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증시, 내부 개혁 탄력·외부 불확실성은 부담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정부가 자본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과 주주환원 강화를 밀어붙이면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기업들도 잇따라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며 투자자 신뢰 제고에 나섰고, 자산운용사들은 장기적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내다보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대외 변수의 그늘이 여전히 짙다. 글로벌 통상 협상 지연과 환율 변동성, 연휴를 앞둔 관망 심리까지 겹치면서 지수는 좀처럼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주주환원 강화라는 내부 동력과 불확실성이 팽배한 외부 환경이 맞물리며, 코스피가 어느 쪽으로 균형을 잡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코스피가 장중 3497.95를 찍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 등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원인으로 이재명 정부의 '친 자본시장 정책'을 꼽았다. 신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지수는 지속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주환원 강화 정책은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혔던 낮은 배당 성향과 소극적 자사주 활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모회사 분할 시 일반주주 보호 강화 등이 핵심 골자로,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한국 증시가 선진 시장에 걸맞은 지배구조와 주주 중심 문화를 확립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확대를 발표하며 투자자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 방어 효과를 가져오지만, 근본적으로 기업 실적 개선과 성장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단순한 재무기법 차원의 환원책이 아니라 기업 체질 강화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영국 외신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한국 코스피 지수 상승세와 관련해 현재 해외 자금 유입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개혁 노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기훈 신영증권 연구윈은 "한국증시의 패턴 분석 결과 늦여름~초가을 구간에 한국 증시는 8월에 저조한 성과를 보였고, 9월 저점을 형성한 뒤 10월부터 12월까지 상승세로 이어졌다"며 "올해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9월에는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와 AI 투자 확대, 국내 반도체 업황 개선, 양도세 재검토 등 매크로와 정책 이슈가 맞물리며 코스피가 약 8%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외 변수다. 글로벌 통상 협상 지연으로 교역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맞물리며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여기에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와 국제 정세 긴장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온전히 흡수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도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이라는 계절적 요인, 거래량 감소 우려, 단기 이벤트 리스크 등이 맞물려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단순한 상승 신호가 아니라, 불안정한 외부 환경 속에서 나온 '불균형적 반등'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 모멘텀과 외부 리스크 간의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책 효과가 기업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코스피가 새로운 박스권 상단을 형성할 수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지수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관세 영향이나 여전히 부진한 내수경기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전망"이라면서도 "지금 코스피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고, 반도체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코리아 리레이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월말로 갈수록 차익실현 압력이 확대되며 악재에 민감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대미 투자 3,500억달러를 둘러싼 통상 협상이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원화 약세로 이어졌고, 증시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업종에 집중된 수급도 업종 전반적인 증시 훈풍으로 확산되지는 못하면서 9월 상승분을 일부 반납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월 말에는 미국 연준 FOMC를 비롯해 일본·유럽·한국의 통화정책 회의가 집중돼 있고, 20일 중국·28일 한국·30일 미국 GDP 발표 역시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내수 경기 회복 신호와 미국의 경기 냉각 징후가 동시에 확인된다면, 이는 4분기 증시의 주요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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