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3 박규영.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 박규영. ⓒ넷플릭스

"'인사이드 아웃' 슬픔이 영어 더빙 해보고 싶어" 

"노을은 게임 시스템에 저항하는 인물로 충분히 활약"

"최근 3년간 극단적 어두운 인물 연기…오히려 흥미로워"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시즌2에서 배우 박규영은 북에 두고 온 딸을 찾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인 핑크가드 노을 역을 맡아 복잡한 캐릭터 내면을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냈다. 이번 시즌3에서는 액션 연기와 더불어 정서적 깊이감이 느껴지는 진중한 연기를 선보이며, 인간성의 회복과 미래의 희망이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품은 캐릭터로서 시즌 피날레를 장식한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3에 출연한 배우 박규영을 만나 작품의 상세한 내용을 담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에 앞서 배우 박규영은 "지난 몇 달간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오늘 허심탄회하고 진정성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Q. 시즌3 공개 전에 일어난 촬영 현장 사진 유출 해프닝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다면

지난 제작 발표회에서는 작품 공개 전이었고, 스토리 라인과 관련된 부분이라 그때는 직접적인 사과의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번 인터뷰 자리를 빌려 오징어 게임 팬분들과 노을 캐릭터 서사를 위해서 애써주신 제작진분들 그리고 배우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이 무조건 제가 잘못한 부분입니다. 

Q. 작품 참여 소감과 노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전한다면

저는 이 작품에 참여한 것 자체가 인생에서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생각해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감사의 말씀, 천 번을 드려도 부족해요. 정말 감사하다는 것 이상의 표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노을은 시즌1에 등장하는 새터민 새벽(정호연)과의 연결점보다는 먼 곳에 딸을 두고 왔다는 점에서 큰 죄책감과 절망감을 지닌 어두운 인물입니다. 정서적인 부분에 더 중심을 두고 있어요. 자신의 얼굴을 드러낼 용기가 없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죠. 그런 것에 대한 의미나 가치나 의미를 잃은 채 살아가는 인물로 이해하고 연기했습니다. 

Q. 외신과 했던 능숙한 영어 인터뷰도 화제가 됐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좀 하긴 해서, 생존 회화 정도는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상태였어요. 외신 인터뷰 때 미묘한 뉘앙스를 전하거나 살짝 웃음을 주는 등 조금 더 섬세한 표현이 들어간 교감을 나누고 싶었죠. 그래서 작품이나 캐릭터 연기 이야기를 나눌 때 필요한 영어 어휘와 표현들을 배우고 열심히 연습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3 박규영.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 박규영. ⓒ넷플릭스

Q. '오징어 게임'과 함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부문별 넷플릭스 1위를 동시에 석권하고 있다. 안효섭, 이병헌의 목소리 연기가 화제가 됐는데 영어 더빙에도 도전할 계획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지

만약에 기회가 온다면 정말 해보고 싶어요. 더빙은 또 다른 영역의 새로운 도전일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영어 인터뷰 클립을 보면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긴 하지만, 저는 오히려 좀 더 세밀하게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를 더빙하면 진짜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쁨이도 귀여울 것 같기는 한데 제 목소리 톤으로는 슬픔이를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 난 슬퍼~. (웃음)

Q. 총기 액션 장면은 어떻게 준비했나

신체적인 노력이 어느 정도 필요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게 연습과 리허설, 여러 테이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거기 때문에 엄청나게 힘들었다기보다는 그냥 당연히 해내야 할 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 인물이 엄청난 신체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기보다는 총기를 가장 잘 다루는 인물이라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이에요. 총이 실제로 무게가 좀 나가긴 하는데, 그걸 자연스럽게 잘 핸들링할 수 있도록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Q. 오징어 게임 중심 서사에서는 동떨어져 활동한다는 인상을 준다 

물리적 활동 영역이 다르므로 동떨어져 있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노을은 이번 시즌에서 경석(이진욱)을 살리려고 행동하잖아요. 그런데 거기에는 자식 잃은 부모로서의 감정적 동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게임 밖의 핑크 가드들도 각자 서사가 있고, 저마다 목적이 있다고 봤어요. 그중에서도 노을은 인간이 최소한 지켜야 할 가치들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죠. 그래서 장기 밀매 같은 것에 나름의 방식으로 대항합니다. 마지막에는 참가자들 자료를 불태우면서 게임 자체를 멈추려는 시도도 하고요. 가장 노을다운 선택을 하면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큰 시스템에 저항하는 인물이라고 봤습니다.

Q. 마지막에는 결국 딸을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열린 결말인 마지막 장면을 연기할 때는 딸이 정말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을 많이 품고 임했습니다. 그 장면에서는 노을이 꽤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이었거든요. "감사합니다"하고 말하는 게 노을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감정 표현이거든요.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연기했습니다.

Q. 전체 이야기는 해피엔드가 아니지만, 노을과 경석 부분은 해피엔드다. 둘의 로맨스 가능성도 열려있는 결말인지

황동혁 감독님께서 로맨스 부분은 염두에 두시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장면들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신 것 같다고 생각해요. 로맨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오징어 게임' 시즌3 박규영.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 박규영. ⓒ넷플릭스

Q. 극 중 탐났던 캐릭터가 있었다면

이병헌 선배님의 영일, 프론트맨 캐릭터가 정말 너무 멋있었어요. 이병헌 선배님이 두 가지 양면적인 면모를 넘어서 훨씬 더 복합적인 감정들을 보여주신 것 같았어요. 게임에 협조하는 듯하면서도 목적을 위해 속이는 지점이 있고, 또 프론트맨으로서 게임을 진행하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잖아요. 여자 버전이 있다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해봤었죠.

Q. 노을과 부대장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했나 그리고 박희순 배우와의 연기는 어땠나

애증이 많이 남아 있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노을에게 몇 번이고 기회를 준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는 식으로 몇 차례 경고하면서 기회도 주잖아요. 

박희순 선배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시라, 부대장 역할로 캐스팅되셨다고 해서 기뻤어요. 카메라가 꺼져 있을 때는 정말 유쾌하시고, 카메라가 돌아가면 그 눈빛만으로도 긴장감을 전달해 주세요. 부대장 특유의 공기를 딱 만들어내시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선배님과 다시 한번 작품에서 만나 뵙고 싶습니다.

Q. 이병헌 배우와 같은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밝힌다면

이병헌 선배님은 진짜 어마어마하신 분이죠. 함께 연기하는 게 모든 신인 배우들의 꿈이 아닐까 싶어요.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노을을 연기한 박규영입니다"라고 한 네 번째까지 만나 뵐 때마다 계속 자기소개를 했어요. 나중에는 선배님께서 "알아, 박규영인 거 알아" 하시더라고요. (웃음) 

Q. 노재원 배우와 이번 작품과 '나인 퍼즐'에 함께 출연했다. 작품을 함께 한 소감은

'오징어 게임' 촬영을 먼저 시작했고 '나인 퍼즐'은 오징어 게임 중반쯤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노재원 배우는 저랑 동갑인데 세트장에서 오가며 인사도 나눴죠. 정말 놀랐던 건 매번 전혀 다른 인물로 딱 변해서 현장에 나타나더라고요.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3 박규영.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 박규영. ⓒ넷플릭스

Q. 공개를 앞둔 '사마귀'에서 임시완 배우와 함께 연기 호흡을 보여줄 예정이다

'사마귀'에서는 임시완 배우님과 같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격렬한 액션 장면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많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Q. 공교롭게도 '나인 퍼즐'과 '오징어 게임'에서 연이어 깊은 어두움을 가진 캐릭터를 맡아 연기했다. 어렵거나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어쩌다 보니 최근 3년간 촬영한 작품들에서 대부분 극단적으로 어두운 인물들을 연기하게 됐더라고요. 그런 캐릭터들을 연달아 맡다 보니, 일상의 리듬감도 살짝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예전에는 로맨틱 코미디 작품도 했었는데, 자연스럽게 말투나 감정의 톤이 낮아지는 식으로 바뀌더라고요. 

연기할 때는 공간이나 인물의 설정값, 인물이 가진 질감에 굉장히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쉽진 않았지만, 일상적인 감정과는 또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흥미롭고 재미있는 지점도 있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나 장면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술래잡기였습니다. 캐릭터들의 가장 극단으로 치닫는 행동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잖아요. 선배님들의 연기나 세트장의 미술 등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현주의 총기 액션도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엄청나게 강렬한 모습이라 멋있었어요.

Q. 끝으로 '오징어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존엄, 그리고 인간이 인간에게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중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또한, 점점 희망을 잃어가는 이 세상 속에서 과연 우리가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를 질문하는 것 같습니다. 

노을이 자살 직전에서 멈추는 순간들을 통해 이 작품은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해주는 거로 생각해요. 제가 연기한 노을은 작은 희망을 다시 찾아 나가는 시작점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결론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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