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39회 국무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대통령실
▲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추진하며 절반 이상을 민간에서 조달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의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배드뱅크 출연, 교육세 인상, 서민금융기금 조성 검토 등 금융회사를 향한 비용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회사의 ‘이자 장사’ 영업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자금 가운데 절반인 75조원을 민간 금융회사, 연기금, 일반 국민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재정은 후순위 참여를 통해 민간 자금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과 연기금은 재정과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위험분담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생산적 금융’을 위한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성 자금 조달에서 은행권이 주요 재원을 담당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은행권의 참여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 및 토론회’에서 금융권을 향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 첨단산업 육성과 밴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담보 잡아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전당포식 영업’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안정기금’ 조성도 공식 검토 중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연 15.9% 금리가 적용되는 ‘최저 신용자 대출’을 겨냥해 “잔인하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하자, 금융위가 ‘서민금융안정기금’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 든 것이다. 서민금융안정기금은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권 부위원장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 대출 문제를 지적한 이 대통령에게 “금융사가 일정 부분을 출연해 공동기금을 마련하면 되지 않을까”라며 “서민금융을 위한 특별 기금을 만들어 금리를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회사가 거둔 이익 일부를 출연해 서민금융 상품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고신용자에게는 장기로 저금리를 적용하면서, 저신용자에게 고리로 소액을 빌려주는 것은 가장 잔인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제성장률이 1%대인데 서민에게 15% 이자를 물리며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라며 “초우량 고객이 0.1%만 더 부담해도 저신용자의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00일 동안 배드뱅크 출연, 교육세 인상, 서민금융기금 검토 등 비용 부담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서민금융진흥원 출연요율을 0.035%에서 0.06%로 올렸지만, 여권 일각에서 출연요율을 현행 0.06%에서 0.2%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7월 세제 개편으로 교육세율은 수익 1조원 초과 금융사의 경우 0.5%에서 1.0%로 인상됐고, 유효 법인세율도 1%포인트 높아졌다.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을 위한 배드뱅크도 민간 출연금액 4,000억원 중 약 3,500억원은 은행권이 부담하는 쪽으로 조율되고 있다.

금융권을 향한 정부 부담 요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석유화학산업 지원, 보이스피싱 피해 전액 보상안 등이 논의되는 가운데, 피해액 일부를 금융사가 분담하는 방안이 현실화하면 수시 배상이라는 책임을 직면할 수 있다.

제재 리스크도 존재한다. 하반기에는 은행권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관련 과징금 부과가 예상된다. 특히 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은 최대 8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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