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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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대기업 대출 한 달 새 2.5조 증가

- “회사채 한파, 자금수요 대출로 쏠려”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지난해 11월 84조원을 돌파했다. 전월보다 2.5조원 이상 늘면서 월 단위로는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통상 연말과 연초 부채정리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금리인상기에 직접 자금조달 방법인 회사채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대출을 통해 기업 운영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이 보유한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총 84조2,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 대비 2조5,724억원(3.1%) 증가한 액수다. 월별 기준으로 보면 최대 증가폭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23조7,72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6%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우리은행 역시 16조5,726억원으로, 농협은행도 13조7,798억원으로 각각 1.1%와 0.9%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반면 하나은행은 15조6,918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4조4,470억원으로 각각 0.4%와 2.4%씩 대기업 대출이 감소했다.

통상 기업들이 직접 자금 조달인 회사채 발행을 선호한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상승무드를 탄 상황에서 채권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로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에 기업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지난해 11월 회사채 발행 금액은 5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8,000억원이나 감소했다. 특히 주로 대기업과 관련된 우량물인 AA등급과 A등급 회사채 발행액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조원, 1조1,000억원씩 줄었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회사채 발행 조건이 악화된 영향이다. AA등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같은 달 중 연 2.580%까지 치솟으며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우량과 비우량을 구분 짓는 신용등급의 경계선에 서 있는 기업들에 금리 인상이라는 이벤트는 그 자체가 공포”라면서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유동성이 풀리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순탄한 것으로 보였지만, 경계선에 선 기업들에는 어려움이 극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으로 말해서 정책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공급된 대규모 유동성 지원으로 근근이 버틸 수 있었지만,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비우량 기업은 직접 조달시장으로 들어설 기회가 아예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외 환경을 고려하면) 기준 금리인상은 거스를 수 없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며, 이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결국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 것”이라며 “‘A’ 등급 이하 기업들도 회사채 시장을 통해 자생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채권투자자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하이일드펀드(고수익·고위험 채권형 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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