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피켓을 든 노조원들이 윤종원 기업은행장(왼쪽)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TV화면 캡쳐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피켓을 든 노조원들이 윤종원 기업은행장(왼쪽)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TV화면 캡쳐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조가 요구한 '비이자수익' 감축안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이자수익은 은행들이 손쉽게 벌어들이는 대출이자와는 달리 신탁, 펀드 등을 판매하면서 발생한다. 노조는 기존의 여·수신 업무가 아닌 방카슈랑스, 자산관리(WM), 신용카드 판매 등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업무량 증가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선 지난해 말 기업은행 실적에 비춰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 다각화를 위해 전 금융권이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는데, 노조 이권을 위한 역발상에 지나지 않는단 것이다. 실적감소가 이어질 경우 윤 행장 또한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윤종원 행장이 노조와 9개 항으로 이뤄진 ‘노사 실천과제’에 서명했다. 당초 윤 행장과 노조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6개 항의 ‘노사공동선언문’ 외에 별도로 합의한 것이다.

윤 행장은 취임 후 한 달 넘게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본점 출근이 막혀 있었다. 이런 와중에 노조와 지난 1월 ‘노사공동선언문’에 합의한 뒤 첫 출근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 노사공동선언문에는 ▲직무급제 도입 관련 노사 반대시 철회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이 날 합의된 ‘노사 실천과제’ 9개 항이다. 노사 실천과제 1항은 ‘금융공공성 강화를 위한 비이자 수익 감축 및 경영목표 및 경영평가 개선 방안 강구’다.

지난해 말 기업은행의 실적을 보면 연간 순익(별도 기준)은 전년 대비 약 7.2%(1,093억 원) 감소한 1조4,017억 원에 그쳤다. 지난 2016년 최대 연간 순익(연결 기준) 1조1,646억 원을 기록한 이후 2017년 1조5,085억 원, 2018년 1조7,643억 원 등 최대 실적을 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기업은행의 실적은 고꾸라졌다.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연간 0.09%포인트 하락하면서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터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로 직원핵심성과지표(KPI)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비이자수익 자체를 감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일부 영업점에서 비이자익 확대 영업을 축소 하겠단 것이며, 외환 분야 수수료 이익이나 IB(투자은행) 등을 통한 비이자 영업을 꾸준히 늘려나가도록 경영전략을 갖고 있다”면서 “불완전판매 우려가 큰 방카슈랑스, 수익증권 등의 경영 평가 지표 개선방안을  강구하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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