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코패스 역을 한다 해도 정의로운 살인자이길 바라"
"현실에선 남자친구 잠수 이별은 '끝'…고민할 것도 없어"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무비'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 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다.
이 작품에서 영화를 싫어했지만, 영화감독이 된 김무비 역을 맡은 박보영은 한층 더 깊어진 현실적 캐릭터를 통해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겉으로는 가시를 잔뜩 세우고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지만, 사랑스러운 모습과 함께 자기 생각과 소신을 밀고 나가는 강단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박보영 배우를 만나 이번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멜로무비'를 박보영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끝까지 본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대중에게 선택을 받는 자신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웃음) 그렇게 봐주시고 선택해 주시는 거에 대해서 정말 감사해요. 제가 데뷔 20년 됐다고 말씀해 주시면 벌써 세월이 그렇게 됐나 싶기는 해요. 그 시간을 보내면서 보여드렸던 것들이 하나하나씩 쌓여서 빛을 내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그렇게 꾸준히 뭔가를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더 잘해야겠네요. (웃음)
Q. 고겸은 사정이 잠수 이별 후 5년 만에 나타난다. 만약 현실이라면 어떻겠는가
잠수 이별이면 용서할 수 없죠. 근데 김무비랑 고겸이 사귄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썸 정도 단계에서 사라진 거라 잠수 이별이라기에는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겸이에게는 나름의 이해할 수 있는 이유도 있었죠. 고겸의 형인 고준을 봤었을 때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고 저는 생각해요. 무비 입장에서는 다시 다가오려고 하는 겸이를 좀 밀어내고 화도 내고 왜 사과를 안 하냐고 얘기도 하지만, 그 친구 사정을 어느 정도 아니까 다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만약 현실에서 남자친구였는데 잠수 이별을 했다? 끝이죠! 고민할 게 없습니다. (웃음)

Q. 배우로서 현장경험이 많아서 캐릭터 연구가 수월했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톤 잡는 것만 감독님과 고민을 했고 영화감독이나 조연출에 대해서 사실 따로 공부하거나 그러지는 않았고요. 많은 레퍼런스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되게 수월했던 것 같아요.
Q. 박보영에게는 로코퀀 수식어가 붙는다. '너의 결혼식' 이후 7년 만의 현실 멜로물인데 소감을 전한다면
일단 무비 캐릭터를 만나서 너무 행복했고 좋았어요. 너무 로코나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많이 했는데 이면에 있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굉장히 있었거든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현실적이고 성숙한 멜로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그게 무비였어요. 정말 저에게 주신 게 맞냐고 물어볼 정도로 하고 싶었던 캐릭터죠. 저한테는 되게 선물 같고 행운 같아요.
제가 생각보다 판타지물을 많이 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걸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도 그 일환이었죠. 정신병을 시각화할 때 판타지가 들어가긴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휴먼 드라마이고 정다은도 굉장히 현실감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무비를 연기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땅에 발을 붙이고 서 있는 진짜 현실 캐릭터였기 때문이기도 해요.
한쪽으로 이미지가 국한되는 걸 바라는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앞으로 해나갈 과제이자 숙제죠. 밝은 거 하면 또 어두운 것도 하고 싶고 자꾸 그렇게 되긴 하더라고요. 근래에 잔잔하고 사람 냄새가 진짜 가득한 걸 했다면 이제는 판타지물에서 까불거리는 것도 막 하고 싶고 그래요. 균형을 진짜 잘 맞춰가면서 해야겠죠.
농담처럼 사이코패스도 하고 싶다는 얘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의로운 살인자였으면 좋겠다는 이런 걸 아직도 못 버린다니까요. (웃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자꾸 제 안에 제가 너무 많아요. 부딪히고 막 서로 싸우는 게 너무 많아서 어렵네요.
Q. 평소보다 연기 톤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실제 본인 성격과 무비를 비교한다면
무비는 겉으로 가시를 내세우고 있는 친구여서 그 점이 저랑 가장 다른 것 같고요. 그전에 로코물로 했었을 때는 톤이 좀 높은 편이었어요. 무비는 제 톤보다 조금 더 살짝 낮은 톤이죠. 근데 제가 지금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낫게 하려고 노력을 하면 좀 인위적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살짝 낮은 정도만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감독님도 제가 기존처럼 높은 톤이 나오면 무비를 다시 데리고 오라고 하셨죠.
무비랑 저랑 비슷한 부분을 찾으려고 이해하기 위해 되게 노력을 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누구나 결핍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연히 저도 밝힐 수는 없지만 가지고 있고요. 제 나름대로 결핍을 통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Q. 박보영에게 영화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준 작품이 있다면
영화는 짝사랑이자 첫사랑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무비는 영화에 애증이 있잖아요. 근데 저한텐 증이 없고 애만 가득해요. 언제나 너무 하고 싶고, 늘 만나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존재죠. 처음 저라는 배우의 인지도도 높이고 대중의 사랑을 얻게 된 것도 '과속스캔들'이라는 영화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노력을 꾸준히 해왔어요. 요 몇 년간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시작으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조명 가게' 그리고 지금의 '멜로무비'를 통해 그 노력의 결과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이 된 작품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영화를 짝사랑한다고 했는데 정말 좋아하는 영화 4편을 꼽아본다면
'멜로무비' 홍보를 하면서 멜로영화에 대한 질문들도 많이 받았는데 저는 '스타 이즈 본'과 '노팅 힐'을 좋아해요. 그리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도요. 이 영화는 제가 잘 안 보는 장르지만 큰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죠. '엽기적인 그녀'도 되게 좋아합니다.
그리고 '러브 액츄얼리' 때문에 최우식 씨랑 토론한 적이 있어요. 유명한 그 스케치북 신에서 마지막에 뽀뽀를 해주잖아요. 근데 그걸로 엄청나게 싸웠어요. 이게 정말 실제라고 했을 때 그러는 게 되냐 안 되냐, 받아들일 수 있냐 없냐, 이게 가능한 건지 대해서요. 저는 좀 어렵다고 보는 편입니다.
왓챠피디아에 좋아요 별점이랑 한 줄 평이랑 제 나름대로 해 놓은 게 있는데 매해 바뀌긴 해요. 별점 주는 게 진짜 생각보다 너무 어렵더라고요. 재미있게 봤던 거를 다시 찾을 때 들어가서 제 별점 순으로 봐요. 근데 사실 제 작품에 점수를 많이 주긴 해요. (웃음)
Q. 무비라는 인물이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작품 로그 라인에 애매한 청춘이라는 표현과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꾸고 싶은 청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딱 그 시기에는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사랑도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안 될 때도 있잖아요. 그런 걸 누구나 한 번쯤은 다 겪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무비는 또 그 안에서 아빠와의 결핍도 있고 그러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들이 보는 사람들이 이해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 부분을 이나은 작가님이 잘 그려주셨어요.
Q. 자신이 실제로 겪은 애매했던 청춘의 경험을 투영한 부분이 있다면
없다고 하면 이상한 거죠. 당연히 제가 경험하고 느꼈던 감정을 최대한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심지어 막 싸우고 울 때도 지금 이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행동들을 기억해 내야겠다고 했던 적들도 있어요. (웃음)
연애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에서 새로 느끼는 감정들을 서랍 안에 넣고 있다 보면 언젠가 꺼내서 쓸 일이 있겠지 하거든요. 무비도 똑같이 제가 예전에 했던 경험들을 최대한 꺼내서 썼어요.
Q. 일기를 자주 쓴다고 밝혔다. '멜로무비'는 어떤 키워드로 일기를 썼나
당시 일기를 보니까 즐거웠던 일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항상 최우식 씨가 현장에서 고겸처럼 해주셨죠. 그래서 저는 현실의 우식 씨도 되게 똥강아지 같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분위기를 잘 만들어줘서 소소한데 귀엽고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있었죠. 그래서 키워드로 한다면 귀여움, 소소함입니다.
Q. 최우식 배우는 박보영 배우가 키스의 장인이라고 말했다. 촬영 중 감정의 변화가 있었다면
아니, 제가 뭘 가르친 것처럼…. (웃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키스의 기술적인 이야기를 같이했을 뿐이에요. (웃음) 키스 장인이라는 전제가 일단 잘못됐어요. 근데 너무 다행이고 좋았던 건 처음 키스 신을 정말 초반에 찍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 사람에 대해서 많은 걸 알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가면서도 정말 조심스러웠던 게 잘 표현됐죠. 저희가 가까워진 다음 중반 이후에 찍었을 때는 훨씬 서로 편하게 느껴졌어요. 그게 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키스 신은 저도 어려워요. 근데 아닌 척한 거예요. (웃음) 최우식 씨보다 조금 더 경험이 있어서 그랬었던 것뿐이죠. 제가 되게 센 척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제가 걱정이 되게 많은 편이거든요. 근데 우식 씨가 걱정을 정말 많이 해요. 저보다 걱정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제가 우식 씨한테도 말했는데 전 거울 치료를 한 거죠. 이렇게 둘 다 서로 걱정만 하다간 큰일 나니까 나라도 걱정을 덜 해보자 했었죠. 무비는 제가 생각했을 때 되게 쿨한 친구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보다는 강단 있고 할 말은 다 하잖아요. 저도 현장에서 그렇게 하려고 해서 똑 부러진 사람처럼 보였을 것 같아요.

Q. 영화감독과 평론가는 적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배우 관점에서 감사했거나 반대로 상처받았던 리뷰나 평에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었다면
기억에 남는 거는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웃음) 좋은 건 좋은 대로 캡쳐를 하고 안 좋은 건 안 좋은 것대로 캡쳐합니다. 제 마음속에 박제하는 거죠. 그래서 아 이렇게 봐주셨구나 하고 시무룩하다가도 좋은 평이 나오면 너무 신나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평을 기다려요. 그래서 '멜로무비' 때도 리뷰 안 올라오나 하고 계속 검색했죠. 이렇게 봐주셨구나 캡쳐해서 만나면 감사하다고 말해야지 하고 제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도 있었죠.
제 영화가 나오면 어떻게 봐 주실까 이동진 평론가님의 한 줄 평을 기다려요. 상처가 될 때도 있긴 하지만, 하시는 일이고 그대로 받아들여야죠. 근데 관련해서 일기장이 갑자기 크게 화두가 되니까 나중 일은 혹시 모르니까 무서워서 많이 태워버렸어요. (웃음)
Q. 이번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제 높은 톤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어요. 톤을 조금 낮춘다면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이 좀 있었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낯설게 받아주시지 않은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엄청난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촬영할 때 모니터를 봤는데 좀 성숙하게 나오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작품을 사람들이 빨리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꽤 했어요. 이제 저도 나이를 찾아가고 있고, 성숙하게 나왔으니까 앞으로 그렇게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설렘으로 걱정을 진짜 많이 했어요.
제가 어리게 보이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이렇게 해도 되는지 불안이 항상 있었나 봐요. 조금 더 한껏 성숙해진 모습의 저를 아주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Q. 끝으로 '멜로무비'의 작품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면
멜로물이면서 동시에 가족 이야기도 있어요. 그리고 사실 성장물이라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7화에서 오열하시는 분들이 꽤 많아요. 그런 성장의 이야기도 같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고준의 편지 내레이션 부분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대본 봤을 때부터도 울었는데 너무 슬픈 장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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