연간 5만 달러 이상 거래는 이를 한국은행에 증빙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5만 달러 미만 거래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투자는 더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상 화폐 투자를 제한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외화 반출`이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송금 제한을 피한다면 신용카드를 이용해서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 화폐를 사는 방법도 있다. 다만 그 경우 높은 거래 수수료와 결제 시점의 환율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보유외환 순위 8위인 우리나라가 이렇게 빠져나가는 달러화를 막아야 할 정도인가. 아마존 같은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해외 주식 거래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시대다. 지금은 여행이 어렵지만,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해외에 나가서 명품 브랜드를 쇼핑하는 우리 관광객들의 씀씀이는 그 어느 나라 못지않은 수준이었다.

ⓒ픽사베이

그런 나라에서 가상 화폐 거래만 해외 송금에 제한을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금융 투자자를 금융당국이 허락하는 대로 행동해야 하는 `어린이`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 화폐에는 투명하고 빠른 거래를 가능하게 하려는 꿈이 담겨있다. 물론 높은 변동성과 불법적인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금융 자산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선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 역시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이념대로 국가 간 거래가 자유롭다면 김치 프리미엄이 있을 이유가 없다. 시장이 자연스럽게 국가 간 가격 차이를 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변동성 역시 거래소 간 가상 화폐 이동이 자유로워져 통일된 국제 시세가 형성된다면 완화될 수 있는 문제다.

금융 당국의 이 같은 규제는 가상 화폐가 아직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으로 이해하고 싶다. 정치권 역시 관련 규제를 푸는데 나설 필요가 있다. 시대적 흐름과 자유로운 시장은 우리 정부가 막으려고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우성 기자 ⓒSR타임스

정우성 기자  wooseongch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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