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관 개봉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
"설경구, 본인 성대모사에 재미있어해…비공개 영상 자료 있어"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오징어 게임'의 핑크가드 노을, 키스를 하면 개가 되어버리는 비밀을 가진 '오늘도 사랑스럽개'의 한해나, 하루아침에 파워 인플루언서로 급부상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셀러브리티'의 아리 등 다채로운 캐릭터를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배우 박규영.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에서는 전문 킬러 재이 역을 맡아 새로운 변신에 나선다. 재이는 한울(임시완)과 MK에서 함께 훈련생 시절을 보낸 오래된 친구이자 동시에 라이벌이다. 박규영은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한울 앞에서 경쟁심과 질투를 느끼며 혼란스러워하는 재이 역을 맡아 한층 복잡하고 깊어진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박규영 배우를 만나 이번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액션 연기 촬영이 어려웠을 것 같다
실제로 해보니 타격 액션이 배우분들과 딱 맞아야 해서 겨루기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어요. 합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외우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했죠. 무엇보다 선배님들이 많이 맞춰주셨어요.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실제로도 몸관리를 많이 했습니다.
액션 연기를 할 때는 총이 무거워도 더 편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화려한 액션 장면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검이 좋죠. 장검 액션을 열심히 소화하면서 전완근이 발달하게 됐는데 화보를 찍을 때 보면 그런 부분이 보이기도 해요. 일종의 트로피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액션 연기가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못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촬영했어요. 끝내고 나니 뭔가 제 무기나 특기 같은 것을 새롭게 하나 더 얻은 느낌이라 다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시완 선배님도 제가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시고 그런 부분을 다른 작품에서 한 번 더 써봤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해주셨죠.
작품에 임할 때 일과는 닭가슴살과 현미식을 하고 웨이트를 한 다음 액션 스쿨에서 3시간 연습하는 식이었어요. 그렇게 하다보니 체지방률이 14%, 체지방량이 7.9kg 정도 됐었거든요. 다부진 모습들을 표현하고자 했고 지금도 운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Q. 이번 작품에 대한 본인의 만족도를 말한다면
개인적으로 액션 영화도 처음이고, 상업 영화 주연도 처음이었어요. 게다가 상대 배우로 임시완, 조우진 선배님이 함께하셨고, 또 '길복순'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라는 점까지 겹치다 보니, 이 모든 것들의 총집합을 경험하게 된 거죠.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서도, 결국 시청자분들이 2시간 남짓한 시간을 제게 투자해주신 거니까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신재이는 감정 연기가 중요한 캐릭터다.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한울에 대한 감정은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깊이 사랑하지만, 동시에 가까이하기 두려운 존재이기도 해요. 게다가 재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죠. 저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너무 솔직해서 차마 쉽게 말하기 어려운 감정일 뿐이죠. 카메라 앞에서는 그런 감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꺼내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도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 없는 친구가 한 명쯤은 있었을 거고, 또 제가 일하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늘 평가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감정에 노출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그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독고에 대한 감정은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 같은 느낌이죠.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기 너무 어렵고, 그렇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대라 복잡한 감정에 더해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독고 역시 영원한 2인자라는 점에서 닮았거든요.
Q. 조우진 배우는 1대 1대 1 대결 장면에 대해 배우들과 처절한 액션 장면이자 러브 신 같은 느낌으로 찍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굉장히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고 들었다
세 사람이 얽히고설킨 것들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터뜨려버리는 시퀀스라고 생각했어요. 영원한 2인자 독고는 자신을 동정하거나 봐주지 말고 제대로 싸우라고 한울에게 이야기하죠. 재이는 상대방이 2인자를 일부러 봐주고 있다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 알기 때문에 차라리 독고를 보내주려 하죠.
한울에게는 일부러 자신에게 져주고 있는 거 모를 줄 알았냐며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죠. 근데 그 말을 하는 순간 한울보다 잘할 수는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는 편해지는 얼굴이 되는 거죠.
액션 연기로 보면 1대 1대 1이라서 물리적으로도 난이도가 높았어요. 촬영 회차도 가장 길었죠. 정말 모두가 초집중하면서 찍었던 신입니다. 촬영 순서도 제일 마지막이어서 진짜 죽기 살기로 촬영했던 신이라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학교 다닐 때 외국어 습득이나 학업 능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극 중에서처럼 2인자의 자격지심을 크게 느낄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제가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언제나 전교 1등이었던 게 아니라서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과목이 있었어요. 그 감정이 특정한 어떤 사람을 향하지 않았던 것뿐이지, 그 과목을 영원히 못 이긴다는 분한 감정은 있었죠.
연기도 제가 어릴 때부터 배우고 해본 게 아니라서 처음 도전했을 때 전 완전히 꼴등이었거든요. 간단한 대사 하나조차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신인이었어요. 그때도 그런 감정을 느꼈고 지금도 딱히 연기하면서 이겨본 적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감정은 언제나 앞으로도 계속 느낄 것 같습니다.

Q. 촬영장에서 설경구 배우와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겹치는 신은 없었지만, 너무 뵙고 싶어서 현장에서 인사드리면서 "첫째, 미성년자를 죽이지 말 것!"같은 대사 성대모사를 해드리기도 했어요. (웃음) 선배님이 "내가 연기를 그렇게 했냐"며 재미있어 해주셨어요. 공개는 아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녹화된 영상 자료도 있습니다.
Q. '오징어 게임', '나인 퍼즐', '사마귀' 등 작품마다 각각 다른 배우처럼 보일 정도로 연기폭이 넓다
작품들 톤과 스타일링 차이가 분명하게 있어서 작품 안에서 존재하는 모습이 다르긴 해요. 장르물 안에서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 자신도 놀라고 있습니다. 여러 스태프분이 도와주시면 거기에 맞춰 그 인물에 흡수되는 것 같아요. 저도 최선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캐릭터에 집중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렇게 봐주시는 것에 무조건 감사드리고 있어요.
"저 캐릭터가 박규영이었어?"라는 피드백을 들을 때나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라고 칭찬 말씀해주실 때마다 그런 것이 제 장점이 맞는 것 같다고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웃음)
Q. 분위기 있는 목소리,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과 표정이 만드는 분위기 덕분에 시청자에게 호평받는 몰입감 있고 미스터리한 연기가 가능한 것 같다
가라앉아 있는 목소리를 연기하면서도 각 작품에서 다 다르게 목소리 차이를 두게 되는 것 같아요. 공기 포화도를 조금씩 달리한다고 할까요? JYP 있을 때 배운 거냐고 하실까 봐 공기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었어요. (웃음)
눈빛이나 표정 연기는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할 때 그렇게 연기하게 되더군요. 감정연기는 이 정도 혹은 이것 이상이라고 계산을 하고 출력하는 스타일인 것 같긴 해요. 그렇다고 연기라는 게 공부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집중해 나오는 것을 현장에 맞춰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어요.
Q. 현재까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본인과 닮아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재이는 자신의 인간관계까지 다 깨부수고 나갈 만큼 전투력이 정말 높잖아요. 그런데 그런 부분은 저와는 전혀 반대의 것이라 대리만족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를 꼽아보자면 '싸이코지만 괜찮아'의 주리인 것 같네요.

Q. 임시완 배우가 근면 성실함에 있어 박규영 배우가 1등이라고 칭찬했다
공개적으로 칭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근면 성실함을 정말 최소한의 책임감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나온 작품을 자신 있게 보기 좀 어려워요. 너무 잘했다 하고 느끼는 순간보다는 왜 좀 더 잘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죠.
Q. '사마귀'는 변성현 감독이 각본을 담당했다. 그의 연출 작품인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했을 때 많은 호평을 얻었다. '사마귀'도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을 했다면 더 많은 호평을 받았을 것 같다. 배우로서 영화관 상영 주연 작품에 대한 바람도 클 것 같은데
영화관 스크린으로 보면 TV로 보는 것보다 너무 차원이 다르게 크고 선명하잖아요. 배우들의 연기가 자세히 보이는 점을 관객 관점에서 체험해봤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런 기회가 온다면 절대로 마다하지 않고 도전해서 호평을 받고 싶습니다.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끝으로 관객과 시청자분들께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약 2년여간 열심히 작업한 작품들이 1년 안에 다 공개되면서 자주 인사드릴 수 있었고, 그런 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소중한 퇴근 후 휴식 시간이나 주말의 소중한 시간을 저를 지켜봐 주시는 것에 할애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이른 시일 안에 새로운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