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벤져스’라는 말 오글거려...너무 자화자찬 같아”

“촬영 현장 귀신? 해열제에 약해”

“영근은 한 발자국 벗어나 바라보는 현실적인 인물”

“하루 중 한번은 살아있음 꼭 느껴보며 살고 싶어”

▲'파묘' 유해진. ⓒ쇼박스
▲'파묘' 유해진. ⓒ쇼박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달짝지근해: 7510', '올빼미', '공조2: 인터내셔날', '승리호' 등 영화에서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한계 없는 연기력을 선보여 온 배우 유해진. 그가 이번에는 영화 '파묘'에서 수상한 묘를 이장하기 위해 함께 하는 대통령을 염하는 베테랑 장의사 영근 역으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선보인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유해진 배우를 만나 영화‘파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영화가 크게 흥행 하고 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요즘은 진짜 감을 못 잡겠어요. 대중을 잘 모르겠어요. 언제 알았던 건 아니지만 요즘 흐름을 잘 모르겠어요. 진짜 토요일 날보다 일요일이 훨씬 관객이 많았어요. 정말 드문 일이죠.

많이 보셨을 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좋은 얘기를 많이하시고 만족도가 높으신 것 같아요. 다행스러운 거죠. 관객이 줄어들다보니까 기대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Q. 영화를 본 소감은 어땠나.

예전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게 어떤 모양으로 나올까 하는 기대 때문에 시작을 했었어요. 기술 시사로 봤는데 미장센 같은 부분에서는 독보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야기 흐름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못 보니까 굉장히 궁금했었어요. 어떻게 보고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건 매니아 층만 보는 거 아닌가? 그랬었죠. 누구나 좋아할 그런 장르는 아닌 것 같아요. 오컬트라는 게 매니아층이 좋아하는 장르잖아요. 

Q. 작품을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감독님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고 장르에 녹여내나 신기했고 신선했어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나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오컬트 장르를 아주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이게 감동이든 지식이든 목적이 분명하고 흥미가 가는 재미있는 작품인가하는 거죠. 흥미를 못 느끼면 어떤 좋은 역할을 줘도 못하는 거예요.

Q. 영근 캐릭터에 끌린 포인트가 있었다면.

어떤 작품은 제가 맥을 끌고 가야 되는 인물이라 되게 돋보여야 하는 역할이 있고 그렇지 않은 역할이 있습니다. 이번 역할은 그렇지 않은 역할이죠.

다른 사람보다 한 발자국 벗어나서 보는 현실적인 인물이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야 관객의 마음을 대변해 줄 수 있어요. 그래서 표 안 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조력자가 돼야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걸 왜 파는 거야? 파지 말자 하는 게 관객 마음일 수도 있어요. 영근이라는 인물이 없었으면 그냥 자기들 세상에만 빠져서 가는 거죠.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지 않아?하는 역할이고 영근을 통해 극이 친절해집니다. 두세 명이 끌고 가는데 지켜보고 있다가 조금 비탈길 만나면 슬쩍 밀어주기도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떡으로 이야기하면 김고은 배우는 무지개 떡, 최민식 선배 같은 경우는 계피 떡, 시루 떡 막 이런데 전 백설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도 강하고 해내는 것도 강해요. 전 백설기나 식혜 같은 인물이죠. 곱씹을수록 맛도 나고 이야기를 정리하고 환기해주는 진행자이기도 해요. 

▲'파묘' 유해진. ⓒ쇼박스
▲'파묘' 유해진. ⓒ쇼박스

Q. 다른 캐릭터들 내레이션으로 나는 무당이다, 나는 풍수사다라고 자기 소개가 나온다. 영근도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인데 나는 장의사다하는 내레이션이 없다. 아쉽지 않은가.

그건 감독님에게 뭐라고 해야죠. (웃음) 아쉽지 않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대표 장의사다” 같은 멘트가 없는 역할도 좋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장례 치르는데 꼭 진행자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다고 장례식장에서 “저는 장례지도사입니다! 이제부터 제 말을 따라주세요!” 이러지는 않잖아요. (웃음) 영근은 흐름을 잘 가게 하고 마무리를 잘 해주는 꼭 필요한 역할이라 매력을 많이 느낍니다. 어떨 때는 쉼표도 만들어주고 헛웃음도 주고 4명 중 유일하게 백설기 같은 사람이죠.

Q. 현장에서 애드리브가 많았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김고은 씨가 혼부르기를 하면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요. 그걸 사람들이 귀담아 듣지는 않지만, “아이고 오셨네. 이제 들어오시네” 같은 말로 힌트를 주는거죠. 

Q. ‘도그데이즈’에서 함께 출연했던 윤여정 배우가 연기는 배우끼리의 약속인데 애드리브는 좋지 않다는 연기관을 말씀하셨다. 본인은 어떻게 하는가.

윤여정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제가 만드는 애드리브는 현장에서 바로 만드는 게 아니고 나름대로 공부해서 이 말보다는 이게 낫지 않을까 감독님과 배우랑 상의를 합니다. 단독 신은 감독님과 상의해서 제 마음대로 할 수는 있어요. 이렇게 합의하고 해야지 지금 막 생각났다고 확 그렇게 하지는 않죠. 그건 좀 예의가 없는 겁니다. 

Q. 감독님이 유해진 배우는 기술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연기를 제일 잘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기술적이라...기술보다는 마음으로 봐야하는데. (웃음) 조금 더 노력하라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이제 기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연기에 더 접근해야죠.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 현장에서 오싹한 현상이 있었다던데.

없습니다. (웃음) 혼부르기할 때 제가 으슬으슬 했다고 그러시던데 뭐 그냥 그럴수도 있는 거죠. 애드빌(해열제) 먹고 나아졌습니다. (웃음) 그거 자꾸 끼워 맞추려는 건가 싶고 저는 그렇게 이야기를 막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귀신이 애드빌에는 약하던데요. (웃음) 

Q. 대살굿 신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이 영화에서 제일 만족하는 신입니다. 편집도 너무 기가 막히게 했고요. 고은 씨가 지도해줬던 분에게 매일 가서 연습하는 걸 보면서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희는 알죠. 에너지를 엄청 쏟아야 해요. 기가 빨린다고 해야할까요? 연습도 힘들고 찍을 때도 너무 힘들어요. 어떤 가수분이 콘서트할 때 스태프가 마이크를 주면 ‘이제 온전히 내 책임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해요. 그런 것처럼 찍을 때 굉장히 외롭거든요. 자 이제 네가 해내야 할 일이야 하고 홀로 던져지는 느낌이죠. 옆에서 여기까지는 고생했고 이 다음 부분은 내가 해줄테니까 쉬고 있어 이럴 수는 없잖아요. 힘드니까 내일할께요라는 말도 못해요.

고은 씨 배역이 어설픈 흉내면 딱 드러나기 좋은 배역이잖아요. 그래서 수없이 연습을 했을거고 보람을 많이 느낄거라고 생각해요. 옆에서 도와줄 수도 없죠. “아니야~ 누가 그렇게 해”라고 하겠어요? (웃음) 정말 대단했어요.

▲'파묘' 유해진. ⓒ쇼박스
▲'파묘' 유해진. ⓒ쇼박스

Q. 영화 속 캐릭터는 현실주의자인데 혹시 민간신앙이나 미신을 믿거나 징크스 같은 게 있다면.

그런 건 없어요.

Q. 빨간 펜으로 이름 쓰면 재수 없다 이런 것도 안 믿나.

그건 꼭 지키고 있어요. (웃음) 

그냥 요란 떨지 않는 건 있어요. 중요한 일 앞두고 꼭 아침에 달리거나 땀을 좀 뺍니다. 그리고 촬영 중에는 가만히 있지 않죠. 현장에서 늘 돌아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들어가야 마음이 안정됩니다. 정리를 하고 들어가야 찝찝하지 않아요.

Q. 김고은 배우 역할을 했다면 어땠을까.

황정민 씨처럼요. 그랬다면 고은 씨보다는 못하겠지만 맡겨졌다면 해내려고 했겠죠. 

Q. 파묘 흥행에는 제목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쉬운 단어가 아니죠. 근데 저는 솔직히 제목 바꿔야한다고 생각하긴 했었어요. 내용이 어려울 수 있는데 제목은 친절할 필요가 있지 않나 했죠. 근데 요근래에는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감독님의 색깔이 없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을 못했던 거죠. 

Q. 박찬욱 감독님의 ‘일장춘몽’에서도 장의사 역할을 했다. 장재현 감독님과는 연출스타일이 달랐을 것 같다.

박찬욱 감독님한테 많이 느꼈었던 거는 어떻게 저런 감정을 생각을 하시지라는 게 있었어요. 장재현 감독님은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그림이 굉장히 분명하고 확고해요. 거기에서 오는 믿음이 있어요.

Q. 요즘 묘벤져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민식 배우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배우들의 합이 느껴진 부분이 있다면.

전 그런 묘벤져스라는 말 별로입니다. (웃음) 왜냐하면 자기들끼리 너무 칭찬하는 것 같잖아요. 오글거려요. 함께 연기하면서 걸리는 게 없구나 했어요. 최민식 선배가 서로 맞추면서 안 맞는데 큰일 났다 이런 경우가 없어서 아마 그렇게 표현하신 것 같네요.

▲'파묘' 유해진. ⓒ쇼박스
▲'파묘' 유해진. ⓒ쇼박스

Q. 장의사 역할을 하면서 삶에 대한 생각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작품 때문이 아니라 입에 발린 소리 같지만 늘 아침에 눈 뜨면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운동하는 이유 중 하나가 땀을 흘리면 내가 하루를 살아가고 있구나하는 걸 느끼기 때문이죠.

삶은 너무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낭비하면서 살 때가 있는데 그나마 그냥 안 버리게 해주는 게 운동입니다. 그렇다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말자하고 미친 듯이 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하루 중에 한번은 내가 살아있다는 거 꼭 느껴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Q. 파묘 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만약 나온다면 비중이 더 높아진 캐릭터이길 바라나.

그래서 이번 편에서 안 죽어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웃음) 그냥 지금의 영근같은 역할 정도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는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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