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잡으러 다니는 영화는 너무 가짜...하지만 칼로 없애는 영화도 만들어 볼 생각”

“음양오행 어떻게 하든 미장센에 녹이려 바락바락해”

“김고은 배우 진가는 후반부에 나와...베테랑 배우만 할 수 있는 연기”

“할머니 틀니 장면은 제 이야기”...실제 경험 영화 속에 넣어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②편에서 이어지는 장재현 감독 인터뷰입니다.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Q. 나무가 쇠를 이긴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나무와 그림자가 많이 등장한다.

음양오행설이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요. 서로 보완해 주는 관계도 있는 반면 서로 상극인 관계가 있어요. 저는 우리나라가 나무 같다고 생각해요. 많이 맞아왔지만, 안 부러지죠. 나무가 검을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은 피로 상징이 되는 거죠. 물, 불, 나무, 쇠가 보완도 하지만 반대로 돌리면 서로 상극 관계죠. 

영화 찍는 내내 빛과 어둠과 오행을 다 찍으려고 했어요. 불도 곳곳에 넣으려 했어요. 쇠도  나무도 물도 넣으려고 했고 흙은 당연히 나오죠. 빛과 어둠까지 음양오행을 어떻게 하든 미장센에 녹이려고 바락바락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다 중요한 키로 나오니까요. 도드라지게 보였던 게 나무인 것 같기는 합니다. 왜 이 컷이 여기서 시작할까 하고 다시 보시면 이유를 알게 되실거예요.

Q. 쇠말뚝을 이야기 소재로 사용했다.

저는 쇠말뚝이 중요하긴 하지만 생각이 안 나게 찍으려고 노력했어요. 너무 중요했으면 정확하게 보여주고 없어진 것도 보여줬겠죠. 근데 그거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이 쇠말뚝의 실존에 대한 가설과 이론들만 남아 있어요. 풍수지리도 파가 있는데 이거에 대해 지금도 의견이 분분해요. 저는 그냥 그 기운을 없애고 싶어서 그거를 육체화시킨 겁니다. 그래서 끝나면 아삼아삼하게 잘 보여주지도 않아요. 오히려 마지막에는 처절한 우리 주인공들을 보여주는데 포커스를 뒀어요. 

Q. 대사나 경문을 감독님이 직접 쓰신 것인가.

고증에 따랐습니다. 험한 것의 움직임도 그 시대의 포즈와 행동에 맞췄습니다. 

Q. 대살굿은 창작된 것인가.

대살굿이라는 게 존재는 해요. 예를 들면 제가 닭띠거든요. 의도치 않게 죽어야 하는 운명이면 마지막으로 해볼 수 있는 게 대살을 하는 거예요. 저승사자가 왔을 때 타이밍을 맞춰서 대신 닭을 죽이는 거예요. 그래서 화림이 이장할 때 하는 건 처음인데 한 번 해볼 수는 있다고 이야기 해요.  

굿 장면을 그냥 비주얼로만 보여줘서 소비하는 게 간혹 있긴 한데 저는 굿의 목적이 정확하게 보이는 걸 좋아하거든요. 굿이 세 번 나와요. 처음에 대살굿은 일꾼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게 목적이라 자기가 신을 받아야 해요. 그래서 퍼포먼스를 해서 자기를 올린 다음 신을 받아서 확인하는 게 칼로 몸을 긋는 거거든요. 나 괜찮구나, 나 변신했구나 하는 거죠. 불에다 손을 넣어서 타나 안 타나도 확인하고요. 그 다음에 일꾼들을 보호해 주는 거예요. 사람들한테 올 살을 내가 쳐내는 거죠. 그러다가 에너지가 좀 딸리면 자기에게 온 신에게 비타민C를 줘요. 그게 피죠. 신을 부르고 확인하고 영양분을 주면서 좀 더 버티세요하는 정확한 목적이 있는 거고 실제 굿이 그래요. 

두 번째 혼 부르기는 돌아다니는 혼에게 딴 데 가지 마시고 어서오세요하고 다시 불러들이는 구슬픈 굿입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무당 3명과 봉길이가 하는 굿은 ‘도깨비 놀이’라고 하는 제주도 퍼포먼스 연극이죠. 숨어 있는 귀신을 살짝 깨워서 나도 같은 귀신인데 궁금한 게 있어하고 정보를 얻는 굿입니다. ‘배추도사 무도사의 옛날 옛적에’에 보면 나옵니다. (웃음)

Q. 막을 나눈 구성과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나리오 때 막을 나눴다가 없앴어요. 영화를 편집하고 나니까 관객에게 복선을 미리 던져주는 게 더 영화가 더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를 들면 도깨비 불이라는 걸 미리 좀 던져놓는 거죠. 쇠말뚝이라는 것도 미리 던져서 관객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는 역할이라 그런 텍스트들을 넣는 게 전체적인 편집 방향에서 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앞의 내레이션은 뒤에 있는 내레이션 때문에 넣은 거예요. 왜냐하면 뒤에 김상덕(최민식)이 이걸 다 풀어야 하는데 사실 이 영화에 액션이 별로 없잖아요.

이걸 감정적으로 내레이션으로 풀어줘야 해요. 처음 챕터가 음양오행이잖아요. 음양은 무속인, 풍수리지는 장의사인데 이 세계관을 잡아줄 겸 뒤를 위해 앞에 내레이션이 필요했죠. 넣기도 하고 빼기도 했었는데 넣는 게 이득이 더 컸습니다.

▲'파묘' ⓒ쇼박스
▲'파묘' ⓒ쇼박스

Q. 영화에서 액션이 많지 않다고 하셨는데 영화 전반부는 김고은 배우의 대살굿이 인상적이다. 후반부 험한 것이 등장하는 중요 장면에서도 김고은 배우의 칼춤 액션을 기대한 부분이 있다.

무속인이 칼 가지고 뭘 베는 건 본 적이 없어요. 전 세계에서 그렇게 싸워야 하는 무속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굿 퍼포먼스가 화려하고 이미지가 강렬하니까 그렇게 느끼는 건데 저는 사실 김고은 배우 진가는 후반부에 나온다고 생각해요. 김고은 배우는 후반부에 두려우면서도 자기 중심을 지키면서 외국어로 그걸 표현해요. 그 연기는 진짜 베테랑밖에 못하거든요. 저는 감탄했습니다. 

나무와 정령과 대화를 나눌 때도 두렵지만 이겨내려고 하는 감정과 일본어 대사 전달력의 시퀀스를 보면서 김고은 배우가 정말 세계적인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앞부분에서 잘 한 건 당연하죠. 저는 오히려 뒤에서 더 감탄했습니다.

무당이 칼로 갑자기 뭘 없애고 하는 류의 영화를 저는 만들 수 없어요. 관객분들께서는 보고 싶어하실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제일 하기 싫었던 게 귀신 잡으러 가는 사람들이었어요. 이 영화가 귀신을 잡으러 가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사람이 없앨 수 있는 그런 귀신이 나오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귀신을 잡으러 가는 것도 저는 말이 안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화림이 내가 잠깐 시간을 끌어볼 테니까 너네는 그냥 쇠침을 꺼내와라고 하지 없애라고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고스트버스터즈’는 하기 싫었어요. 그건 제 영화 세계관과는 완전 달라요. 보는 사람은 비슷하게 보겠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런 류의 영화는 너무 가짜예요.

어떻게 보면 잠깐 김상덕이 수수께끼를 풀듯이 푼 다음에 뒷걸음질 쳐서 쇠말뚝을 없애는 그런 개념의 이야기이긴 하죠. 하지만, 너는 무당이니까 귀신 잡아 라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풍수사하고 장의사는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귀신을 어떻게 잡겠어요.

하지만, 다음에는 제가 칼로 없애는 영화 한번 만들어볼게요. (웃음)

Q. 개인적인 경험을 영화 안에 넣으신 부분이 있나.

개인적인 경험은 군데군데 다 있죠. 예를 들어 할머니 틀니는 제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께서 저를 키워주셨어요. 제가 25살 때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서울에서 급하게 내려가서 장례를 치렀죠. 근데 화장실 컵에 할머니 틀니가 있는 거예요. 너무 울면서 그걸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새 큰 어머니께서 저 만나자마자 할머니 틀니 가져갔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빨리 달라고 하셔서 드렸더니 바로 태우셨어요. 지금도 할머니만 보면 눈물이 나요.

Q. 차기작이 궁금하다.

조금 있긴 한데 어두울 것 같아요. 그로테스크는 제 인생의 모티브인 것 같습니다. 일단 있긴 한데 지금 이 친구(파묘)와 헤어져야지 제가 또 다른 여자(차기작)랑 사귀겠죠. 디졸브(양다리)는 비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파묘' ⓒ쇼박스
▲'파묘' ⓒ쇼박스

영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지난 22일 개봉 후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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