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KT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KT

- 2020년 3월 정기주총 통해 CEO 공식 취임 예정

- KT ‘전략통’으로 통해…외풍 차단, 법적 리크스 해결 과제

[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KT 이사회가 전원합의로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12년 만의 내부 인사로 구 사장의 전략적인 경영 성과를 높이 샀다는 분석과 함께 일각에선 황창규 KT 회장의 최측근을 선발하면서,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KT 이사회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회장후보자 결정(안)을 보고받은 후 차기 CEO 후보로 구 사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구 후보는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KT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 사장은 KT의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KT에 입사해 황 회장의 비서실장, 경영기획부문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으로 그룹의 캐시카우인 미디어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커스터머&미디어부문은 지난 3월 마케팅부문에 소속돼 있던 미디어사업본부를 소비자 영업을 담당하는 커스터머부문과 통합 확대된 바 있다.

구 사장은 과거 KT와 KTF 합병, 2014년 구조조정, LTE 정식 서비스의 공과 등 그룹 내 주요사건에서 과감한 결단력을 행사했다. 또 경쟁사보다 뒤늦게 출발한 LTE 서비스도 6개월 만에 따라잡을 만큼 추진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그만큼 KT의 차기 과제부터 속사정까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황 회장 취임 직후 비서실장을 역임할 만큼 신임이 두터우며, 그룹 내 실질적인 영향력도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KT 회장 후보 선출이 외풍을 벗어나 독립성을 확보하고 투명성을 강조한 만큼 황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4~2017년 황 회장이 ‘상품권깡’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어, 구 사장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이다. 구 사장은 황 회장과 함께 불법정치자금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

KT새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과거와 달리 정치권의 외풍이 별로 없는 상황이 오히려 적폐 경영의 후계구도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황 회장 체제와의 단절과 혁신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적인 부문에서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무선사업 분야는 5G 상용화 이후 치열한 경쟁상황 속에서 LG유플러스의 뒤를 바짝 추격 받는 모양새다. KT가 강점을 갖고 있는 유료방송 분야도 최근 경쟁사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한 데, 유독 KT만 법적 제동에 걸려 독자 노선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편, KT 이사회는 회장후보 선정과정에서 고객, 주주, KT 그룹 구성원들로부터 청취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후보자에게 다음 사항을 대표이사 경영계약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고, 최종후보자는 이를 수용했다.

첫째, ‘회장’이라는 직급이 국민기업인 KT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하고, 급여 등의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춘다.

둘째,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 KT 이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정관 개정 등의 후속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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