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초월해 있는 사람...로맨스는 쉽지 않아”

“아이돌 가수 준비하다가 극단서 연기 시작” 

“시나리오 집필 중...독립 영화 연출 해보고 싶어” 

▲'킬러들의 쇼핑몰' 금해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킬러들의 쇼핑몰' 금해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①편에서 이어지는 금해나 배우 인터뷰입니다.)

Q. 배우가 된 과정을 듣고 싶다.

속리산 산자락 진짜 시골에서 태어났어요. 항상 TV로만 어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TV에 나오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었죠. 나중에 도시로 이사 갔는데 학교 밴드 동아리를 하면서 가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기획사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죠. 근데 거기서 만나는 모든 분들이 넌 아이돌 가수보다는 영화를 하라고 하셨어요. 전 가수 하고 싶은데 왜 자꾸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연기를 하라고 하실까 했어요. 생각해보면 그분들의 혜안이셨는지도 모르겠네요. 소속사에서 선생님이 처음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저게 뭐지 싶었죠. 

근데 희한하게 소속사가 아니라 대학교에 가서 학문적으로나 전문적으로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거예요. 극단도 들어가게 되고 20대 때는 방황을 너무 많이 했어요. 매력이 있는 사람인가 싶고 남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수줍기도 했죠. 자신감이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아줌마라 편하다는 생각으로 해요. (웃음) 30대가 넘어가면 애기들한테는 이모가 되니까요. 어쨌든 좀 내려놓게 되면서 사람 만나는 게 편해졌어요. 모든 사람이 매력이 있으니까 나도 매력이 있겠지로 생각이 바뀌고 캐릭터를 개발하면서 방황이 사라졌죠.

극단에서 조연출, 기획 같은 걸 많이 했어요. 스텝 일을 하면서 단편 영화 제작이나 PD 일을 하고 시나리오도 썼어요. 그러면서 바깥에서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게 됐고 예민하게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그렇다면 앞으로 연출작도 기대된다.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단편 영화는 꼭 해보고 싶어요. 제가 단편 영화를 너무 좋아하게 됐어요. 독립 영화 하면서 상영회 기획도 했어요. 감독님들하고 진짜 많은 얘기를 나눴죠.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도전을 못하고 있긴 해요. 연기처럼 생각하게 된다면 뿅 하고 발표하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프로듀스 했던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은 울산 단편영화제에서는 대상을 받았어요. 이 팀과 함께 하면서 영화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고 프로듀서, 각색도 도와줬죠. 이런 작업들을 많이 하면서 올라운더가 됐던 것 같아요. 유튜브용 영화도 많이 찍었어요.

Q. 영화제 출품도 준비 중인가.

노리고 있습니다. 원래 쓰던 시나리오가 있어서 영진위에 내려고 했거든요. 근데 갑자기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공고를 보고 너무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써야지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아직 다 못 썼어요. 준비 중입니다.

Q. 아이돌을 준비했다고 하셨는데 가수 관련 계획은 없나.

제 꿈이라면 OST를 불러보는 것이긴 한데 그쪽으로는 계획이 없어요. 배우로는 노래하는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킬러들의 쇼핑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킬러들의 쇼핑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Q. ‘킬러들의 쇼핑몰’과 독립영화 작업은 상당히 다를텐데 느낀 점이 있다면.

독립영화는 메이크업도 저희가 하고 의상도 저희가 하고 장면을 오롯이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거에 대해서 책임감을 갖다 보니까 그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킬러들의 쇼핑몰’은 처음부터 분장, 의상부터 시작해서 제가 하는 장면은 거의 카메라 무빙하고 같이 가요. 총기가 항상 들어갔기 때문에 저 혼자 판단할 수 있는 건 없었어요. 연기를 한다기보다 테크를 맞추는 게 훨씬 더 비중이 많았어요. 

한편으로는 제가 그토록 원했던 연기만 하고 싶은 것에 더 포커스를 주고 공을 들일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제가 배우인걸 더 많이 느끼게 됐죠. 신인이기도 하고 현장을 잘 모르는 부분들도 많고 그러니까 되게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감사하게 느끼고 그게 엄청 든든했어요. 민혜가 브라더와 파신을 만났을 때처럼 유사 가족 형태의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Q. 이번 작품에서 활동명을 바꿨다. 

즉흥적인 면이 있긴 합니다. 엔드 크레딧 제출할 때 바꿨어요. 김해나로 활동하시는 분이 많아요. 몇 번 오해를 받은 적도 있고 착각하시는 경우도 있어서 나만의 캐릭터가 존재했으면 했어요. 다음에도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했기 때문에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가고 싶었어요. 

이름은 해가 나온다는 뜻인데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연탄 판매하는 집이라 옷에 때가 많이 탔다고 해요. 세탁기가 없던 시절이라 임신한 몸으로 냇가에서 하루종일 빨래하셨대요. 그래서 허리를 못 펴는데 구름 속에 있던 해가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으셨대요. 마침 해자 돌림이기도 해서 제 이름을 해나로 지어주셨다고 해요.

Q. 극 중 정진만과의 로맨스 관계 가능성이 보인다는 시청자 반응이 있다.

제가 우스갯소리로 감독님에게 댓글 보셨냐 둘이 결혼해야된다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작가님이랑 막 웃으시더라고요. 비웃음 당했어요. 절대 안 해주신다고. (웃음) 근데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죠.

민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계속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이라 어떤 부분은 초월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삶을 구제해준 사람이라 삶의 이유일 것 같긴 해요. 근데 둘은 어떤 남녀 간의 사랑으로만 국한되지는 않는 것 같아서 서로 다가가지는 못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요.

▲'킬러들의 쇼핑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킬러들의 쇼핑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Q. 김혜준 배우가 촬영하면서 서로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고 전우애가 생겼다고 밝혔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다.

눈물 났던 건 ‘지안아 도망가’하는 신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연습할 때였어요. 몸도 힘들었지만, 촬영 현장에 여성인 배우가 둘밖에 없었어요. 액션 스쿨 때부터 많은 시간을 같이 해오면서 꼭 이 작품에 대한 고민만이 아니라 여성 배우 혹은 이 나이대 배우들의 고민을 많이 공유했어요. 그러면서 연대 같은 게 생겼어요. 극중에서도 금해나와 김혜준으로서도 그랬죠.

그리고 그 장면에서 지안이로서도 혜준이로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살리고 싶고 잘 됐으면 좋겠고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공존하면서 눈만 봐도 감정이입이 돼서 눈물이 났어요. 서로 장난치다가도 “눈 보지마요. 저리가요”하고 그랬죠. (웃음) 8살 차이 나지만 절친이 돼서 지겹게 연락하고 문자로 주책을 많이 떨어요.

김혜준 배우는 대단한 친구예요. 빠르게 돌아가는 현장을 처음 겪다보니까 캐릭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말을 못할 때가 있는데 혜준 씨가 먼저 이야기해주고 감독님에게 의견을 내서 함께 하는 장면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줬어요. 집중력이 좋고 대단한 친구인데 다음 현장에서도 만나고 싶습니다. 

Q. 민혜 캐릭터가 S급 킬러가 된 과정이나 바빌론과의 관계 등 많은 부분이 생략돼 있다.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를 이어갔나.

감독님과 과정을 다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김 선생(김준배)에 대한 전사를 좀 가지고 연기하긴 했었어요. 킬러와 스파이 일을 모두 했기 때문에 저는 분명 같이 동료로 일했던 적이 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배신을 한 거라는 입장에서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연기했어요.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리딩할 때는 좀 그런 감정선이 아니었는데 현장에서 바뀌었어요. 동료였던 사람들을 다 죽이고 쓸쓸하게 일어나서 브라더를 다시 만나는데 그가 진짜 동료인거죠. 그때 싸우는 감정이 달라졌어요. 그전에는 싸우다가 진만을 위해 죽어도 좋아였거든요. 브라더를 만나는 순간부터 내 사람들이 더 있네하고 울컥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그게 표정에 드러났고 삶의 이유를 더 얻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싸우는 사람이 살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면 두려움이 생기잖아요. 그때부터 싸우는 장면에서는 그런 감정을 갖고 연기했습니다.

Q. 마지막에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도 모르겠어요. (웃음) 민혜가 정말 정신력이 강한 인물이잖아요. 신체적 능력을 뛰어넘어서 정신력으로 버티는 건데 긴장이 풀리면서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마지막을 다시 보니까 죽었나 싶기도 해요. (웃음) 

Q.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입니다. 이유미 배우가 주연이고 저는 조연인데 개봉 예정으로 알고 있어요. 근데 소속사를 만나는 게 먼저 일 것 같아요. 오디션도 보고 미팅을 해서 더 열심히 작품활동을 해야죠.

Q.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라는 액션 배우 이미지가 강해졌는데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전에 우마 서먼 이야기도 했었는데 확실히 독보적인 액션 캐릭터를 가진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잖아요. 지금 제 롤모델은 스칼렛 요한슨이나 안젤리나 졸리인데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양자경 배우의 연대기가 나오잖아요. 저런 배우가 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액션 영화를 해야된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민혜라는 캐릭터가 진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Q. ‘황야’ 안지혜 배우와 함께 작품을 하게 된다면 좋은 액션 작품이 나올 듯하다.

저도 그 생각을 잠깐 해본 적이 있어요. 그분이 주인공을 하시거나 아니면 아주 센 캐릭터로 나오시고 저는 기술적으로 싸우는 캐릭터인 거죠. 그분은 너무 움직임이 좋으세요. 기계체조를 하신 분이라 저는 현대무용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제 꿈 중에 하나가 ‘범죄도시’ 시리즈에 여자 빌런으로 나오는 거예요. 앞으로 나올 시리즈가 많이 남았으니까요.

Q. 글로벌 OTT 플랫폼이라 해외에서의 러브콜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액션을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에 계신 외국인 감독님들하고 작업한 적이 많아요. 뒤돌아보니 외국 작품도 한 경험이 있고 여러 가지를 많이 했긴 했더라고요. 몰랐지만 초석이 돼서 또 외국 작품도 해볼 수 있으면 되게 좋겠다 생각하고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삼촌 진만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물 ‘킬러들의 쇼핑몰’의 모든 에피소드는 디즈니+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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