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나가는 젊은 무당들 몽클레르 입고 포르셰 타고 다녀”

두 가지 이야기 담아...“작가적인 욕심으로 이야기도 허리 끊어버리고 싶었다” 

“유해진, 대한민국에서 제일 기술적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

“돈 많은 사람들은 풍수지리 중요하게 여겨”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①편에서 이어지는 장재현 감독 인터뷰입니다.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Q. 화림의 일본어, 100원짜리 동전의 이순신과 최민식, 기순애 스님, 등장인물 이름, 자동차 번호판 0815 등은 이야기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인지 궁금하다.

별로 대단한 것은 없었습니다. 화림은 일본말을 할 줄 알아야 했어요. 그래서 시작하자마자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캐릭터로 끌고 가는 게 효율적이라서 그렇게 했죠. 저도 가끔 비행기 타면 승무원이 일본어나 중국어로 말 걸 때가 있거든요. (웃음)

‘명량’을 오래전에 봐서 최민식 선배의 이순신 이미지를 잊고 있었어요. 시사회 때 그 반응이 나오길래 관객들이 그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게 그때야 보이더라고요. 동전을 던지는 건 실제로 하는 행위인데 보통 10원짜리를 주죠. 풍수사가 묘를 관을 꺼내 이장할 때 그 땅의 값어치로 땅의 신에게 돈을 주는 겁니다. 근데 10원짜리를 던지면 흙과 색이 비슷해서 잘 안 보여요. 그렇다고 500원짜리로 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100원짜리를 선택한 건데 얻어걸렸네요.

기순애 스님은 옛날 고서들 보면 우리나라에서 일본어가 유행할 때 기츠네(여우) 발음이 안 돼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더군요. 차 번호판 0815은 우연인 것 같네요. 미술팀이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웃음) 등장인물 이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Q. ‘파묘’에 대해 공포를 기대하는 관객들과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것 같다. 

저는 앞에 만든 두 작품을 공포 영화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공포 영화로 받아들이는 분이 있죠. 그렇다고 그분들을 제가 말릴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장면들에서는 음향 효과를 과도하게 쓴다든지 해서 그런 분들도 만족시켜 드리려고 서비스에 애는 썼어요. 하지만 근본은 바꿀 수가 없죠.

▲'파묘' ⓒ쇼박스
▲'파묘' ⓒ쇼박스

Q. 운동화를 신고 있다든지 Z세대 무당처럼 그려진 점이 인상적이고 감독님 전체 작품을 통틀어서 가장 위트 있고 재미가 녹아들어있다.

무당 분들이 실제로 그래요. 약간 에어 있는 거 신더라고요. (웃음) 왜냐하면 오래 떠있어야 되니까요. 위트는 유해진 선배가 많이 살려주셨어요. 기가 막힌 사람이에요. 진짜 연기 장인입니다. 과하지 않게 적당하게 연기하시죠. 유해진 선배는 대한민국에서 연기 제일 잘하는 것 같아요. 연기는 사실 비교하는 건 애매하긴 합니다. 유해진 선배는 기술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하는 것 같습니다.

Q. 풍수사, 장의사 캐릭터 설정과 캐스팅을 어떻게 계획했나. 자료조사 방법도 궁금하다.

일단 풍수사, 장의사 분들을 만나봤죠. 없어져가는 직업이라 다 나이가 많아요. 그리고 엄청 꼬장꼬장하세요. 요즘 잘 나가는 젊은 무당들 보면 몽클레르 입고 포르셰 타고 다녀요. 다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분위기죠. 그래서 영화에서 서로 무속인은 발랑 까졌고 하고 장의사는 꼰대라고 해요. 실제로 그런 세대들이 서로 의존해서 처음에는 아이, 다음 세대를 구하고 다음 세대가 살아갈 터전을 청소하죠. 그렇게 세대를 맞추다 보니까 배우 앙상블과 캐스팅도 그렇게 됐어요. 

자료 조사는 제일 처음에 찾아간 곳이 한국장례협회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관 팔고 하는 장의사 점포가 없어요. 한 군데도 남아 있지 않아요. 다 상조회사로 갔어요. 그래서 한국장례협회에서 라스트 스탠딩하고 있는 몇몇 분들을 소개해 줬어요. 근데 그분들은 진짜 높으신 분들만 상대해요. 그냥 상조회사에서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정말 장인들이라 ‘부티크’처럼 된거죠. (웃음)

그중에 한 분을 만났더니 자기 수업을 듣고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이번 기회에 따라고 하시더군요. 앞으로 블루오션이래요. (웃음) 수업 듣고 일정 시간 실습을 하면 민간 자격증을 주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아직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풍수사분과도 연결이 됐어요. 저희들은 미신이라 생각하지만 그분들은 스스로 과학자라 생각하세요. 지질학 박사 같은 분들이죠. 그래서 무속인과 같이 엮지 말래요. 자신들은 굉장히 아카데믹한 사람들이라고 하죠. 근데 무속인들은 그들을 땅쟁이라고 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같이 일할 때가 있어요.  

풍수지리가 참 재미있는 게 보통 사람들은 미신으로 생각하지만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은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더군요. 

Q. 크게는 두 가지 이야기로 나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보다 몰입하는 힘이 부족하다고 여길수도 있을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작가적인 욕심입니다. 이 이야기도 허리를 끊어버리고 싶었어요. 두 개의 이야기를 엮어주는 대사가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입니다. 이야기의 구성도 그거랑 똑같이 하고 싶었어요. 앞 이야기는 뒤를 위한 연막탄이죠. 그래서 중간에 허리를 끊어버리는 구조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호불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막 구조의 영화를 많이 봐오셨잖아요. 이게 주제나 구조와 제일 잘 어울리고 해서 중간에 허리를 끊는 게 제일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Q. 이번에도 만화적인 구성과 스토리텔링이다.

이번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촬영했습니다. 보통 촬영을 할 때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를 적어요. 한 컷 한 컷 그려서 이어붙이기를 하거든요. 지금까지는 영화를 다 그렇게 만들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관객들은 이 한 컷 한 컷을 보지 않아요. 그냥 여기에서 오는 감정과 기분을 느끼는 거죠. 이번 영화는 기운이 중요했거든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모개 촬영감독님과 정말 고민을 하면서 이 영화는 기운을 담아보자, 한 컷 한 컷 예쁜 그림을 찍지 말자 했어요. 진짜 엄청 많이 찍은 다음에 여기서 조금씩 저기서 조금씩 투박하더라도 이어붙여서 에너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런 류의 느낌이 나는 영화로 유명한 게 ‘황해’와 ‘아수라’죠. 근데 그렇게 하니까 현장에서 죽겠더라고요. 이어붙이는 게 막 머리가 깨질 것 같고 편집할 때도 이렇게 이어서 붙여놓으면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요. 기분으로, 느낌으로 편집하는 거니까 어떤 날은 이상한데 어떤 날은 별로예요. 오래 걸리고 너무 힘들었던 과정이어서 다신 안 하려고 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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