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트위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트위터

미국발 충격에도 코스피 버텼다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미국발 충격파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추가 관세 발언이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기술주 중심의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성장주가 급락세를 보이며 시장 전반이 흔들렸고, 투자자들은 정책 리스크 재점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는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다시 살아나며 투자심리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열린 11일 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가 1% 넘게 올랐다. AMD의 오픈AI 반도체 공급계약 소식이 글로벌 반도체 업황 기대를 되살린 것이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뉴욕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나스닥은 3% 넘게 빠졌고, S&P500도 2%대 하락세를 보였다. 반도체·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루 만에 6% 넘게 급락했다.

이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위축되며 뉴욕 3대 지수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4.89%), AMD(-7.72%) 등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 나타났으며 가상자산 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표현했지만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11월 1일은 나에게 아주 먼 미래와 같다"며 여지를 남겨놓은 상태다. 

하지만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시장 전반의 공포로 확산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에 여전히 회의적이었고, 중국의 즉각적인 보복 조치가 없다는 점도 불안심리를 일부 완화시켰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미국발 악재에도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이어갔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수급이 개선됐고, AI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기대가 재차 부각됐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AMD가 오픈AI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이 국내 투자심리를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iM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추석 연휴 이후 재개된 국내 증시는 AMD(Advanced Micro Devices)가 오픈 AI와 대규모 AI 반도체 칩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 스 등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며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의 강세로 코스피(+1.73%), 코스닥(+0.61%)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함께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외국인 자금도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유입되는 모습이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 팀장은 "반도체 업황을 보면 글로벌 투자자나 국내 수급 주체 모두 러브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AI 캡엑스 사이클(AI Capex Cycle)이 이미 슈퍼사이클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고,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출하 증가율은 확대되는 반면 재고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2~2023년을 고점으로 비수기 조정기를 거친 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들이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재고를 감산한 점도 긍정적"이라며 "최근에는 HBM과 범용 D램 수요 모두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익 레버리지가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섹터는 글로벌 경기 변동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호황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날 국내 증시는 전 거래일 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이 출회되며 하락 출발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3610.60)보다 1.68% 내린 3,550.08에 개장했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30원을 돌파하며 원화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사상 최고치 경신 이후 단기 부담이 커진 데다,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오는 14일 삼성전자 잠정실적 예정돼 있어 반도체 중심 랠리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 집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