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아이·부모 세대 중심 케데헌 부흥…"굿즈사러 가자"
올해 상반기 박물관 방문객, 용산 이전 20년 만에 최고치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그야말로 'K' 매직 시대다. 앞에 'K-'가 붙으면 이른바 '마법'같은 부흥세를 얻고 있다. K푸드·K뷰티·K콘텐츠·K컬처 등등이 그 예다.
이번에는 K뮤지엄이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인기 덕분에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 오픈런과 품절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케데헌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민화풍의 호랑이·까치 캐릭터 모습을 담아낸 박물관 굿즈를 사고자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
기자는 20일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안내원은 "점심 이후 박물관을 찾는 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며 "최근 굿즈 사러 오는 방문객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관·특별전시실2로 들어서 왼쪽편으로 이동하면 케데헌 굿즈를 살 수 있는 박물관 상품관(MUSEUM SHOP)이 있다고 안내했다.

"엄마, 여기로 와봐요" "그만 오라고 하면 안되니". 박물관 상품관으로 들어서자 오전이지만 굿즈를 구경하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특히 아이와 부모로 보이는 방문객이 많았다. 곳곳에서 아이가 부모의 손을 끌었다. 외국에서 관광온 듯한 아이가 부모에게 사달라고 하는 광경도 목격했다. 안내원은 "여름휴가, 개학시즌인지라 박물관 성수기다"라며 "최근에는 케데헌 인기 덕분에 찾는 방문객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케데헌에 등장하는 까치와 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굿즈를 사려는 객들이 많다고 해 기자도 굿즈 구경에 나섰다. 다만 품절 상태였다.
안내원은 "케데헌 굿즈는 찾는 분들이 많다보니 들어서면 바로 중앙에 배치해두는데 이미 품절됐다"며 "매일 정해진 판매수량이 있는데 오전부터 금방 동난다. 온라인몰에서 구매하시는 분들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케테헌 굿즈 외 반가사유상·달항아리·변색잔 등 다양한 굿즈 인기
"아빠 반가사유상! 저거 유명한거야" 아이가 가리킨 곳에는 광복절 반가사유상 굿즈가 놓여있었다.
놀라웠다. 아이들 눈에 박물관 유물들이 더 이상 고루하거나 따분한 것이 아니라 '힙하고 멋진 것'으로 여겨지는 듯 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그래피티와 팝아트 풍으로 색색으로 칠해져 보기 좋았다. "인테리어로 비치해놓으면 좋겠다"며 둘러보는 방문객도 있었다.



◆K컬처의 또다른 중심지 'K뮤지엄', 문화자원 데이터 정립 힘써
이같이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글로벌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전통문화로 확장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이 발행한 8월호 박물관신문에 따르면 K컬처 열풍을 타고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올해 상반기 박물관 관람객 수가 전년동기 대비 64% 증가한 27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용산 이전 개관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뮷즈(국립중앙박물관 상품 브랜드) 매출액은 약 34% 증가해 역대 최대치인 11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 8위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국인 관람객의 꾸준한 증가 속에서 K컬처 중심지로 주목받았다.
특히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관람한 뒤 이암의 화하구자도를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면서 해외 팬들의 방문도 증가했다.
또, 케데헌뿐만 아니라 '엠넷 월드 오브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한국팀 범접'의 공연에 등장한 호랑이·까치가 함께 그려진 전통 민화와 갓 등 한국 전통문화 요소가 주목받으면서 박물관 문화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다.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까치 호랑이 배지와 흑립 갓끈 볼펜 등은 입고 즉시 품절되고 있으며 뮷즈 온라인 샵은 하루 평균 26만여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박물관이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K콘텐츠와 K헤리티지가 융합된 힙한 K컬처 성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 같은 열풍에 힘입어 박물관 K-IP(지적재산)를 보호하고 이를 기반으로 협업 확대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자원 데이터 국제 표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물관의 문화자원과 AI의 연결·데이터 공유를 위한 '문화유산 디지털 애셋' 표준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문화유산 디지털 애셋은 스마트폰·웹·PC 등에서 가상·증강·혼합현실 콘텐츠에 적용가능한 데이터 패키지를 말한다.
박물관 측은 "AI 기반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응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박물관 문화자원의 디지털 데이터 표준 정립은 K콘텐츠 제작·활용 확대와 K뮤지엄의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