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은행 건전성 지표 악화…1분기 NPL잔액·연체율 증가
경기침체 여파에 중소기업 수익성 악화 및 한계기업 증가
“국내은행 건전성 악화 가능성, 리스크 관리 만전 기해야”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의 건전성 지표인 부실채권과 연체율이 올해 1분기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최근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내수부진에 글로벌 관세전쟁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내은행의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4조8,23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3조6,120억원) 대비 약 33.53% 늘어난 수치다.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은행이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회수가 불확실한 대출, 즉 부실채권의 잔액을 말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은행별 NPL 잔액 규모를 보면 ▲KB국민은행 1조6,060억원 ▲신한은행 1조1,280억원 ▲우리은행 1조570억원 ▲하나은행 1조32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로는 우리은행 56.59%, 신한은행 30.10%, KB국민은행 27.97%, 하나은행 26.63% 순이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도 올랐다. 4대 은행의 올 1분기 연체율 평균은 0.35%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0.29%)보다 0.06%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0.37% ▲KB국민은행 0.35% ▲신한은행 0.34% ▲하나은행 0.32% 순이다. 이는 모두 전년 동기 보다 각각 ▲우리 0.09% ▲KB국민 0.1% ▲신한 0.02% ▲하나 0.03% 증가한 수치다.
연체율은 가계·기업 모두 모두 상승세다. 1분기 4대은행 가계 평균 연체율은 0.29%로 전년 동기(0.27%)보다 소폭 늘었다. 기업 부문에선 대기업은 0.09%로 전년 동기(0.08%) 대비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 평균은 0.49%로 전년 동기(0.35%) 대비 증가했다.
◆ 경기침체에 한계기업 증가…"리스크 관리에 만전"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과 연체율은 2022년 중반 이후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 악화엔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가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미국의 관세 정책 등에 따른 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국내 은행 건전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올해 중소기업의 10대 이슈로 고환율로 인한 수익성 악화, 중소기업 재무안정성 악화 및 한계기업 증가 등을 선정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한계기업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빠르게 늘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2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한국 한계기업 현황을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19.5%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25.0%)에 이어 우리나라 및 주요 G5 국가(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중 두 번째로 높다. 한계기업은 재무구조가 부실해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한경협은 “경기부진 장기화에 따른 판매부진․재고증가로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소기업 대출 범주에 포함되는 소상공인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국신용데이터(KCB)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 1분기 소상공인 경영 지표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179만원으로 전년 동기와 전 분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평균 이익은 1,026만원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외식업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특히 숙박 및 여행서비스업의 매출이 전년비 10% 이상 하락하며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상황에 KB국민·우리·하나금융그룹 등 주요 계열사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영업점 전결 금리우대 프로그램', '한시 특별금리우대 프로그램' 등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제조·수출업체 등에 대한 금융 지원도 강화했다. 하나은행은 기존 운영 중인 ‘주거래 우대 장기대출’의 3조원 증액에 더해 3조원 규모의 ‘금리우대 대출’을 신규로 추가했다. 특히 분활상환 유예, 금리감면, 신규자금 지원 등 금융혜택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수출기업과 협력기업 금융비용 경감에 6조7,000억원을 지원하며 상호관세 타격 기업 경영안정 특별지원 실시 1,000억원 지원하는 등 관련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 및 기업 등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국내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은행의 건전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 시장환경도 좋지 않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주도의 관세전쟁으로 세계경제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은행 건전성이 개선되기보다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건전성 지표를 지켜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향후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 등에 대비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유지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연체·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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