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촌, 조커처럼 춤추는 장면 제안...'과하다' 채택 안 돼”

“액션 장면 부상...멍들어 있으면 카타르시스 느껴져” 

▲'살인자ㅇ난감' 이희준.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이희준. ⓒ넷플릭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드라마 ‘마우스’, ‘푸른 바다의 전설’, 영화 ‘오! 문희’, ‘남산의 부장들’, ‘미쓰백’, ‘1987’, 연극 ‘그때도 오늘’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묵직한 존재감을 각인시켜왔던 배우 이희준.

그가 이번에는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서 비틀린 신념과 무차별적이고 흉포한 성격을 가진 전직형사 송촌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홀로 이탕의 행방을 추적하며 극에 또 다른 긴장을 불어넣는 송촌 역의 이희준은 탄탄하고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희준 배우를 만나 작품과 연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인터뷰에는 시리즈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Q. 현역 경찰 시절 송촌은 정상적이다.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눈빛이 그렇게 변한 것인가.

사람이 큰 교통사고만 한 번 겪어도 완전히 변하잖아요. 송촌에게는 얼마나 많은 교통사고들이 있었을까 하는 거죠. 그러면서 되게 짠해지기도 하고 연민도 많이 생기기도 했었어요. 

특히 가장 큰 전환 포인트는 아버지보다 더 믿는 선배 형사가 살인자 아들이고 넌 형사가 되면 안 돼라고 했을 때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싶죠. 예를 들면 제가 제일 믿고 따르고 좋아하는 선배가 딴 데 가서 “야, 희준이 귀찮아 죽겠어. 사실 나 걔 정말 싫어해”라고 말하고 이 얘기를 전해만 들어도 엄청 마음 아파요. 

그럼 송촌은 얼마나 아플까 싶네요.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설명은 생략됐지만 노빈이 변화의 발화점이 된 것 같습니다. 다방에서 노빈을 만나 우는 장면으로 짧게 묘사됐지만, 원래는 다른 대사도 많이 있었거든요. 당신은 의미가 있는 사람이고 존재 가치가 있다고요. 그리고 살인을 이어가면서 그런 눈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Q. 장난감(손석구)과 대치했을 때 송촌은 만감이 교차했을텐데 연기의 감정 포인트를 어떻게 가져갔나.

감독님이 의견을 많이 물어봐주셨는데 손석구 배우가 꼭 쓰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대사를 써왔어요. 저도 보고 그래 이거 대로 리허설 한번 해보자 했었죠. 감독님이 저에게도 제안을 많이 주셨어요. 

찍었는데 편집됐지만, 식물인간이 된 난감 아버지 찾아가서 한참 앉아있는 장면이 있어요. 감독님이 먼저 난감이 형사가 돼 있는 걸 알고 난감 아버지를 만났을 때 송촌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 물어봤어요. 대본에 없었죠. 그래서 명대사를 제가 써드렸죠. 뺨을 한 대 탁 때리고 “이러면 안 되지, 나는 이러고 살았는데 너 같은 형사 아들이 또 형사가 돼?” 뭐 이런 건데 더 멋있게 써드렸더니 좋다고 하셨고 그렇게 찍었어요. 근데 감독님 스타일이 상상할 수 있게끔 생략해서 깔끔하게 연출하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감정이 되게 복합적인 장면이죠. 난감과 만났을 때 반갑고 어릴 때 예뻐하던 애죠. 근데 살인자 아들은 또 살인자가 되고 넌 형사가 됐네? 이게 굉장히 열 받기도 하고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여러 가지 복잡한 거죠. 그래서 웃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네요.

Q. 깨진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서 재미없다면서 웃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저는 원래 거기서 더 과한 아이디어를 냈었거든요. 그게 왠지 조커가 살인하자마자 화장실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서 그럼 내가 춤을 출까요? 했죠. 그래서 리허설 때는 할아버지 춤추고 그랬습니다. (웃음) 그랬더니 너무 과하다고 하시더군요. 아주 슬프게 출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어쨌든 그건 좀 과하다 해서 웃는 걸로 대체가 됐어요.

깨진 거울은 카메라 감독님이 아이디어였던 것 같고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약을 뒤지고 과격해지는 건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찍다보면 서로의 좋은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살인자ㅇ난감' 이희준.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이희준. ⓒ넷플릭스

Q. 조커 이야기가 나왔는데 참고했던 악인 캐릭터가 있는지 그리고 원작과 같은 얼굴의 흉터는 없다.

다른 영화를 찾아본 것은 없어요. 다큐나 실제 사람을 관찰하면서 실감을 느끼고 그런 것에서 사냥하듯 소스를 찾으러 다녀요. 흉터는 테스트 때 해봤는데 분장도 센데 하니까 과했어요. 딱 보면 할아버지 같은데 행동이 무서운 할아버지였으면 좋겠다라는 게 저의 지향점이었습니다. 원작에서는 더 짧은 머리였는데 그러면 너무 혐오스러울 것 같았어요. 

Q. 콜라텍에서의 격투 장면이나 탈주 신이 대단하다.

재밌었어요. 저는 사실 액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실감나게 하는 것들을 즐기는 편입니다. 차에서도 몸싸움하고 당길 때 일부러 할아버지 팬티가 보이게 만들자 했어요. 그래서 할아버지 팬티를 입고 촬영하기도 했었죠.

콜라텍도 촬영 2개월 전부터 동선 짜서 콜라텍 구조를 바닥에 그려놓고 무술팀하고 연습해서 짰어요. 할아버지인데 민첩한 액션 같은 건 다 뺐죠. 발차기는 안 올라가니까 잘 수정을 했어요. 콜라텍에 오래 빌릴 수가 없으니까 연습한 상태에서 빠르게 풀샷으로 찍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얼굴 다 나오게 찍으니까 대역을 쓸 수 없었고 소파 넘어뜨리고 맞고 하는 건 다 진짜로 해야 됐죠. 근데 그렇게 찍고 숙소가서 샤워할 때 멍들어 있으면 되게 기분이 좋아요. 약간 카타르시스가 있죠. 

그리고 감독님이 한 번도 없었던 공포탄 액션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해외는 무조건 실탄이지만, 우리는 실탄 구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공포탄 액션을 만들어서 쓴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감독님 칭찬 한번 해드려야죠. (웃음)

▲'살인자ㅇ난감' 이희준.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이희준. ⓒ넷플릭스

Q. 송촌의 뒤틀린 정의관에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 있나.

글쎄요. 물론 우리가 실감하기엔 법망을 다 피해가는 나쁜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고는 있어서 ‘비질란테’ 같은 작품도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법이 더 촘촘해져야겠죠. 

송촌 입장에서는 청소부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죠. 쓰레기가 있는데 더럽지만 너희 모두를 위해서 내가 치운다 하는 그런 태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잡초처럼 계속 뽑아야 되는 일이죠. 반성문이 정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가끔 흔들리고 정말 죽여 마땅한 놈인가 헷갈릴 때가 있는데 뭘 잘못했는지 쓰게 하고 그걸 갖고 있는 게 간신히 부여잡고 있는 명분인 것 같아요. 근데 아주 깔끔한 청소부가 나타났다고 하니까 얼마나 만나고 싶을까 싶죠. 비결이 뭔지도 알고 싶고요. 그리고 나보다 연봉도 더 높으면 죽이고 싶을 것 같아요. (웃음) 

Q. ‘남산의 부장들’에서 인지도를 올리셨고 같은 해에 ‘오! 문희’로 또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작품 경우는 다 본 후에야 송촌이 이희준이었냐는 시청자 의견이 많다. 연기 변신의 비결이 있다면.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남산의 부장들’ 이후로 3년 동안 작품 릴리즈 된 게 없어서 안 한 것 같지만 3년 동안 계속 찍고 있었어요. 그게 올해에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면서 릴리즈가 되는 거죠. 또 하필이면 넷플릭스에서 ‘황야’랑 같이 연달아 나오게 된 부분도 있어요. 올해에 ‘핸섬 가이즈’라고 이성민 배우와 찍은 이상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있어요. ‘좀비랜드’랑 ‘이블 데드’랑 ‘검은 사제들’을 합친 영화 같은 거죠. 또 4월에는 ‘지배종’에서 주지훈, 한효주 배우와 같이 찍었어요. 지금 한꺼번에 오픈이 돼서 그렇지 연기 변신을 하는 건 아니었어요.

Q. 원작자 꼬마비 작가님과는 친하신 것 같다. 

전화하고 같이 밥도 먹는 사이입니다. 저도 창작자로서 굉장히 존중을 해서 찍으면서 작가님 밥 한번 먹고 싶어요했었죠. ‘이종 격투기’라고 최근에 나온 거 있거든요. 너무 아이디어가 기발한 거예요. 보름달이 뜨면 갑자기 흑인종이 되고 황인종이 되는 거죠. 그런 아이디어 보고 너무 신기해서 이런 사람들 이런 창작자하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연락하고 같이 밥도 먹고 해요. 이 작품 보시고 너무 멋지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이희준 인스타그램
ⓒ이희준 인스타그램

Q. 꼬마비 작가님이 이희준 배우님 작업실에 초대 받았는데 거기에는 배우 본인이 생각하는 송촌의 모습을 자화상처럼 그린 그림, 영감을 얻는 이미지나 텍스트를 추상화처럼 꾸민 거대한 캔버스가 있다는 글을 공개했다. 캐릭터 작업할 때 매번 하는 작업인지 궁금하다.

제가 그림도 취미입니다. 어디 보여줄 정도의 실력은 안 되지만, 송촌을 이해하기 너무 어려워서 그가 나에게 말을 건다는 입장으로 생각하고 그림들을 그려봤었어요. 나중에 인스타에 올려보겠습니다.

제가 한 작업들과 시나리오, 영감을 준 자료들은 다 모아놨어요.  제가 3월 말에 각본을 직접 쓴 단편 영화를 하나 연출해요. 제 친한 동료인 진선규, 오의식, 김희정 누나가 출연해 주시기로 하셨어요. 가족 난동 수다극입니다. (웃음) 제목이 ‘직사각형, 삼각형’이에요. 

전에도 ‘병훈의 하루’라는 단편을 연출한 적이 있어요. 왓챠와 유튜브에 있습니다. (웃음) 주변분들이 도와주셔서 저렴하게 찍습니다. 허명행 감독님도 출연해 주시기로 하셨어요. 촬영은 ‘살인자ㅇ난감’ 촬영감독님이 해주시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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