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간임에도 김정은 체제 해체와 탈북민 정착에 대한 방향을 또박또박 짚어주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SR타임스
▲이른 시간임에도 김정은 체제 해체와 탈북민 정착에 대한 방향을 또박또박 짚어주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SR타임스

◆ 홍용락 고문이 만난 '시대를 바꾸는 사람들' [19] 북한 정권으로부터 13년 동안 공개암살 대상자로 지목된 탈북민 1호 박사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성공한 탈북민의 대명사, 탈북민 1호박사, 종편 방송의 북한 관련 프로그램 단골 출연자, 세계탈북인총연맹 총재로 탈북민들의 인식과 지위 향상 기여자, 등으로 일반 국민들한테 잘 알려진 안찬일(68) 이사장을 여의도에서 공동대표로 있는 통일 관련 단체 사무실에서 만났다.

 

상대방에 대한 친절함과 배려가 생활화 되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탈북민이라는 선입견조차 가질 필요 없이 인터뷰를 시작했다.

또, 북한 정치를 전공한 정치학박사로 일정 기간 국가정보기관에 협력 근무를 한 분이지만, 조금 민감한 기밀정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덧붙여, 일반 국민에 대한 공개 가이드라인도 참고로 제시해 주는 아주 현명한 분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었다.

 

북한에서 부모님이 사범대학에 적을 올려 병역면제를 시키려 했지만, 자진해서 군에 입대해 부소대장(상사)으로 9년 동안 북한 정권에 충성을 다해 줬다는 얘기도 스스럼 없이 한다.

 

그렇지만 북한의 김씨 왕조 세습체제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하고 1979년 미련 없이 남한으로 넘어와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왔다.

 

자신의 운명은 바꿨지만, 아직도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정권을 해체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분이다.

 

북한 정권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암살하겠다고 지목된 탈북자 4인방 선언을 받은 중의 한 분이다. 그런 이유로 남한당국의 개별 경호도 받지만,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는 당당한 분이다. [편집자 주]

 

- 김씨 세습왕조에 정면 반발...귀순 후, 김씨 정권에 대해 촌철살인 비판자로 변신한 탈북 1호 박사

- 탈북민 정책은 탈북민 자율적 손으로 실행하고 정치적으로 이용 못하게 하는게 정답

- 13년 동안 북한 정권으로부터 공개암살 대상으로 지목에도 불구 북한 정권 해체를 위해 살신성인 각오

- 정부가 북한 인권 불이행시 구체적인 행동으로 압박(대북 전단, 확성기, 제3국 탈북민 수용소 건설 등)하는것이 대북 정책 정상화 

- 남한 주민이 탈북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협조로 탈북민의 좌향화와 이탈 막아야

▲2019년 전 정권에 의해 이뤄진 동해로 귀순한 청년들에 대한 강제송환 진상을 밝힐 것을 남.여자탈북인들과 삭발로 항의하는 안 이사장(왼쪽에서 첫 번째)ⓒSR타임스
▲2019년 전 정권에 의해 이뤄진 동해로 귀순한 청년들에 대한 강제송환 진상을 밝힐 것을 남.여자탈북인들과 삭발로 항의하는 안 이사장(왼쪽에서 첫 번째)ⓒSR타임스

 

Q. 너무 반갑습니다. 이 기사가 ‘시대를 바꾸는 사람들’인데 안 이사장님한테 꼭 맞는 제목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 북한에서 태어나 남한에 와서 제 나름대로 착실하게 학업도 하고 원만한 가정생활도 하고, 또 내가 배우고 경험한 북한 독재정권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다 보니까 그런 평가를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과분한 칭찬 같기도 하지만, 저와 생각을 같이하는 3만 4천명의 탈북민들한테도 같은 평가를 해 주면 좋겠습니다.

 

Q.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북한에서 탈출하는 탈북민들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이유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북한의 경계와 감시체제가 강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김정은 정권도 자기네 체제를 살기 싫다고 도망치는 사람이 많아지면, 비례해서 북한 내 주민들의 동요도 심해지고,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아무리 지상낙원 사회주의 체제라고 선전해 봐야 믿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망신살 뻗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정권의 위신을 생각해서 최소한 탈북자는 막아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경계선에 철조망과 콘크리트 방벽 설치를 더 강화했습니다.

또, 국경경비 병력을 인민무력성 소속에서 국가보위성 소속으로 지위를 승격(?)시키고 있습니다. 경비병력의 신분을 높여서 더 강한 감시를 꾀하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탈북민들이 국경경비대의 동조 없이는 탈북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비대에게 탈북민을 검거하거나 신고하면 북한 돈 1만원(대학교수 2개월 월급에 해당)의 포상을 한다든지, 입당 등의 유인책도 제시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전에 비해 탈북경비가 더 삼엄하기 때문에 탈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에서 탈출하는 탈북민은 거의 없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 식량난이 꽤 심각합니다. 그나마 장마당이 있어서 1990년대 초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던 일명 ‘고난의 행군’ 시절의 지경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생필품 부족과 식생활에 애로를 겪고 있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일가가 2000년을 통치한다고 장담하며, 세습 독재를 이루기 위해 10세 딸 김주애까지 백두혈통 후계자로 내세우지 않습니까?

문제는 기성세대들이나 연세 드신 분들은 세습통치를 어느 정도 묵인하고 있지만, 젊은 MZ세대(밀레니엄세대)들을 중심으로,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김씨 왕조에 대한 충성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하나 더 탈북민이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강조할 부분이 있습니다.

남한에서 지난번 정권은 탈북민들을 어느 정권보다 홀대했습니다. 지난 정권은 공공연하게 남한에 와 있는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문제가 있어 도망쳐 온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까지 했습니다.

한 마디로 탈북민들을 북한 표현으로 ‘밥상 밑에 코 처박고 엎드려 있어라’는 식으로 대했지요.

이것만이 아니죠. 지난 2019년 동해로 탈북한 북한 청년들을 적법한 절차도 없이 판문점을 통해서 강제 송환시켜 버렸습니다.

그 당시 남한에서는 송환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쟁점이 됨), 북한은 이 장면과 총살하는 장면까지 계속 주민들한테 보여 주면서 탈북해서 남한에 가도 다시 송환된다는 선전을 하며 협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탈북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또, 중국이 북한 정권과 공조해서 육로 탈출을 막기 위해 AI(인공지능) 센스 설치 같은 더 강한 차단벽을 만들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어려운 북한 내부 상황으로 보아 남한 측에서 받아만 주면 앞으로 탈북 행진은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진 왼쪽부터) 1968년 1.21 사태 때 청와대를 습격하다 생포한 김신조 목사, 영국 공사로 있다가 탈북한 태영호 의원과 함께 북한 정권 해체를 주제로 방송한 후의 안 이사장ⓒSR타임스
▲(사진 왼쪽부터) 1968년 1.21 사태 때 청와대를 습격하다 생포한 김신조 목사, 영국 공사로 있다가 탈북한 태영호 의원과 함께 북한 정권 해체를 주제로 방송한 후의 안 이사장ⓒSR타임스

 

Q. 그렇군요. 며칠 전(5월 6일)에 서해상을 통해 일가족 9명이 우리측으로 넘어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재 기관에서 신문 중이지만 이사장님께서는 그들이 왜 넘어왔는지 알고 계시죠?

== 왜 왔겠습니까? 그것도 사돈 관계인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서 가족을 데리고 넘어왔습니다.

이런 관계로 탈북한다는 것은, 북한 체제가 상호감시체제이기 때문에 사전에 어떤 식으로든지 밀고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황해남도 강령군에서 평범한 북한 주민들이 돈을 모아 배를 구입해서 일가족을 데리고 귀순 해 왔습니다.

이 상황으로 보면 북한 정권이 아무리 탈북주민들에게 통제와 처벌을 강화해도 기회와 장비만 주어지면 해상탈출 등의 방법으로 언제든 탈출해 남한으로 넘어 올 것입니다.

 

Q. 그렇다면 남한에서도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전향적인 방법을 찿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한꺼번에 많은 주민이 탈북할 경우 양적으로 수용 공간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들을 남한사회에 연착륙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좋은 말씀입니다.

양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숫자가 탈북해서 남한으로 들어올 경우 대비책은 충분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원 수용 규모만 봐도 몇 만 명은 수용 가능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숫자가 넘어와도 대비책은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윤석열 정부 들어 정착금도 700만~800백만 원 정도 주고, 공부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교육 기회도 제공하고요. 노력하면 직업도 알선해 주는 체계적 지원 체제가 다시 가동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문재인 정권에서는 탈북민들을 핍박하지 않았습니까?

현실적으로 보면 탈북민들이 정착하기 가장 좋은 곳은 역시 남한 땅, 대한민국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국 정착이 싫어 자유 진영인 미국이나 영국에 정착한 사람들 상대적으로 힘들게 살아갑니다.

이전에 이집트대사를 지낸 장 모 씨나 김정은의 이모부와 이모가 탈북해서 미국에 정착했지만, 세탁소 등의 일을 하면서 힘들게 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단언컨데, 정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국 정부의 탈북민 정책은 자유 진영 중에서도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탈북민 입장에서도 문화, 언어, 음식, 인간관계 등의 여건에서 남한만 한 정착지가 없습니다.

그보다 앞서서 문제로 봐야 할 부분은 남한 주민들의 탈북민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개선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지난 정권은 북한 김정은 눈치를 봐서인지, 탈북민을 남한 국민 사이에서 이단적인 부류로 치부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사실 정책적 차원에서 탈북민을 같은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 존중해서 주면 됩니다.

예를 들면, 남한 사회에서도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같은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지속하니까, 일반 국민들 사이에 소외계층도 우리가 함께 배려하면서 살아 나갈 공동체 구성원이란 인식이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탈북민에 대한 배려도 정착을 위해 지금처럼 물질적 지원도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회에서 같이 협조하고 배려하며 살아 나가야 할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것을 정책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할 사항입니다. 물론 탈북민들도 적극 협조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죠.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어려운 탈북민들에게 쌀 전달 봉사활동을 하는 안 이사장(사진 오른쪽)ⓒSR타임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어려운 탈북민들에게 쌀 전달 봉사활동을 하는 안 이사장(사진 오른쪽)ⓒSR타임스

 

Q.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는 탈북민 정책은 어떻다고 느끼고 판단하십니까?

== 탈북민 정책이 정상화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대통령 부인께서 드러나지 않게 탈북민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소통의 기회도 자주 가짐으로써, 전 정권에서 일탈한 탈북민 정책이 정상화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탈북민 정책은 약간은 충돌하면서도 이제는 정방향으로 진행되어 가리라고 확신합니다. 한국 속담에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더 거론하고 싶은 것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는 누가? 어떻게? 해줘야 할지에 대해서 탈북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이 됩니다.

남북한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통일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가면,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분명하게 앞장선 정부에 북한 주민들이 손을 들어 주지 않겠습니까?

 

Q. 굉장히 중요한 얘기입니다. 많은 남한 주민은 통일문제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통일비용 부담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북한 체제가 불안하기 때문에 불시에 통일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때를 대비하자는 말씀입니까?

== 나는 정치학자입니다. 그것도 많은 시간 북한 정치와 통일 문제를 연구해 왔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전(前) 전(前) 정권에서 ‘통일 대박’이란 말을 했습니다.

기억나시죠? 그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닙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북한의 경제 사정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정권은 북한 체제 보장을 위해 핵무기를 가지고 몽니(?)를 부립니다.

아직 대다수 북한 주민은 김씨 일가의 선전·선동에 속아 핵무기만 있으면, 아무도 북한 정권을 못 건드리는 것으로 세뇌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질적으로 압도하는 신무기 앞에서는 핵무기는 사용도 못 하고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 시점에는 김정은 정권과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분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때 통일은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마음을 얻은 정치집단이 주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를 대비하고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정책적으로 우리는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해야 합니다.

 

Q.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 국가에서 꾸준히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있고, 우리도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나요?

==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자유국에서는 자기 국가 기준의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인권 문제를 거론합니다.

또, 정작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좌파 정권하에서 거론 자체를 금기시하기까지 했습니다. 좌파 정권들은 본색이 그러니까, 그렇다 칩시다.

우파 정권들은 이 문제를 강하고 분명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인권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통일문제를 해결하고 앞당기는 비책이라고 분명하게 인식하고 대북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정치하는 정치집단은 정치를 잘하는 목적과 이유가 분명해야 하고, 정치 잘하는 집단은 잘한 정치의 결과물도 만들어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처럼 북한 정권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북한 주민 인권 문제 제기는, 오히려 김정은 정권하고 갈등만 키울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김정은 정권이 정권 자체 차원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사용을 당장 실행하겠다고 하면 김정은 정권은 분명하게 긴장할 것입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북한이 휴전선 철책 통로에 목함지뢰를 설치해서 우리 장병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때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적으로 재개하지 않았습니까! 당황한 북측에서는 최고위 측인 황병서를 판문점 회의에 내보냈고, 그한테 사과를 받아 내지 않았습니까?

▲미국 NBC TV와 북한 정권의 실상과 탈북민에 대한 세계여론을 환기하는 방송을 한 후 인터뷰한 미국 기자와 함께 한 안 이사장ⓒSR타임스
▲미국 NBC TV와 북한 정권의 실상과 탈북민에 대한 세계여론을 환기하는 방송을 한 후 인터뷰한 미국 기자와 함께 한 안 이사장ⓒSR타임스

 

Q. 현재 탈북민이 3만 4천명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북한으로 재입국한다고 합니다. 탈북민이 북한으로 재입국하는 이유와 북한에 가서 어떻게 활동하는지요?

== 공식적으로 북한으로 재입국자가 30명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만, 비공식적으로는 200~300명 정도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탈북민이 북한으로 재입국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선 남한 사회에 부적응한 경우가 있습니다. 또 금전 문제 때문에 자본주의 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와, 나아가 편견과 차별적 인식 등의 문화적으로 적응을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부적응이 드물게는 범죄로 이어져서 도피처로 북한으로 재입국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볼모로 북한 보안당국의 회유와 협박으로 재입국하는 경우입니다.

세 번째, 간첩으로 파견된 사람들이 재입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행방불명 된 200~300명이 여기에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 중 2017년 남한 종편 프로그램 ‘모란봉클럽’과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고정 출연했던 임지현(북한명 : 전혜성)이 북한으로 재입국하고, 북한 선전매체에 출연해서 남한사회를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선전 선동책에 동원되고 있는 케이스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아직 그가 살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김정일 시대는 탈북민에게 무조건 처형 등의 처벌 위주였지만, 김정은 시대는 상대적으로 조금 완화되고 있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Q. 그렇군요. 북한 정권에 의해 간첩으로 파견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나 정보당국도 긴장해야겠네요?

== 그렇습니다. 제 경험치로 봐서는 탈북민 1,000명 기준으로 2~3명은 이런 부류로 분류될 탈북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탈북민 고정간첩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북한의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정찰총국에서 교육받고 파견되는 고정간첩이 있습니다.

두 번째, 중국에 나와 있는 국가보위성 요원에 포섭되어 한국에 탈북민으로 들어와 고정간첩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경우는 중국에서 북한 기관에 포섭되어 남한에서 군인 장교와 결혼해 군 정보를 빼돌리다가 지난 2008년 구속된 원정화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제 이들은 어려운 탈북민 생활에 보탬을 받기 위해 북한 기관의 일도 하고, 때에 따라 남한정보기관의 일도 이중으로 하는 소위 짝퉁 간첩(?)행위를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북한에 통일 선전부와 정찰총국에서 탈북민으로 위장해서 파견되는 고정간첩은 상당히 경계해야 될 문제입니다.

이들은 정보수집 등의 일선 첩보활동에 동원되는 것보다는, 평상시는 일반 탈북민으로 위장하고 있다가 유사시 남한 내 소요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민간인을 가장해 선동 및 전위대로써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김정은 정권의 대남통일 전략의 핵심적인 방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 정권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이런 문제에 대해 해이했던 점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는 새롭게 점검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대학생과 함께하는 정부의 통일과 대북정책 세미나에 앞서 기조연설을 하는 안 이사장ⓒSR타임스
▲대학생과 함께하는 정부의 통일과 대북정책 세미나에 앞서 기조연설을 하는 안 이사장ⓒSR타임스

 

Q. 또 다른 탈북민의 문제점은, 북한이 싫어서 탈북한 분들이면서도, 남한사회에 정착하면서 언젠가부터 인가 이념적으로 소위 좌파 활동을 하는 부류도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 나도 가끔 그런 얘기를 듣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감각적으로 분류하면 탈북민은 80% 정도는 보수우파 이념을 따르고 있습니다.

나머지 20%는 이념적으로 적극적인 보수우파 이념의 소유자가 아니거나 좌파 정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현재 좌파 정당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좌파 정당에서 비례대표 의원 등의 정치적 대우를 해 줄 것이란 기대를 걸고 좌파 활동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잘되어 가는 국가라는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는 일견 긍정적으로 보고 싶기도 합니다.

공산주의가 싫어서 탈출한 사람인 탈북민이,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에 동조하는 좌파 활동도 할 수 있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건강한 민주주의 토대가 내려진 사회라는 반증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노골적으로 주체사상을 따르는 사람은 없지만, 앞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탈북민 중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보수정권에서는 이런 점을 예상해서 탈북민 리더를 탈북민 정책에 깊이 동참시켜서 선제적으로 자정 노력을 하는 정책 방향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남북하나재단이나 통일교육원 교육 등을 탈북민 리더들에게 책임자로 맡길 것을 기대합니다.

이렇게 될 때, 같은 탈북민 입장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알겠습니다. 요즘도 방송활동 열심히 하시죠? 요즘 탈북민 대상으로 하는 방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 아이러니한 얘기입니다. 요즘 종편을 중심으로 한 북한 관련 프로그램을 탈북민이 적극적으로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탈북민이 출연해서 북한 사정을 얘기하는 프로그램 아닙니까? 그런데도 정작 이 프로그램을 탈북민들은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많은 탈북민이 시샘하는 감정도 다소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같은 탈북민인데, 누구는 방송에 나와 명성도 얻고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하니까, 사람인지라 시샘하는 감정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객관적으로 고언을 할 수 있다면, 탈북민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남한 사람이 북한 실정을 이해한다는 생각을 제작진은 먼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작진은 북한 실상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예쁘고 젊은 여자들을 내세워 소위 프로그램을 예능화시키는 것은 조금은 절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치원 다니다 부모와 같이 탈북한 젊은이가 북한 실정과 정서를 얼마나 알겠어요?

특히, 해외 음식점에 근무하던 젊은 분을 내세워 북한 권력 구도의 내밀한 정보를 대본으로 써 줘서 읽게 하는 것은, 남한 국민들에게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불신시킬 뿐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 윤리 문제도 한번 생각해 볼 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Q. 이사장님께서는 방송에 적극 출연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 제가 타고난 말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남한에 와서 고려대를 다녔고 건국대에서 북한정치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과정 다닐 때부터 북한 정치에 대한 자료를 찾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정보기관과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고 졸업 후 정보기관에서 20여 년 근무하면서 생생하고 구체적인 북한 내부 정보를 파악하게 되었죠.

정보기관에 근무할 때는 극비정보를 대중매체에 알릴 수는 없는 구조와 입장 아니겠습니까? 정보기관 퇴직 후, 그때부터 방송 출연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또, 대학 교수도 하면서 북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는 학술 활동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언론매체에 많은 출연 섭외를 받게 된 것이죠.

▲이제는 김정은 정권 해체와 탈북민의 안정된 정착을 기조로 정상적인 대북정책 명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과 대담하고 있는 홍용락 고문(사진 왼쪽)ⓒSR타임스
▲이제는 김정은 정권 해체와 탈북민의 안정된 정착을 기조로 정상적인 대북정책 명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과 대담하고 있는 홍용락 고문(사진 왼쪽)ⓒSR타임스

 

Q. 어쨌든 이 분야에 전문가이시면서 유명인이지 않습니까? 혹시 가족들은 계시는가요?

== 예, 제 집사람은 탈북민이 아니라 서울 출신분입니다. 그리고 아들만 둘 뒀습니다. 미국 가서 공부했고, 열심히 해서 미국에서 직장 얻어 정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가정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허허 웃으며, 사람들이 나를 너무 이색적으로 보는 게 한때는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덤덤하다고 말한다)

 

Q. 이사장님은 그렇지만, 사실 사모님은 부담이 조금 있을 법도 합니다.

== 집사람 생각만 하면 내가 죄지은 사람 같이 느껴집니다. 지금은 탈북민도 많으니까, 그런 인식이 별로 없지만, 제가 처음 TV에도 좀 비치고 할 때 일입니다.

한번은 집사람 친척 집 자녀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그 친척이 집사람에게 저는 오지 말았으면 하는 의사를 전달받고 밤잠을 못 잤나 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따라갔으니, 집사람이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마침 그 자리에 주례서는 분이 제가 잘 아는 장관님이어서 저를 추켜세우고, 또 하객 중 많은 분이 저를 알아보고 일부러 인사를 건네서 어물쩍 지나갔습니다.

나중에 집사람으로부터 탈북민 부인으로서 주변으로부터 마음고생한 얘기를 듣고 나서 조금은 속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고 나니까, 이제는 많은 탈북민한테 용기를 주는 일에 앞장서는 입장이 됐습니다.

▲ⓒ홍용락 논설고문
▲ⓒ홍용락 논설고문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 분은 사막에 가서도 소리 없이 절치부심하며 살아나올 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20대에 신의주 고향을 떠나,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 하는 남한 땅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면서 세상 변화를 겪었다. 이제는 이분 손으로 통일을 위한 시대변화를 가져오는 초석을 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대할 만할 몇 가지 이유를 인터뷰로 알게 되었다.

먼저, 순간순간을 대처해 나가는 번뜩이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또 외유내강의 성격이지만 끊임없이 자기 목표를 추구하는 청년의 정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13년째 북한이 지시한 네 분의 탈북민 암살대상자의 한 분으로, 우리 정부 요원의 근접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런 위험에는 끄떡도 하지 않고 본인이 해야 할 김정은 체제 해체와 탈북민 정착을 위한 일이라면 뚝심을 보이는 분이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