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자들' 대사 '요 썰고 저 썰고' 예능서도 제일 많이 따라 해"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의 진한 액션…'보스'로 해소하길 바라"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조우진은 매 작품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는 배우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국가부도의 날', '발신제한', '하얼빈'까지 굵직한 영화들을 통해 치밀한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 OTT 시리즈 '수리남', '강남 비-사이드'를 비롯해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는 코믹하면서도 맛깔나는 연기로 선과 악, 진지함과 유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에서는 날카롭고 긴장감 넘치는 킬러의 세계 속에서 한층 깊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오는 10월 3일 개봉을 앞둔 코미디 영화 '보스'에서 조직의 2인자지만, 보스가 아닌 셰프를 꿈꾸는 인물 순태로 분한다. 전국 맛집 정복이라는 엉뚱한 목표를 품고 살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의 기대와 압박으로 인해 원치 않는 보스 자리 압박을 받는 순태의 웃프고 인간적인 면모를 조우진 특유의 표현력으로 빚어낸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조우진 배우를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동시기에 극장 영화 '보스'의 순태와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의 독고 캐릭터로 대중과 만나게 됐다
두 인물 모두 결국 꿈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진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년이라는 지점도 비슷합니다. 근데 독고는 1인자가 되고 싶어 하고 순태는 보스가 되기 싫어하죠. 그러면서도 두 캐릭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꿈이 남아 있다는 마음으로 몸부림치는 인물들이에요.
독고 경우는 '나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제 나름의 연기 노트에 썼어요. 여전히 나는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가장 좋은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고 힘이 제일 세다고 생각하죠. 1인자에 적격인데 시대 흐름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내놓고 자기 꿈을 내려 놔야 하는 인물입니다.
순태는 남들은 1인자를 시키고 싶어 하는데, 본인은 정말 하기 싫어하면서 지금까지 감춰 놨었던 욕망과 자기 나름의 꿈을 좇기 위해서 애를 쓰죠. 그러다 타인과의 의견 차이 때문에 오히려 아이러니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그런 인물이라고 봤습니다. 각자 처연함이 있죠. '보스'는 배우로서 그동안 들어차 있던 스트레스나 독을 좀 해소하는 듯한 그런 느낌으로 임했었습니다.

Q. 추석 명절 코미디 영화 대부분이 흥행해왔다. 주연 배우로서 느끼는 부담감이 있다면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캐릭터를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그 캐릭터와 작품을 통해 많은 분께 공감을 얻어내고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감,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극장 영화에서 공감이라는 건 관객 수를 통해 즉각적으로 드러나잖아요. 지금 같이 영화관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도 않고, TV조차 잘 보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부담감이 더 크고 안 하던 짓들도 많이 하고 있어요. 뮤직비디오도 찍고, 예능에도 많이 나가고 있고요. 단 한 번도 이건 못 하겠다고 한 적 없이, 하자는 대로 다 하고 있습니다. 제작사 대표님도 인맥 총동원해서 섭외하고 계시고요.
흥행 스코어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후회 없는 한판을 벌이고 싶습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그런 부분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제가 단독 주연이라는 점이나 추석 1번 주자 점을 따로 의식할 겨를도 없는 것 같습니다.

Q. 일반적인 액션 뿐만 아니라 요리사로서의 요리 액션도 보여준다. 어떻게 만들어나갔나
요리 액션은 정말 고독합니다. 혼자 만들어내야 하죠. 요리 액션도 사실은 성장 과정이 있다고 봅니다. 처음에 혼자 시작해서 요리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고, 많은 공감을 끌어내고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정말 고독하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고독감과 비슷해요. 요리의 길과 배우의 길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걸 여경래, 박은영 셰프님이 요리를 대하는 얼굴이나 표정, 눈빛을 보면서 많이 느꼈거든요.
기술을 배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저런 마스터 과정까지 갔을까 하면서 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어요. 어떨 때는 무표정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에서 갑자기 확 감동이 올 때가 있거든요. 그때 많이 배우게 되죠. 같은 사람이고 나도 심장이 있고 열정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눈빛만 봐도, 얼굴만 봐도, 무표정 속에서도 공감할 수 있지 않나 싶고요.
합을 짜는 액션은 이번에는 진짜 신명 나게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같이 액션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특히 무술팀 노남석 감독님께서 저희 배우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수용해주셨어요. 대역분들도 제가 책을 가지고 싸우는 것도 넣어보자고 했더니 너무 신나게 하시더라고요. 고독에서 시작했지만, 협업으로 재미와 행복감을 느꼈다고 할까요.
Q. '내부자들' 패러디 대사 장면도 큰 웃음을 준다
그 대사는 제가 이번에 예능 나가서 보니까 제일 많이 시키고 따라 하시더군요. "요 썰고 저 썰고"는 제일 많이 시키고 따라 하는 대사였어요. 최현석 셰프는 리액션 준비까지 다 해 오셨더라고요. (웃음) 그럴 정도로 너무나 사랑받는 대사죠.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영화 '보스'에서 이 무서운 대사를 중화시킬 수 있는 지영 캐릭터 역의 황우슬혜 배우와 함께 하면서 관객분들께 선물처럼 준비한 장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사마귀에서 독고가 한울(임시완), 재이(박규영)과 벌이는 마지막 1대1대1 액션 그리고 마지막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어려운 액션 장면 중 하나였어요. 1대1로 싸우는 게 아니고 세 사람이 호흡을 맞추면서 액션을 하다 보니 난이도가 굉장히 높았죠. 이 장면에 대해 감독님 그리고 배우들과는 처절한 액션 신이자 감정 신, 러브 신, 베드신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처절한 몸부림이 어우러져서 욕망의 불꽃이 한 번에 확 터져 나오는 그런 느낌의 액션이면 어떨까하고 시작했죠. 보통 액션 장면 찍을 때 단둘이 찍는 것도 쉴 틈이 없는데, 세 사람이 찍으니까 정말 더 쉴 틈이 없더라고요. 합이 너무 많으니까요.
'외계+인' 때 함께 했었던 류성철 무술 감독님이 액션 설계를 정말 잘하는 분이에요. 배우들에게 맞는, 캐릭터에 맞는 합을 넣었을 때 감정까지 맞아떨어지게 설계를 정말 잘하세요. 그런 합들이 어우러진 거죠. 카메라, 마이크, 조명 등 들고 있는 무기만 다를 뿐 다른 스태프 분들도 함께 액션을 하신 겁니다. 감정에 빠져들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니까 점점 대화가 없어지긴 했는데 보람은 충분히 느꼈습니다.
시청자분들께서 그 액션을 보시고 '너무 진해서 해갈이 필요하다'든지 '콜라 한 잔 마셔야겠다' 싶으시면 꼭 '보스'를 보세요. (웃음) 그렇지 않으면 해소가 안 될 겁니다. 명절인데 너무 사람이 어두워지고 그러면 안 되잖아요. (웃음)

Q. '보스'를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관전 포인트를 전한다면
우리가 추석 명절 때 영화관에 가서 즐겨왔던 그 영화적 재미들, 특히 성룡 액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감성이 저희 영화에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보신 분들께서 말씀해주신 이 영화의 코드 중 하나가 바로 '레트로'였어요. '옛날 생각난다' 혹은 '성룡 액션 영화 같다'는 반응도 있었죠. 그런 레트로 코미디 영화의 추억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보셔도 됩니다. 물론 극 중에서는 심각하고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그냥 영화 보고 웃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셔도 충분합니다. 특히 명절이니까 가족들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함께 보기 딱 좋은 작품이죠. 부담이라고는 전혀 없는 영화라고 자신합니다.
또 하나, 웃기고 재미있는 영화는 혼자 볼 때보다 같이 볼 때 더 크고 진한 웃음을 주잖아요. TV로 보듯 잠깐 끊어가며 보는 게 아니라, 영화관에서는 온전히 몰입해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옆 사람 웃는 소리에 나도 더 크게 웃게 되고, 함께 공감하면서 훨씬 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게 바로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즐거움 아닐까요. 꼭 영화관에서 관람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레트로 감성을 모르는 세대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도 레트로 감성을 굉장히 신기하고 새롭게 받아들이더군요. OTT 등에서 어둡고 거친 스릴러가 많이 소비되고는 하는데 '보스'의 밝은 기운, 밉지 않은 아재들의 몸부림 같은 것들을 보면서 최근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트렌디한 호흡을 한번 느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래서 제가 40대 케데헌 사자 보이즈라는 얘기를 했었죠. 사자 보이즈인지 사짜 보이스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요. (웃음) 이런 아저씨들도 있구나 하고 귀여워 해주셨으면 합니다. '보스'에는 꽃중년은 아니지만, 밉지 않은 호감형 사자 보이즈가 나옵다. 갑자기 너무 짠해져서 눈물 나려고 그러네요.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