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이번주 재계는 하반기 경영전략에 고심이 깊은 모습입니다.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은 경영 키워드를 '위기관리'로 정하고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나섰습니다.

산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내년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설립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국내에 현대차 신규 공장이 들어서는 건 29년만입니다. 다만 현대차 노사는 임금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파업 시행을 둘러싼 합의 등은 해결애햐할 과제로 남았습니다.

금융업계에서는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이 1년 새 60조원 가까이 늘면서 부실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는 9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까지 앞두고 있어 부실 위험에 대한 자체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게임업계에서는 NHN이 게임 자회사 NHN빅풋을 흡수 합병해 게임 사업 역량을 본사로 한데 모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합병기일은 오는 10월 1일입니다. 또 글로벌 IT 종합회사 NHN이 임직원의 근무 자율성을 높인 새 근무제도를 시행합니다. IT업계가 '유연 근무'를 택하는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때 재택근무가 정착되는 등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 속에서 효율적인 업무 성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뷰티 빅2 업체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시장 진출 전략이 눈에 띕니다.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 시장이 축소되자 북미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습니다. 목표는 같지만 LG생건은 인수합병(M&A)으로, 아모레는 온오프라인 채널 확대로 매출 신장을 노리며 다른 전략을 펼칩니다. 또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는 보다 빠른 배송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공통된 목표로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 재계, 하반기 비상경영으로 '정면돌파'

재계는 올 하반기 경영전략을 성장보다 생존에 맞추는 모양새다. 삼성은 최근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6년 만에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비상경영을 공표했다. 지난달 21일 경기 수원사업장 등에서 모바일경험(MX) 사업부를 시작으로 '2022년 상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에 돌입한 것.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고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난에 따른 완성차 생산 위축 타개책을 논의하고 시장 전략을 재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대면 회의로 정의선 회장의 참석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2년간 화상회의에 참석했던 글로벌 권역 본부장들은 올해는 모두 입국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관계사별 중장기 재무계획을 다시 세우고, 경영 시스템도 재구축하라고 주문했다.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가와 기업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총력전을 펼치라는 의미다.

◆ 현대차 노사, 국내 투자 계획 합의…29년만에 전기차 공장 신설

현대자동차 노사가 내년 국내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데 합의했다. 국내에 현대차 신규 공장이 들어서는 건 29년 만의 일이다.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11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15차 교섭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내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 양측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도 하기로 했다. 다만 현대차 노사는 임금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파업 시행을 둘러싼 합의 등은 해결애햐할 과제로 남았다. 노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 최초로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 1996년 아산공장 완공 이후 29년 만에 국내에 현대차 신공장이 건립되는 것이다. 내년 중 착공해 오는 2025년 차량 양산을 목표로 새 공장 건립이 추진된다. 회사 관계자는 "대내외 리스크가 있지만, 국내 공장 미래 비전과 고용안정을 중심으로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렸다"며 "경영환경 불확실 속에서도 국내 사업장이 글로벌 허브 역할과 미래산업 선도 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 시중은행, 기업대출 ‘역대급 증가세’…부실화 우려↑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이 1년 새 '60조원' 가까이 늘면서 부실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로 기업대출의 집중한 결과인데, 오는 9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까지 앞두고 있어 부실 위험에 대한 자체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총 572조3,949억원으로 전년 동기(512조5,549억원) 대비 11.7% 증가했다. 해당 기간 가계대출은 550조9,967억원에서 570조2,629억원으로 3.5% 늘었다. 올해 1분기 들어 기업대출 잔액이 가계대출 규모를 넘어선 것은 물론 1년 새 증가폭 역시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3배 이상 가팔랐다. 금융업계는 은행의 대출 부실화가 가계가 아닌 기업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경제상황은) 인플레이션의 우려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한계기업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정우진 NHN 대표. ⓒ각 사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정우진 NHN 대표. ⓒ각 사

◆ IT업계, 유연 근무 대세 될까

글로벌 IT 종합회사 NHN이 임직원의 근무 자율성을 높인 새 근무제도를 시행한다. IT업계가 '유연 근무'를 택하는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때 재택근무가 정착되는 등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 속에서 효율적인 업무 성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이달부터 사무실 출근, 원격 근무 등 근무형태에 대한 선택지를 직원들에게 맡기는 새로운 근무제인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를 실시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달 파일럿 형태로 근무제 운영을 시작하고 ‘격주 놀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일부터 임직원이 선택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를 할 수 있다. 다만, 오후 2시~5시까지는 올체크인타임으로 운영된다. 온라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주 1회 오프라인 만남을 권장한다. NHN은 집중근무시간을 폐지하고 오프데이를 신설하는 등 새로운 근무체제를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 이승훈 안양대학교 교수(게임학부)는 “게임은 지속적으로 창작하고 개발을 해야만 특성이 있어 대면으로 일을 해야만 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작을 개발할 때 보안을 철저하게 지켜야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유연 근무를 섣불리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NHN, NHN빅풋 흡수…게임사업 역량 강화

NHN이 게임 자회사 NHN빅풋을 흡수 합병해 게임사업 역량을 본사로 한데 모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병기일은 오는 10월 1일이다. 이와 함께 4대 핵심사업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위한 그룹사 구조 조정도 추진한다. 이번 합병은 게임사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에 따라 이뤄졌는 것이 NHN 측의 설명이다. 먼저 최근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합리화 추세로 사업 운영의 안정성이 확보됐으며, 그룹 내 신사업이 안정적 성장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본업인 게임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NHN은 향후 다양한 장르 기반의 글로벌 게임회사로 발돋움 해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NHN은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다키스트 데이즈, 우파루 오딧세이를 비롯해 스포츠 승부 예측, 소셜 카지노, RPG, SNG 등 다채로운 장르의 P&E(Play and Earn) 게임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정우진 NHN 대표는 “급변하는 게임산업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기 위해 사업 역량을 본사로 집중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며 “본사가 게임사업을 주축으로 체급을 키우고, 이와 함께 콘텐츠, 기술, 결제, 커머스 등 자회사 신사업의 동반성장을 이끌며 글로벌 톱티어 테크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왼쪽)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각 사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왼쪽)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각 사

◆ LG생건 M&A로, 아모레는 온오프 채널 확대로 북미 성장 속도낸다

화장품 업계 양대산맥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 시장이 축소되자 북미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LG생건은 인수합병(M&A)으로, 아모레는 온오프라인 채널 확대로 매출 신장을 노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G생건과 아모레가 북미로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LG생건은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주요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생건은 지난 4월 미국 MZ세대(1980~2000년 출생 세대)에 인기가 높은 브랜드인 ‘더크렘샵’의 지분 65%를 1억2,000만달러(1,48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모레는 최근 북미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현지 법인을 통해 세포라와 같은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 이커머스 채널 등 온라인 시장에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다. 아모레는 지난 3월과 4월 각각 라네즈, 설화수 등 주요 브랜드를 론칭했고 북미 시장에서 63%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같은 듯 다른 '퀵커머스' 전략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는 보다 빠른 배송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공통된 목표로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 세 기업의 목표는 같지만 전술은 다르다. 배민의 B마트는 맞춤공략으로 시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요기요의 요마트는 GS리테일의 GS더프레시와 GS25를 활용한 촘촘한 '배송망'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쿠팡이츠 마트는 현재 테스트 베드 지역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략 마련에 고심중이다. 퀵커머스 수요가 다시 큰 폭으로 늘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별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은희 국민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퀵커머스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젊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밀집지역과 홈족, 1인 가구 및 젊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퀵커머스가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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