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타쿠’, 일본 콘텐츠 통해 영화적 성장...반일 의도 넣지 않아”

“천만 영화 생각해본 적 없어...손익 분기 넘길 생각만”

“좌파영화?...의도한 부분 아니라 신경 쓰지 않아”

“중국 영화 사랑해...중국에서도 한국 영화 많이 봐주셨으면”

“인물 이름, 차량 번호 등 이스터 에그 아닌 영화의 밀도 높이려 한 요소들”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개봉 이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파묘’가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쾌속 흥행 중인 영화 ‘파묘’의 천만 관객 영화 타이틀을 목전에 두고 다시 한번 언론 인터뷰에 나선 장재현 감독은 앞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털어놨다.   

SR타임스는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파묘’ 장재현 감독 인터뷰에 참석해 영화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파묘’가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천만 그런 건 진짜 조금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항상 영화를 만들 때 손익분기만 넘자 생각하고 만들거든요. 항상 그런 마인드로 영화를 만들어요. 영화를 완성하면 항상 감독 입장에서는 진짜 아쉬운 것만 많이 보이거든요. 제일 아쉬운 부분은 대살굿 장면입니다. 배우분들이 진짜 잘 해주셨는데 한 50% 정도 밖에 못 담은 것 같습니다. 하루만 더 찍었어도 더 잘 담았을텐데 아쉬운 장면입니다.

아무튼 좀 어벙벙 했는데 배우분들, 스태프들 그리고 같이 홍보하는 분들께서 다들 좋아하니까 저도 덩달아 좋습니다. 주변에서는 이런 순간이 평생에 또 오지 않을 수도 있지 않냐고 해서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Q. 한국 전통 무속요소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일본 문화를 정말 잘 알지 못하면 담을 수 없는 전문적인 부분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일본 문화에 대한 애정도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다. 이게 모순된 것 같지만 항일에 대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느낌도 있다.

그 의견에 그렇게 동의하지는 않아요. 저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특정한 나라에 대해 절대 그런 포커싱을 두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저의 성장을 너무나 도와 준 것이 일본 영화, 일본 만화,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저의 영화적인 성장에 아주 큰 원동력이 됐어요. 그 나라의 문화 같은 것을 굉장히 리스펙하고 존중합니다. 

어떻게 보면 전 이쪽 세계에 대해 오타쿠입니다. 반일 영화로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근데 프레임이 좀 그렇게 짜여 있어서 그렇죠. 다시 강조하지만 거기에는 포커싱을 절대 두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과거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피 묻은 우리나라 땅에 집중하려고 애썼죠. 그 과거는 과거잖아요. 뭔가를 겨냥한 그런 적대감은 영화에 최대한 안 넣어려고 했습니다.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Q. 그렇다면 친일 비판 영화인가.

친일을 비판한다기보다는 우리나라 땅의 상처, 트라우마 같은 게 과거로 가다 보면 그 시기에서 탁 걸려요. 우리나라 해방기 때부터 뭔가 고름이 생기고 깨끗하게 잘 정리되지 못했다라고 저를 포함해 대한민국의 웬만한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을 할 겁니다. 시나리오로 과거 시간여행을 하다보면 거기서 맞닥뜨려집니다.

Q. 모 감독님이 이 영화를 좌파 영화라고 발언했다.

영화를 받아들이는 생각이 너무 가지각색이잖아요. 그쪽 면으로 받아들이는 분이 있다면 제가 어쩔 수는 없죠. 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저는 그런 것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Q. 김고은 배우는 ‘파묘2’에 대해 장재현 감독님이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고 전에 감독님도 제작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힘들겠다고 하셨다. 천만 영화 타이틀을 목전에 둔 흥행작이라 관객분들은 후속편을 원하고 있는 상태다.

대충 만들면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멋지게 포장하더라도 내실이 없다면 만들 가치가 없죠. 없는 이야기 우겨넣어서 흥행을 위해 만드는 건 제 연출관이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좋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면 못할 일은 없습니다.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면 ‘파묘2’로 찾아 뵙겠습니다.

Q. 화림과 봉길의 서사 등으로 OTT 시리즈를 만들었으면 하는 요청도 있다.

처음 기획단계에서 투자사가 웹툰이나 드라마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갔어요.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요. 사실 캐릭터들이 매력이 있으니까 이걸로 뭔가 드라마 같은 것을 누군가 만들어준다면 고마울 것 같아요.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Q. 감독판을 내실 계획은 없는지.

감독판은 길고 지루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영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블루레이를 발매하면 보너스 영상으로 편집된 장면들을 넣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영화계에 대중적인 활력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우선 ‘서울의 봄’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 영화계의 큰 생명줄이 됐다고 생각해요. ‘파묘’도 일정 부분 ‘서울의 봄’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김성수 감독님은 제 사수 감독님이시고 그쪽 스태프들이 굉장히 많이 넘어왔습니다. ‘서울의 봄’은 기존 흥행 영화 문법이 그렇게 많이 읽히지 않는 영화예요. ‘서울의 봄’을 통해 영화는 잘 만들면 되는구나, 영화에 집중하면 되는구나, 관객들을 재단하지 않고 영화에만 집중하면 되는구나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극장에 관객들이 많아지니까 너무 다행이죠.

최민식, 김고은 배우나 스태프들도 꽉 찬 열기가 있는 극장에서 사람들이 웃고 소리 지르고 손에 땀을 쥐는 걸 공유하는 재미를 다시 알게 된게 얼마만이냐며 이 맛에 영화한다고 말하더군요. 이 열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Q.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는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쪽 관객들은 얼굴에 글씨를 쓰는 것은 모욕적이라거나 한국 영화에 중국식 얼굴 타투가 나오는 건 혼란스럽다면서 ‘파묘’에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패왕별희’가 곧 재개봉을 합니다. (웃음) 많은 한국분들이 중국 영화를 너무 사랑하지 않습니까? 곧 있으면 장국영 배우의 기일이고요. 저는 중국 영화를 정말 사랑합니다. 저는 중국분들께 한국 영화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중국에서 개봉할 수 있는 기회를 좀 많이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Q. 감독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오컬트 영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엑소시스트’(1973)와 코폴라 감독님의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1992)입니다. 심심하면 틀어놓습니다. 심지어 ‘파묘’에 오마주 장면도 있습니다. 박쥐로 변신하는 드라큘라에게 십자가를 들이대니까 “십자가를 정복한지 몇 백년이 됐다”면서 훅 불어서 십자가를 불태워요. 그 비슷한 장면으로 오마주했습니다. 너무 사랑하는 영화입니다. 

Q. 김고은, 최민식 배우 등에게는 나는 무당이다, 나는 풍수사다 하고 자기 소개 내레이션을 넣었는데 유해진 배우에게는 “나는 대한민국 대표 장의사다” 같은 내레이션을 넣지 않았는데 어떤 의도인가.

다들 내레이션이 너무 많지 않냐는데 처음과 끝에 나와요. 이 영화를 누구는 친절하다하고 또 누군가는 불친절하다고 하죠. 제가 영화과에서 배울 때 내레이션은 비겁하니까 쓰면 안 된다고 배워요. 근데 이 영화는 알아야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관객이 빨리 쉽게 알아야 합니다. 정해진 러닝타임 안에서 제일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걸 선택한 거죠.

신을 만들 때 한컷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캐릭터를 담습니다. 왜냐하면 극장에서는 집중을 해야 되니까요. 그런 것을 계속 넣다보니 밀도와 효율에 집착하게 됩니다. 러닝타임을 길지 않게 하려는 거죠.

이 영화를 오컬트 판타지 영화라고 하는데 방망이질 다섯 번 밖에 안 합니다. (웃음) 어떻게 액션영화처럼 찍겠습니까? 배우의 감정이 중요한 영화입니다. 그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내레이션입니다. 

4명을 다 넣을까 했는데 2명만 넣었어요. 첫 챕터 제목이 원래는 음양과 오행이었습니다. 무속인이 주로 사용하는 건 음양이고 풍수사, 장의사는 오행 이론을 씁니다. 두 팀이 상징하는 게 음양오행인거죠. 화림과 상덕의 내레이션이라기보다는 음양과 오행의 내레이션인 거죠.

Q. 등장 인물 이름, 차량 번호 등이 영화 초기부터 화제가 됐다. 또 영화 포스터에는 김좌진 장군 글꼴을 사용했다는 게 알려졌다. 아직까지 관객분들이 찾아내지 못한 이스터 에그가 있을지 궁금하다.

저도 관객분들께서 어디까지 알아내셨는지는 잘 몰라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영화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장면들에 디테일을 많이 넣으려고 했습니다. 이름, 차량번호나 이런 것 뿐만 아니라 차 색깔, 신는 신발 하나하나까지 이스터 에그라고 생각하고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스터 에그가 아니라 이 영화의 서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을 선택해서 채우려 하다보니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의 연출을 제가 잘못해서 이 영화를 N차 하시는 것 같네요. 서사와 캐릭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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