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민 감독 "이 작품의 키워드는 동행"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이 5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조영민 감독과 김고은, 박지현 배우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의 이해' 등을 통해 섬세한 감정선으로 진한 여운을 이끌어온 조영민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은중과 상연'은 10대부터 40대까지, 서로의 삶을 끊임없이 스쳐온 두 친구의 서사를 담은 작품이다.
김고은과 박지현이 각각 은중과 상연으로 분해 긴 세월에 걸쳐 오갔던 다채로운 감정의 연대기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우정을 중심으로 동경과 질투 등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복합적인 감정들을 꼼꼼하게 그려내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조영민 감독은 15부작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에 대해 "10대부터 40대까지 30년 가까운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이야기다. 한때는 동경했고 한때는 미워했지만, 용서하고 화해했던 시간들을 따라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민 감독은 1990년대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은중과 상연의 변화를 표현해낸 지점에 대해 "다양한 시대가 나오다 보니, 여러모로 그 시대를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했다. 미술이나 소품, 배경 같은 것들도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준비했다"며 "특히 20대 배우분들은 나이대별로 준비를 너무 잘해주셔서, 대학생으로 등장했을 때 정말 대학생 같다는 느낌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부분을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주변 친구들과 동아리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감독은 "촬영적으로는 시대별로 카메라 렌즈나 필터를 조금씩 다르게 사용해서 차이를 느낄 수 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은중 역의 김고은은 "처음 제안받았을 때 대본을 4화까지만 볼 수 있었다. 1~2화는 10대, 2~4화는 20대 이야기인데 굉장히 잔잔하게 흘러간다. 너무 잔잔한가 싶기도 했지만, 서사가 쌓여가는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며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같은 질문에 상연 역의 박지현은 "감독님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함께 한 경험도 있고 김고은 배우와 함께해 믿음이 갔다. 또한, 상연 캐릭터 서사도 너무 와닿았기 때문에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은중 캐릭터에 대해 "엄마와 단둘이 산다. 풍족하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소박하게 살면서 엄마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자란 인물이다. 가난을 부끄러워하지만 '나는 가난해서 창피했어'라고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지현은 상연 캐릭터에 대해 "부족할 것 없이 자랐지만, 사랑을 받지 못했고 상처와 아픔이 많은 인물이고 솔직하지 못하다"고 소개했다.
극 중 40대가 된 상연은 가장 미워했지만, 가장 사랑했던 은중에게 마지막 부탁을 한다. 이와 관련해 박지현은 "상연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조력 존엄사를 위해 은중에게 함께 가 달라고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난처한 상황에 놓인 은중을 연기하는 데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김고은은 눈물을 보이며 "모르겠다. 제게는 이게 눈물 버튼인 것 같다. 그래서 참 소중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박지현은 "죽음에 동행해달라는 부탁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기적이고 뻔뻔한 행동이다. 근데 상연 입장에서는 마지막으로 용서받고 싶은 사람이 은중"이라며 "상연의 삶을 돌아봤을 때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 상연을 연기하기 위해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공부했다. 겪어보지 않은 것을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감독님과 김고은 배우가 도움을 줬다. 김고은 배우가 제게는 은중이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고은도 "상연 역할을 박지현 배우가 해서 너무 다행이라는 감정을 수없이 느꼈다. 그 든든함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작가님을 처음 만났을 때 작품의 전반적 방향에 대해 '남아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이후에 남아있는 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캐릭터에 몰입했던 지점에 대해 설명했다.
나이대별 연기에 있어 어려웠던 점을 묻자 김고은은 "40대 초반 표현을 걱정했는데 억지로 표현하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잘못된 접근일 수 있을 것 같았다. 20대 초반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 은중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지현은 "20대, 30대, 40대에 뚜렷하게 다른 직업과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외형적으로나 스타일링적으로도 뚜렷하게 차이를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리딩 때 제가 중학생 시절도 연기할 줄 알았다. 아역 배우가 리딩장에 왔지만, 중학생 시절 대본을 제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제가 너무 저 자신을 과대평가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에 대해 조영민 감독은 "박지현 배우가 '감독님, 혹시 제가 중학생을 제가 읽나요?'하고 제게 물어보더라. 그래서 좀 참아달라고 말했다"고 밝혀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김고은도 "리딩 끝나고 뒤풀이 때 계속 감독님께 왜 안 되는 건지 이야기해달라고 해서 당시 그렇게 친해지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박지현 배우의) 손을 잡아줬다"고 덧붙였다.

동시기에 공개되는 '북극성'과의 시청 경쟁과 관련해 김고은은 "김희원 감독님과 정서경 작가님은 제가 너무 사랑하는 분들이기는 하지만 이기고 싶다. '은중과 상연'을 기대해 달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조영민 감독은 "이 작품의 키워드는 동행이라고 생각한다. 두 친구의 삶을 따라가는 것도 동행이고, 마지막을 같이 따라가는 것도 동행이다. 시청자분들께서 은중과 상연의 삶을 10대 때부터 40대까지 천천히 한번 따라가 주시면 마지막에는 뭔가가 남지 않으실까 생각한다"고 끝인사를 전하며 제작발표회를 마무리했다.
다채로운 감정의 연대기를 섬세하고 공감 가는 연기로 그려낼 김고은과 박지현의 호연과 함께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친구와의 추억을 다시금 곱씹어 보게 하는 '은중과 상연'은 오는 12일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