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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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PF 대출잔액과 연체율이 증가한데다 우발채무 규모가 현금성 자산보다 큰 건설사의 부실 위험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PF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대출하는 것을 말한다. PF 우발채무는 부동산 시행사가 부도날 경우 PF 대출을 보증했던 건설사가 빚을 떠안아 채무가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최근 업계에선 태영건설이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돌입한다는 풍문이 돌았다. 결과적으로 태영건설 부도설은 ‘낭설’로 드러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건설사 줄도산에 대한 우려가 꺼지지 않고 있다. 

20일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급변한 시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고 옥석이 가려지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계의 PF시장 개선을 위해 미국 연준금리 인하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부도설 풍문의 주인공이었던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4조4,100억원이다. 민자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 규모로 이 중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미착공 상태로 남은 현장의 비중이 한국신용평가 추산으로 47%(1분기 기준)다.

미착공 현장의 45%가 6대 광역시를 포함한 지방광역시인데다 모든 지방이 미착공 상태인만큼 대출 연장 없이 사업을 마감할 경우 태영건설이 이행할 보증액은 약 7,200억원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78%다. 시공능력평가 35위 내 건설사 중 가장 높은 부채비율이다.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이달 말 확보해 지원할 예정이다. 

태영건설 외에도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의 PF 우발채무 위기가 제기되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롯데건설의 시행사에 대한 PF 우발채무는 4조9,700억원으로 추산됐다. 코오롱글로벌은 8월 말 기준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서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 현금성 자산이 2,377억원으로 PF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현금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연체율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지난 9월 말 건설사들의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연체율은 2.42%다. 2020년 0.55%(92조5,000억원) 수준이던 연체율은 2년 만에 4배가 늘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의 주요 사업 중 특히 분양사업은 수익 반영이 단기간 내 이뤄지는 캐시카우였겠지만, 현재와 같은 고금리에 더해 부동산 불경기에 채무를 안게 되면 수요가 한정된 지방 현장, 미착공 현장 등을 보유한 건설사들은 그만큼 자금난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재무가 건전한 기업들은 리스크를 피하고자 분양사업이 아닌 수익성이 확보되는 다른 사업부문이나 신사업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며 "호황기에 벌인 사업장은 많고, 자구책 마련이 힘든 건설사는 고금리와 자재가격, 인건비 상승이 겹친 상황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은 부동산 호황기에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분양사업에 대한 수익성을 바라보고 현장을 늘린 탓"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워크아웃설이나 부도설이 나올수록 사업실적이나 신용을 가지고 자금을 끌어오는 건설업계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너무 배려할 필요는 없다"며 "이를 기점으로 무분별하게 사업장을 늘린 부실기업은 가려지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를 관망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PF 위기 사업장이나 미분양 현장 증가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문제가 되는 PF 사업장들은 기본적으로 시장이 좋을 때 추진된 게 대부분이므로 갑자기 시장이 나빠지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특히 미분양은 지난 몇 년간 추진된 사업들, 즉 취소나 보류를 택하기 힘든 사업장들이 가시화된 것으로 사업성과 지역수요가 불충분하거나 공급물량이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문제는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PF 위기와 이로 인한 미분양 등은 정부가 책임질 사안은 아니고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선 연준의 금리 인하가 먼저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및 그 상단이 불확실하다는 사업환경은 아파트 등 주택으로 대표되는 건설시장을 위축시켰다. 국내에서는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키며 PF 분야를 위축시켰던 2022년의 레고랜드 사태가 가중요인이었다"며 "업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미 연준 금리가 내려야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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