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그룹, 테스나 인수 ‘신의 한수’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업체 ‘SiO2’ 파산 위기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인수합병(M&A) 명가(名家) 두산그룹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기업들의 성과가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테스트 계열 기업인 테스나는 견조한 수익으로 그룹 성장에 기여하는 반면, 의약품 용기 첨단소재 사업 진출을 위해 1,200억원을 투자한 미국 기업 SiO2는 파산 위기를 겪은 이후 글로벌 투자 운용사에 사실상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 두산그룹 편입된 테스나, 그룹사 수익 견인
시스템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전문 회사 테스나 인수는 두산그룹이 추진한 M&A 가운데 ‘신의 한수’로 불리는 딜(거래)로 평가받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반도체를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육성해온 두산테스나가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두산테스나는 지난 2022년 두산그룹에 편입된 이후 꾸준히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두산테스나의 매출은 두산그룹에 인수된 2022년 2,777억원, 2023년 3,387억원, 올해는 1분기에만 918억원으로 전년동기(746억원) 대비 23.05% 증가했다.
증권업계는 두산테스나에 대해 올해 하반기 실적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두산테스나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4049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 늘어난 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차량용 반도체 테스트가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두산테스나가 차량용 반도체 가동률 정상화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면서 “올해 매출은 20% 이상 성장하고 수익성이 우수한 반도체 칩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반도체 후공정 분야 사업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두산테스나는 올해 2월 초 이미지센서(CIS) 반도체 후공정(OSAT) 전문기업 ‘엔지온’ 인수했다. 엔지온은 2020년 글로벌 강소기업과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2021년에는 우수벤처기업과 신보스타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테스나는 지난 2월에 이미지센서 반도체 전문기업을 인수했는데, 이를 시작으로 사업영역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의약품 용기사업 투자 대규모 손실…기업 파산으로 사실상 매각
두산은 지난 2021년 12월 미국의 의약품 용기사업 진출을 위해 투자에 나섰으나 대규모 손실를 낸 상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이 지난 2021년 12월 미국의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업체 ‘SiO2’에 약 1억 달러(1,189억8,000만원)를 투자했으나 해당 기업이 지난해 파산 위기를 겪으면서 투자운용사 오크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에 사실상 매각됐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주사 두산이 투자한 SiO2는 발행주식을 전량 소각하면서 유의적인 영향력을 상실했다. 다만 두산이 SiO2에 대한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이 아니기에 다시 회생할 여지는 있다. 실제 SiO2를 인수한 오크트리 캐피탈은 벌처펀드(부실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 비중이 큰 글로벌 운용사지만 운용철학은 가치투자에 기반을 둔 곳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SiO2 지분은 모두 상실됐으며, 사업 진행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며 “그렇다고 두산이 보유한 모든 지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