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본사가 위치한 D타워 돈의문 ⓒDL
▲DL본사가 위치한 D타워 돈의문 ⓒDL

- 주식 재상장 후 시총 15% 커져

- 지주사 DL, 현물출자 유상증자 전망

- 유상증자 후 DL에 대한 대림 지분율 42% 수준까지 오를 듯

- 지주사 위 사업회사 위치…불완전 지주사 체제

- 향후 대림과 DL 합병 가능성도

[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올해부터 지주·건설·석유 등 3개 부문으로 갈라진 대림산업이 주식시장에 재상장하며 덩치를 크게 불렸다.

시장에서는 기업 분할에 이어 주식 재상장까지 무사히 마친 DL그룹의 다음 수순은 유상증자를 통한 오너 지배력 확대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분할한 회사인 DL과 DL이앤씨가 지난 25일 주식 시장에 다시 올랐다.

앞서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대림산업은 지주사 DL, 건설 부문을 담당하는 DL이앤씨, 석유화학 부문을 맡은 DL케미칼 등 3개 회사로 나뉘게 됐다.

매매거래 직전 대림산업의 시가총액은 약 2조8,900억원으로 분할 비율인 0.44대 0.55를 고려하면 DL이 1조2,800억원, DL이앤씨가 1조6,1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주식 시장에 오른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종가 기준 주가는 ▲DL 6만6,400원~7만4,600원 ▲DL이앤씨 11만7,500원~12만7,50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두 회사의 시가총액만 DL 1조253억원, DL이앤씨 2조2,747억원 등 총 3조3,000억원으로 분할 전과 비교하면 약 15% 커지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의 목표 시총을 약 3조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이 한 회사에 묶여있어 저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분리해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했기 때문이다.

DL그룹은 주식 재상장을 거치면서 기업 분할과 관련된 공식적인 절차를 모두 마쳤다. 업계에서는 남은 수순이 DL의 유상증자가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실시해 DL이앤씨를 DL의 자회사로 편입하고, 오너의 그룹 지배력을 크게 높이려는 계획이다.

현재 DL그룹의 지배구조는 이해욱 회장→대림(舊 대림코퍼레이션)→DL 및 DL이앤씨로 이뤄져 있다. DL이앤씨 아래 대림건설 등 건설 계열사가, DL 아래는 DL케미칼과 나머지 계열사가 들어섰다.

분할에 따라 대림은 DL과 DL이앤씨를 각각 21%씩 소유 중이다. DL이 DL이앤씨 주주를 상대로 DL이앤씨 주식을 받고 대신 DL 주식을 발행해주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된다.

DL이앤씨 주식을 21% 소유한 대림은 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DL이앤씨 주식을 주고, DL 주식을 받아 DL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식이다. DL과 DL이앤씨의 주가 비율을 약 1: 2으로 가정할 때, DL이앤씨 주식 1주당 DL 주식 2주를 교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림이 유상증자에 DL이앤씨 주식을 모두 출자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지분율은 42% 수준까지 올라간다. 물론 대림 이외에 다른 DL이앤씨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42%보다 낮아질 수는 있으나, 통상 시장에서는 성장성 있는 사업회사가 지주회사보다 높게 평가되기 때문에 그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DL이앤씨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DL이앤씨 주식으로 교부받을 수 있는 DL 주식이 많아지므로 42%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분할 전 이해욱 회장→대림(舊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약한 고리로 여겨졌던 대림(21.67%)→대림산업 고리를 강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해욱 회장의 대림 지분은 약 52%로 안정적이다.

한편, 지주사인 DL 위에 사업회사 대림이 위치한 불완전한 지주 체제가 만들어짐에 따라 향후 대림과 DL의 합병도 거론된다. 

대림은 대림에이치앤엘, 대림아이앤에스를 합병하면서 설립된 회사로 석유화학 도소매업, 해운물류 서비스업, ITC 등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대림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자산 규모 3조532억원, 매출액은 1조9,336억원을 기록했다.

합병 시 대림과 DL의 비율이 어느 정도로 산정되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지만, 당장 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합병 이후 이 회장의 지배력을 생각한다면 오너 지분이 높은 대림의 가치가 더 높게 산정되는 편이 유리하다. 

DL 측도 대림과 DL의 합병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해 왔다. 당분간 그룹은 대림 아래 지주사 DL이 위치한 구조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유상증자까지만 모두 마무리 짓게 되면, 기업 재편과 동시에 이 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크게 높아지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지분이 크게 오른 사례를 보건대 대림산업 역시 지배력 강화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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