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하늘 봄 땅 봄 봄은 하늘에서 온다.어린 햇살에 감응하는 산수유 꽃눈탱글탱글 노란 등불에 봄을 밝힌다.봄은 땅에서도 온다.겨우내 납작 엎드린 냉이월척의 뿌리에서 봄 향기가 물씬물씬.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새 세상난다 긴다 하는 새 떼들이날아오르는 우포늪원경(遠景)으로 새 세상을 보여준다.해 질 무렵,우아하게 물을 차는 기럭기럭 큰기러기지구 반대쪽으로갓 지은 햇귀를 밀어 올린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소나무의 사랑법 사람은 사랑이다사랑으로 울고 웃는다사랑 받지 못해 울고, 사랑하면서 웃는다아이를 사랑하고, 손주를 사랑으로 안는다소나무가 손주 소나무를 키운다소나무가 더 큰 사랑을 품는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이 가을에 ‘모자란다’ 핀잔 듣고‘쭉정이’라 놀림 받아도 꿋꿋하게녹슨 낫에 베이는 행복한 만추(晩秋).애롱애롱 호롱호롱 와롱와롱알곡 터는 탈곡기 소리 너머갓 지은 햅쌀밥에 온기(溫氣)가 모락모락.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사물의 표정 천년 고도(古都) 경주의 돌담길돌 아이 하나가강아지풀과 소곤소곤. 감자를 깎다가 조우한눈두덩이 밤퉁이 된 민낯.밥벌이의 고단함으로 나를 만나는 저녁.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하늘하늘 하늘 도화지에구름이 그리는 환상의 찰나(刹那)검은 용의 승천(昇天).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농부의 젖은 어깨 위로희미한 무지개다리 하나.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텃밭 강태공 무더위와 장마 사이방치된 텃밭 채소는생계형 풀에 바로 잡힌다.겨우 존재하는 오이, 가지, 고추유기농 채소 바늘에 낚인 농부의 혼잣말,오잉? 가지가지? 매운 고추?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비틀즈랑 목백일홍 한평생 비틀비틀고분고분 대신 비틀어 ‘하류’(河柳) 생활문화 아이콘 비틀즈보다더 오래 비트는 못가 왕버들.배롱나무 목백일홍(木百日紅)백 일 동안 붉게 탄다.떨어지면 다시 피는 땅백일홍.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능소화랑 개망초 ‘부지깽이도 나와 돕는다’는 바쁜 농사철‘이리 오너라’ 행세(行世)하는 양반 꽃줄지어 피고, 소리 없이 진다.사람의 온기를 쫓아 피는 개망초손주 먹일 계란프라이나이 든 청춘들이 지극 정성으로 굽는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낮잠 일 년 중 해가 가장 높이 뜨고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 무렵.태양 광선이 무더기로 쏟아져 후끈후끈 달아오른다.영산홍 그늘에서 꿀잠에 빠진 돌 아이,입도 빙그레, 눈도 빙그레.그 옆에 평화하게 낮잠 자는 개 한 마리.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돌을 쌓다 하루 여덟 시간 돌을 쌓는다.세월에 인생을 쌓는다.수평의 돌담은 일용할 양식수직의 돌탑은 마음의 평화돌이 도가 되는 시간,집으로 가는 길.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버스 정류장 법원행 버스를 기다리며남루한 엉덩이를 의자에 걸친다.순간, 항문이 간질간질일어나 살펴보니내 똥구멍을 들여다보는표정 없는 개 한 마리.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굿모닝 씨발 ‘씨발, 씨발!’ 하는 아침은 굿모닝이다.심지어 찰지고 때로는 경이롭다.‘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사과씨 발아하는 날잡부 박 씨 발악하면서쌍떡잎 초록빛 희망을 본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여름이 온다 후다닥 떨어지는 봄꽃자리연두와 초록의 여름이순식간에 세상을 점령한다가시 같은 삶 속초록초록한 눈망울과그 너머 연두연두한 생명의 잎 싹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삼삼한 봄날 문을 열고 나가면 꽃 대궐이다.벚꽃, 목련, 동백꽃이사이좋게 봄을 지핀다.꽃길을 만드는 꽃들에 눈인사하는삼삼한 어느 봄날,3월 31일.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빼앗긴 향기 속옷은 입지 않아도마스크는 해야 하는코로나 시국도 이젠 끝이다.몇 해 동안 향기 잃은 봄이 오고 또 가고.마스크에 갇혔던 무표정한 얼굴빼앗긴 코에도 향기 가득한 봄바람이 부는 중.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빵빵 터지는 봄 대설 한파에 봄빛이 궁금하다.우수(雨水) 지나자 우주를 달려온 햇살이이 가지 저 가지에서꽃망울을 빵빵 터트린다.입이 궁금해 손이 가는강냉이의 달곰한 맛추억이 빵빵 터진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불상의 두 얼굴 입춘 무렵 눈옷을 걸친목 떨어진 불상(佛像) 하나따로 또 같이 묵언(黙言) 수행 중.절기의 순환과지구별의 자전과 공전미소 짓는 부처꽃과 목(木)백일홍.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마음으로 보는 법 산방산 아래 용머리 해안큰 바위 마음으로 보면저 절로 가는 스님이 보인다.눈 덮인 동백나무 사이가까스로 눈 뜬 꽃봉오리 하나수백의 분홍 입술로 말을 건넨다.마음을 흔들고, 세상을 흔든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겨우 사는 것들 잎 진 나무에위풍당당 겨우살이겨울 산을 살린다.모자란다 말해도 무심하게 초롱초롱삼복지간(三伏之間) 풋풋하게 견디고나락에서 황금 햅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