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약·바이오 업계는 코로나19 펜데믹을 지나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향한 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온라인으로만 이뤄졌던 해외 행사들이 오프라인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는 올해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CPHI Worldwide 2023'에 참가해 ‘K-제약바이오’의 위상을 알렸다. 또한,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선 오너 2·3세의 경영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으며, 무엇보다 기업경영의 메가트렌드인 ESG 실천 움직임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SR타임스가 올해 제약·바이오업계의 주요 이슈를 되돌아봤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올해 제약·바이오업계는 R&D 부문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국내외 활동 폭이 넓어지면서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연구 및 임상 발표와 해외 전시 행사도 원활히 진행됐다. 다수의 공동 연구개발 협약은 물론, 해외진출 활로 모색에도 숨통이 트였다.

특히, 지난 10월 스페인의 피라 바로셀로나 그란 비아(Fira Barcelona Gran Via)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전시회 CPHI(세계원료의약품 박람회, Convention on Pharmaceutical Ingredients) 2023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다수 참여해 브랜드와 사업 목표를 알리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다.

셀트리온그룹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각각 주총을 개최하고 95%가 넘는 찬성으로 합병안을 가결 시키면서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이달 28일 정식 출범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두 곳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셀트리오제약과의 합병 절차도 착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24년 제약·바이오업계는 오너 2·3세들의 활약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롯데지주·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삼진제약 등은 올해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오너 2·3세를 경영 전면에 내세우면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도 제약·바이오 분야에 힘을 실어 줄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연 매출 1조 원 이상을 달성할 신약을 2건 개발하고, 바이오헬스 분야 핵심 인재 11만 명을 양성키로 했다. 무엇보다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인 바이오헬스혁신위 출범을 통해 현장이 체감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는 것은 물론,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제일약품 심포지엄 진행 모습. ⓒ제일약품
▲제일약품 심포지엄 진행 모습. ⓒ제일약품

◆R&D 부문 성과 지속…국내외 기관서 임상 승인 이어져

대웅제약이 당을 배출하고 분해하는 두 기전을 함께 가진 ‘1+1 당뇨병 치료 복합제’ 개발에 나선다. 대웅제약은 엔블로와 제미글로 복합제(DWJ1563) 임상 1상에서 투약 안전성을 확인했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ZYMFENTRA, 램시마SC 미국 브랜드명)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으로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고, 최근엔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건선 치료제인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 바이오시밀러 ‘CT-P55’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도 승인받았다. JW중외제약은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JW2286’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으며, 동아ST(동아에스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면역항암제 ‘DA-4505’의 임상 1/2a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제일약품은 당뇨 복합제 ‘듀글로우정’(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피오글리타존) 론칭 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듀글로우정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메트포르민 및 다파글리플로진을 투여 받던 환자에서 메트포르민 및 듀글로우정으로 변환했을 때 당화혈색소 0.69%의 추가 감소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개발 및 수출 등 업무협약 체결 ‘활발’

광동제약은 이탈리아 희귀의약품 전문기업 ‘키에시’와 키에시의 희귀의약품 락손, 엘파브리오, 람제데 등 글로벌 신약 3개 품목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및 유통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BMS와 2억4,200만달러(한화 3,213억원) 규모 면역항암제 의약품을 2030년까지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주체는 SWORDS LABORATORIES 언리미티드 컴퍼니로 아일랜드에 위치한 BMS의 자회사이며, 해당 계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에서 7년여간 BMS 주력 제품인 면역항암제를 생산하게 됐다.  대웅제약이 자이더스 월드와이드 디엠씨씨(Zydus Worldwide DMCC, 이하 자이더스)와 항암제 DWJ108U(성분명: 류프로라이드아세트산염) 데포(Depot, 서방형) 주사제의 미국 내 임상 개발 및 상업화 권리에 관한 공동개발·기술수출·상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은 또, 36호 국산 신약 ‘엔블로’를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나라들에 수출한다고도 밝혔다. 유한양행은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 혁신적 소분자 항암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항암 신약개발 기초연구, 항암 신약 후보물질의 공동 개발, 기술이전과 상용화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생명 존중’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별세

제약업계의 큰 별이 졌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 헌신해온 ‘박카스의 아버지’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0월 3일 별세했다. 고 강신호 명예회장은 195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42년간 제약업계 현장을 진두지휘했으며, 1975년 당시 145억 원의 대단한 매출 기록을 세우고, 동아제약을 글로벌 종합 헬스케어 그룹으로 도약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강 명예회장은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는 신념으로 의약품 선진화를 통해 국민 건강 향상에 전력을 다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
▲CPHI 2023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에서 고객사를 맞이하는 존림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동아ST·롯데·삼성·셀트리온·에스티팜·JW홀딩스 등 ‘CPHI 2023’ 활약

올해 CPHI 2023은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2,5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석하고, 4만5,00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가 방문했다. 특히, 동아ST, 롯데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에스티팜, JW홀딩스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가 다수 참여해 비즈니스 확대 총력을 기울이며 ‘K-제약바이오’의 위상을 알렸다.

동아ST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총력을 기울이며 튀르키예 등과 해외 판권 및 수출 계약 성과를 얻었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원직 대표가 전면에 나서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CDMO에 집중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만의 CDMO 사업 목표를 널리 전파했다. 에스티팜은 올리고·합성신약·mRNA CDMO 각 주요 사업 담당자와 연구소 핵심인력 등을 총동원해 CDMO 수주 확보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해 박차를 가했으며, JW홀딩스도 단독 부스를 마련해 JW중외제약, JW생명과학 등 의약품들을 소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면서 유럽 시장 내 잠재 고객들에게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등 주요 품목 라인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몸집 커지는 셀트리온그룹,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절차 진행

셀트리온그룹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10월 각각 주총을 개최하고, 두 주총 모두 95%를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합병안을 가결 시킨 후 순차적인 절차를 이행 중이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합병에서 최근 주식매수청구 절차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통합 셀트리온은 재무적 부담은 줄이고 출범을 거쳐 본격적인 성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새해 1월 12일 신주 상장까지 진행되면,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은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통합 셀트리온은 2030년 22개 바이오시밀러를 필두로 매출액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0월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3 셀트리온그룹 기자간담회에서 합병과 관련한 비전과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나리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0월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3 셀트리온그룹 기자간담회에서 합병과 관련한 비전과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나리 기자

◆2024 제약·바이오업계 경영 전면에 나서는 오너 2·3세들 ‘주목’  

내년 제약·바이오업계에는 오너 2·3세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먼저, 롯데그룹은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롯데지주에서 신설되는 미래성장실을 맡겼다. 신 상무는 또, 미래성장실장이자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하게 됐다. 미래성장실은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제2의 성장 엔진 발굴에 나설 방침이다. SK바이오팜도 2024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에서 조직 내 시너지 도모를 위해 사업개발본부 산하로 사업개발팀과 전략투자팀을 통합 편성하면서 기존의 전략투자팀을 이끈 최윤정 팀장을 신임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최윤정 신임 본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다. 삼진제약은 2024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조의환 회장의 장남인 조규석 경영관리 및 생산 총괄 부사장과 최승주 회장의 장녀인 최지현 영업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앞으로 신임 조규석 사장과 최지현 사장은 사내이사로서 사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최용주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여기에 조 회장의 차남인 조규형 전무와 최 회장의 차녀인 최지선 전무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이번 인사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제약·바이오업계, 기업경영 ‘메가트렌드’ ESG 실천 앞장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가 기업경영의 메가트렌드가 되면서 업계의 사회공헌 및 상생 활동이 주요한 분위기 속에 제약·바이오업계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유의 고유 기술 바탕으로 지역 살리기 ‘진심’인 광동제약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강기능식품 기획·개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천연물, 전통원료 개발에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계약재배를 통한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지향하면서 원재료의 안정적인 수급과 철저한 품질관리에 힘썼다. 동아쏘시오홀딩스·셀트리온·유한양행, 환경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 주력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EM흙공 던지기, 어스아워 캠페인,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 업무용 차량 전기차 전환 등 환경보호,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 갯벌 보존 및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호를 위한 정화 활동, 유한양행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수달의 서식지 보호를 위한 나무 울타리 만들기 활동을 진행했다.

▲2023 건강기능식품 기획·개발 교육. ⓒ광동제약
▲2023 건강기능식품 기획·개발 교육. ⓒ광동제약

◆신산업규제위, 고가 항암제 재평가 등 신사업 규제 푼다

고가 항암제의 위험분담약제 재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프트웨어 재인증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등 규제 개선이 이뤄진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자문기구인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규제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앞으로 고가 항암제의 위험분담약제 재평가 시 제출자료 및 평가 절차를 간소화해 항암제의 공급 안정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외에도 ▲민간 클라우드서비스 보안인증 취득 시 부담 완화 ▲친환경 선박용 기자재 개발 시 인증 및 검사 절차 개선 ▲수소가스 운송용 복합재료 압력용기 기준 개선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바이오산업 생산 23조4,000억 원…9.7%↑

작년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이 전년 대비 9.7% 증가한 23조4,6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는  12월 7일 ‘2022년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바이오협회 주관으로 국내 1,089개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다.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은 2018년 10조6,067억 원에서 2022년 23조원대로 증가하는 등 연평균 22%의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인 ‘바이오헬스혁신위혁신위’ 출범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연 매출 1조 원 이상을 달성할 신약을 2건 개발하고, 바이오헬스 분야 핵심 인재 11만 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새로 출범시킨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 ‘바이오헬스혁신위혁신위’는 위원장인 한덕수 총리를 비롯해 12개 중앙행정 기관장과, 민간위원 중에서 김영태 서울대학교병원장을 부위원장으로 분야별 위원 17명을 위촉해 구성했다. 혁신위는 구체적 목표로 ▲연 매출 1조 원 이상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혁신 신약 2건 창출 ▲의약품·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 수출 2배 달성 ▲선도국 대비 기술 수준 82% 달성 ▲바이오 연구 빅데이터 100만 명 구축·개방 ▲바이오헬스 핵심인재 11만 명 양성 등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등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