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박보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박보검. ⓒ넷플릭스

"배 위 아이유와의 키스 장면은 반바퀴 혁명"

"임상춘 작가,  배우들이 빛나길 원해…신비주의 아니야"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드라마 '응답하라 1988'부터 '구르미 그린 달빛', '남자친구', '청춘기록', 영화 '원더랜드' 등으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무쇠처럼 우직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유리처럼 투명한 순정남 관식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사랑하는 애순(아이유)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믿음 하나로 용감하게 삶과 맞서는 청년 관식을 깊이 있게 소화해내며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박보검 배우를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폭싹 속았수다'의 시청자 반응이 좋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먼저 청년 관식이는 더 안 나오냐며 다들 그리워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까까머리 관식과 똑단발 시절 애순 모습을 더 길게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을 아이유 씨와 얘기 나누기도 했었어요. 그래도 애순과 관식의 일생을 담은 이 작품을 함께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 나오시는 배우분들 모두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작품 제안받았을 때 작가님 글이 정말 좋았어요. 이 작품이 제 필모그래피에 남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께 감동과 웃음 그리고 행복을 드리고 있어서 뿌듯합니다.

또 워낙에 작가님, 감독님, 음악 감독님께서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관식을 연기한 이천무 배우, 문우진 배우 그리고 어른 역할을 맡아 주셨던 박해준 선배님까지 모두가 인물을 잘 만들어 줬기에 그 득을 크게 본 것 같아요.

Q. 관식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해 나갔나

10대 모습을 보여줄 땐 감독님께서 듬직한 운동선수로 보이게 증량과 체구를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많이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듬직하고 기대고 싶은 인물로 연기하려고 비주얼이나 외면을 표현하려고 했죠.

20대에 결혼하고 아빠가 된 관식은 아가페적 사랑의 결정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랑하고 아끼는 애순과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표현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족에게 필요할 때 언제든 달려올 수 있는 인물로 보이길 원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어떻게 보면 쉽지는 않은 작업이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말이 없어지고 내면적으로 더 여물어 갔기 때문에 그 사람이 가진 분위기가 주는 힘을 잘 표현하고자 했어요.

감독님께서 관식의 아버지는 제주도 쪽이지만 어머니는 제주 사람이 아니고 애순 가족도 피난민이라는 인적 사항을 표로 만들어서 주셨어요. 오민애 선배님의 대사 톤과 연기 수업받았던 제주도 톤을 접목했어요. 구수하고 강인하고 우직한 느낌이 드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박해준 선배님과는 사실 만날 수 있는 장면들이 없잖아요. 하지만 대본 리딩 때 서로 만나서 서로의 연기 톤을 확인했는데 드라마를 보니까 물 흐르듯이 잘 넘어가더군요. 선배님은 제가 너무 잘해줬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오히려 저는 선배님 득을 크게 봤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걸음걸이도 약간 신경 써서 연기했거든요. 관식이 느낌으로 표현했는데 선배님께서도 그 부분을 알고 해 주셨던 것 같아요. 어리지만 일찍 철이 들고 아빠가 된 가장이 된 느낌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그 부분이 더 배가 되게끔 만들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폭싹 속았수다' 박보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박보검. ⓒ넷플릭스

Q. 관식과 같은 사람이 현실에 있다고 생각하나. 캐릭터가 자신과 닮은 점이 있다면

저는 현실에 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속 모든 인물과 관계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생각해 보게끔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 시작할 때 어린 애순이 엄마한테 달려가고 꽃이 피고 여름이 되고 빗물 속에 손이 이렇게 얹어지는 장면들이 있어요. 저는 그게 이 드라마를 표현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도동리 마을 사람들은 관식과 애순을 지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존재죠. 이상적인 어른이라는 게 작품 속 인물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관계성이나 유대감을 보게 하더라고요. 나는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나 그리고 나는 그런 어른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참 멋진 어른으로 작가님이 글을 잘 써주셨어요. 

관식을 통해 많이 배웠고 성실함이 큰 무기라는 것도 알게 됐죠. 어딘가에는 분명히 존재해 살아가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관식이 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봐요. 관식이에게 배우고 싶은 건 올곧은 성정, 성실함 그리고 꿋꿋하고 우직한 마음가짐입니다. 이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Q. 배우로서 아직 경험이 없는 아버지 역할에 도전했다

어린 가장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아역 배우들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는데 동행한 부모님들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주 뭉클했었어요. 저도 부모님을 떠올리게 됐고 부모로서 금명이, 은명이, 동명이를 어떻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연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Q. 애순 역 아이유 배우와 함께 배에 타고 아이들 눈치를 봐가면서 몰래 키스하는 행복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배 위 애순과의 키스 장면은 반바퀴 혁명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당시 여자가 배를 타는 건 금기 금지되어 있었나 봐요. 그런데 관식이는 손을 내밀어서 금명이가 배에 타게 해요. 그 장면들 하나하나가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크다는 걸 보여줘요. 세상 미신 따위 필요 없고 너희만 믿고 돌아올 거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저도 참 좋았어요. 그래서 그 장면이 더 아름답고 예쁘게 보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런 사랑 장면들도 조금씩은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었죠.

▲'폭싹 속았수다' 박보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박보검. ⓒ넷플릭스

Q. 동명이를 잃은 후의 표정과 행동이 정말 슬프게 다가왔다. 연기의 포인트를 둔 지점이 있다면

자식을 잃은 슬픔을 잘 표현한다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아픔을 겪으신 분들도 계셨을 텐데 조금이나마 이 작품으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는 장면이었어요. 신기하게도 촬영 날 날씨 또한 비가 왔던 거로 기억해요. 굉장히 우중충하고 흐린 하늘 속에서 촬영했어요. 그때 함께했던 모든 배우분들 분위기와 공기마저도 무거웠죠. 마을 모든 식구들이 미안해하며 등을 쓰다듬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연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왜 관식이가 애순이한테 달려가지도 않고 동명이를 안아주지 않았냐면 그 상황이 믿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식이 자신을 기다리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했잖아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모습으로 연기했어요. 아이유 씨 모습도 너무나 제 마음을 아프게 했고 아역 배우도 정말 추운데도 세상의 끝을 맞이한 것처럼 가만히 있는 연기를 했어요. 그걸 보면서 울컥해서 동명이와 애순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해녀 3인방 이모들만 봤죠. 지금 뭘 해야 할지 어쩔 줄 몰라 하는 청년 아빠 모습을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Q. 동명이의 사망신고서 작성 신도 슬픈 장면이었다

사망신고서 작성할 때는 글씨체도 10대 때 글씨를 썼을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쓰려고 노력을 했었어요. 마음의 무거움을 공감이 될 수 있게끔 지문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전부 나레이션으로 나왔었죠. 감독님도 관식의 쓸쓸한 뒷모습을 잘 잡아주셔서 슬픔이 잘 전달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Q. 그 밖의 어떤 장면에서 가장 크게 감정의 동요가 있었나

모든 대사와 장면들이 마음을 건드리는데요. 그게 노래의 힘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음악 감독님도 음악을 이렇게 선정하셨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음악이 감동을 배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근데 4막에는 마음을 건드리는 장면들과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오니 기대해 주세요. 힌트를 드리자면 곶감이 있어요. 나중에 상황 보시면 제가 말했던 곶감이 이거구나 하실 겁니다. 행복하지만 오열하게 되죠. 진짜 생각지도 못하는 포인트에서 공감하게 되고 눈물 흘리는데 곶감도 그러한 장면 중의 하나인 거죠.

Q. 60~70년대 배경이라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었을 것 같다

똑같은 감정을 느꼈던 게 '응답하라 1988'이었거든요. 저는 1988년에 태어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이해가 됐죠. 그게 신기했고 누군가에게 자문하지 않더라도 다 이해가 됐어요. 이 60년대 이야기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했어요. 관식이라는 인물이 아내와 가족을 사랑하는 멋진 인물이라는 걸 느끼게 되더군요. 임상춘 작가님이 너무 대단해요. 어쩜 이런 글을 쓰셨을까 하게 되죠. 책으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폭싹 속았수다' 박보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박보검. ⓒ넷플릭스

Q.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임상춘 작가와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대본 리딩 때 뵈었는데요. 작가님께서는 확신을 딱 주셨어요. 지금 잘하고 있고 리딩도 잘 잡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죠. 촬영할 때는 작가님이랑 따로 만나 뵌 적 없었어요.

신비주의 작가님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작가님을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작가님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배우들이 빛나기를 원하는 작가님이시라고 생각해요. 워낙에 성정이 고우시고 따뜻하신 분이셔서 작가님이 좋습니다. 작가님 작품이라면 나중에 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글을 읽으면 그림이 그려지고 풍경이 그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연기할 때 재미나게 느꼈어요. 

Q. 아이유 배우와 함께 연기한 소감은 어땠나

동갑내기 친구랑 연기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연기할 때보다 홍보 활동하면서 더 많이 친해졌거든요. 애순이라는 인물 자체가 알록달록하고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라 에너지도 많이 필요했어요. 대사량도 많고 희로애락 감정 폭도 다 표현하는 인물이다 보니 서로의 장면과 대사 부분만 연구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당시에는 최선이었어요.

근데 이제 홍보 활동을 하면서 많이 친해지니 참 유쾌하고 재미있는 친구였어요. 동갑내기 배우이자 아티스트를 만난 게 처음인데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소중한 인연 오래오래 동료로서 서로 응원해 주고 축복해 주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촬영하면서 놀랐던 건 애순과 금명 역할을 하면서 거기에다 가수로서 본인의 콘서트 준비를 하고 MC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체력이 정말 튼튼한 친구라고 느꼈어요. 모든 일을 다 잘 해내고 있어서 저도 자극을 받았어요. 저도 아이유 씨처럼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관식이처럼 성실하게 살아가야겠다라는 것들을 느꼈죠.

Q. 이 작품이 본인에게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저에게도 계속 두고두고 꺼내 보고 싶은 작품으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함께 할 수 있어서 진짜 행복했다고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응답하라 1988'은 겨울에 보고 싶은 작품이라면 '굿보이'는 여름에 보고 싶은 작품이죠. 그리고 '폭싹 속았수다'는 봄에 보고 싶은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가을 작품만 하나 잘 만나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역할의 범위 혹은 직업들이 조금 더 다양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나 역할에 접근하는 태도가 더 넓어졌기에 앞으로 제가 보여드릴 작품들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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