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창구 ⓒ연합뉴스TV화면 캡쳐
▲시중은행 창구 ⓒ연합뉴스TV화면 캡쳐

- 시중 4대 은행, 3월 대기업대출 잔액 71조3,388억 원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한 달 새 8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우한바이러스)여파로 향후 비상 상황에 대비할 운용자금 확보 수요가 늘었단 분석이다. 이를 두고 업권 전반에선 재계를 중심으로 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단 시각도 흘러나왔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3월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7조9,780억 원 증가한 71조3,388억 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증가폭으로 역대 최대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대기업 대출 증가폭은 1조원 안팎이었는데,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설비투자와 같은 자금수요가 줄어드는데, 현금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조달에 나서는데, 시장이 얼어붙어 유동성 위기감이 높아지자 대출 수요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30일 신용등급 ‘AA’인 호텔롯데의 1300억원 규모 회사채가 평균 연 2.1% 금리에 거래됐다. 전날 민간 채권 평가회사가 산정한 적정 시장금리보다 0.058%포인트 높다. 돈 떼일 위험이 없는 우량 채권마저 가격을 낮춰야 겨우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는 은행의 유동성 위험이다. 무한정 대출을 늘릴 수 없으며 부실위험도 커질 수 있단 것이다.

실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원화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3월 말 102~105%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각 은행에 제시한 원화 LCR 규제 비율(100%)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은행의 건전성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원화 LCR은 은행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상황에도 최소 1개월간 자금유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순현금유출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지급준비금·국채 등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한 규제다. 은행의 유동성 충격 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바젤Ⅲ에 따라 2015년 도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원화 LCR 비율 자체를 은행에 유리하도록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대기업이라고 안심할 순 없고 대출금 회수가 어려울 경우에 대한 내부의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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