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 현대차그룹
▲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 현대차그룹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손잡고 세계 최초로 ‘전기차 안전 기술 연합’을 출범시켰다.

현대자동차·기아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함께 배터리 품질 및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후속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2일 현대차·기아는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배터리 안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

이날 행사에는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과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각 기업이 보유한 연구개발(R&D), 생산공정, 품질관리, 특허 역량을 총동원한 ‘안전 중심의 산업 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3년 8월 현대차·기아의 제안으로 구성된 ‘배터리 안전 확보 TFT(Task Force Team)’는 1년간 공동 과제를 수행하며, 배터리 기술의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 왔다.

현대차·기아와 배터리 3사는 배터리 품질 및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협업 과제로 ▲안전 특허 공유 ▲디지털 배터리 여권 구축 ▲설계 품질 고도화 ▲제조 품질 강화 ▲소방 기술 개발 등 5가지를 설정했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안전 특허 공유’다. 각 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셀 단락 방지, 소재·설계·부품구조 관련 기술을 서로 제한적으로 공유해 공동의 안전 특허 풀(Pool)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지난 1년간 단락 방지 기술 중심의 초기 특허가 도출됐고, 향후에도 신규 기술을 지속 공유할 예정이다.

디지털 배터리 여권은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글로벌 배터리 생애주기 추적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다. 배터리의 생산부터 폐기·재활용까지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여기에 한국만의 안전 특화 항목을 추가해 새로운 품질 추적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설계 품질 강화는 배터리 셀 내부 인자의 구조적 개선과 설계 기준 표준화를 통해 화재 예방 가능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고도화된 설계 검증 체계를 개발하고, 이를 양산 셀 설계에 반영할 방침이다.

제조 품질 분야에서는 AI 기반의 지능형 제조관리 시스템 도입이 핵심이다. 배터리 3사의 양산 공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불량률을 낮춰 셀의 일관된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소방 기술은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대응력 강화를 위한 협업 과제다. 현대차·기아와 배터리 3사는 국립소방연구원과 협력해 화재 감지 시스템과 진압 기술을 공동 개발했고,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를 개정하는 데에도 참여했다.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효성을 확보하고,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고도화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의 본질은 ‘경쟁에서 협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있다. 그동안 개별 기업 차원에서만 대응해왔던 배터리 안전 문제를 이제는 ‘산업 생태계 단위’로 풀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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