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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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빙동삼척 비일일지한(氷凍三尺 非一日之寒)이란 말이 있다. 얼음이 세 척이나 쌓여 있지만 하루 동안의 추위로 얼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랫동안 힘을 기울여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주로 쓰이는 말이다. 최근 출범을 예고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지난 9일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 7명의 위원회 구성과 향후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와 협약을 맺고 내달 초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그간 국내 대기업과 정치권의 정경유착은 뗄 수 없는 오랜 관행이었다. 이번 위원회의 출범 배경 역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반성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겉으로만 내세우는 공정한 운영, 투명한 인사 등으로 인해, 이러한 기구 혹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시민들은 “또?”라고 반문하며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비단 삼성에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삼성의 의도가 어느 쪽이든, 당장 오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4차 파기환송심을 앞둔 상황에서 ‘면피용’ 이라는 비난은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또’라고 말하며 ‘또 한번 속는셈’ 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김지형 전 대법관도 삼성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으로 인해 위원장 제안을 수차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독립성과 자율성을 조건으로 내걸고, 삼성의 변화를 믿어보기로 했다. 변화의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의도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뭔가를 하는 편이 역시 낫다. 특히나 각종 부정부패의 얘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기업에 대한 불신이 증폭된 지금 시점에는 더욱 그렇다. 시도가 없으면 변화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조직 구성과 운영에서도 삼성의 입김에서 최대한 벗어나야 한다. 이미 기업이 자체적으로 준법감시팀을 운영했음에도 각종 비리들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외부 조직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위원회의 세부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산하 조직, 운영위의 세부 운영 방침 등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위원회가 삼성의 7대 계열사의 지원으로 운영되며, 검토하는 자료 또한 삼성이 제출하는 자료를 기반으로 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걱정이 크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말미에 “대체로 신뢰는 처음부터 존재하기 어렵다. 과정 속에서 새롭게 만들고 쌓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정식 출범하고 법적 리스크 정상화, 신뢰도 회복 등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갈 길은 급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비로소 이번에는 변화한 삼성, 기업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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