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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조(兆) 단위 인수합병 재무 리스크↑

SK그룹, 일부 자회사 적자 여전

카카오, 사업다각화 SM엔터 인수…지배구조 흔들 뇌관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기업의 인수합병(M&A)과 투자는 사업다각화와 미래성장을 위한 포석이다. 다만 기업 간 M&A와 막대한 투자가 항상 좋은 것 만은 아니다. 막대한 인수비용과 사업 미스로 인해 계열사 전체를 흔들리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재계 일부 대기업들이 대규모 인수합병과 투자를 진행한 결과, 시너지를 낸 기업도 있으나 일부 기업은 오히려 재무 부담만 안긴 ‘계륵’으로 전락했다. 

◆ 롯데케미칼, 2.7조 M&A 후 배탈

롯데그룹의 계열사 롯데케미칼이 최근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초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3년 3월 동박 제조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증권업계는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두고 고가에 매수했다고 우려했다. 

인수 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이 약 2조6,000억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도했다는 것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를 5조654억원으로 산정하고 93%의 경영권 프리미엄(2조3,654억원)을 부여해 인수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2조6,000억원의 인수대금 중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현금은 7950억원 뿐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주주배정 유상증자(6,050억원)와 차입금(1조3,000억원)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에 차입 부담이 증가해 현재의 신용등급(AA+)에 부합하는 재무 지표를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신용등급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인수 후 기대와는 달리 시너지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기차 시장 ‘캐즘 현상’으로 수익이 감소하고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달 3일 종가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1조1,297억원으로 인수 전 시총(2조5,000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내년 실적도 아직 불투명하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5년 실적 전망을 매출 9,853억원, 영업이익은 268억원으로 기존 예상치(매출 1조1,000억원, 영업이익 907억원) 대비 하향 조정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북미 OEM향 4680 제품 테스트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 추가적 물량 확대 가능성이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모회사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하락에 이어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직면했다. 실적도 크게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3분기 누적 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 9월 말 기준 차입금은 10조9,570억원에 달한다. 이에 롯데케미칼 측은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 위해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보강을 목적으로 국내 최고의 랜드마크이자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 리밸런싱 SK그룹, 일부 자회사 여전히 고전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SK그룹도 자회사 투자 손실로 고전하고 있다.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C가 지난해 7,000만 달러를 투자한 미국 ‘스마트 윈도(Smart window)’ 기술 기업 Halio Inc(할리오)는 대규모 손실로 부담만 주고 있다. 인수 당시 SKC 관계자는 “그동안 확보해 온 기술력에 더한 이번 투자로 스마트 윈도 사업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으나 아직 시너지 효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할리오는 1,647억6,800만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해도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올해 3분기 기준 할리오의 순자산 금액은 마이너스(-) 131억5055만원에 달한다. 할리오의 기업가치 하락에 모기업 SKC의 투자손실(지분법 손익 기준)은 올해 3분기 기준 62억2,572만원이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도 건설업종에서 친환경 폐기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업 인수를 시행했으나 그 결과 재무부담이 확대됐다. 

올해 3분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유동비율은 69.3%로 지난해 말(71.4%) 대비 하락했다. 유동비율이란 기업의 단기채무지급능력 지표다. 만약 유동비율이 100이하면 위기 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기간 유동성 장기부채도 2조3,827억원으로 전년동기(1조4,641억원) 대비 62.74% 증가했다. 순차입금 비율은 175.4%로 지난해 말(148.4%) 대비 올랐다. 순차입금비율은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100%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 카카오, SM엔터 인수 후폭풍…대주주 리스크로

카카오는 지난 2023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으나 오히려 이 같은 선택은 그룹 지배구조를 흔드는 역린으로 작용했다. 카카오의 최대주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에스엠 인수와 관련해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앞서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 확장과 카카오엔터 상장을 위해 에스엠을 인수했다. 당시 카카오는 에스엠 인수를 놓고 국내 최대 엔터사 하이브와 공개매수 경쟁에서 승리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하이브 측이 금융감독원에 에스엠 주식 매입과 관련해 비정상적 거래가 있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이후 검찰은 에스엠 시세조종과 관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실시했다. 하이브가 금융당국에 진정을 낸 지 1년 5개월만이다. 현재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를 위한 비정상적인 거래에 개입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검찰 조사가 사실로 결정될 경우 이는 카카오그룹을 흔들 수 있는 ‘트리거’로 작용한다.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와 관련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을 처벌 받을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금융당국은 적격성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만약 심사에서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정되면 금융 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때 카카오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라는 금융당국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면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어지고 6개월 안에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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