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22개 에피소드에 걸쳐 부단히 던져왔던 질문은 "과연 우리는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는가?"이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피날레를 맞이하게 된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 제시된다.
시즌3은 시즌2의 충격적 결말 직후에서 출발한다. 게임 시스템을 무너뜨리겠다던 반란은 실패했고, 기훈(이정재)은 가장 아끼던 친구마저 잃었다. 참가자 모두를 살리고자 했던 그는 원치 않는 보너스 생명을 부여받고 또다시 게임 속에 던져진다.

기훈을 테스트하기 위한 프론트맨(이병헌)과 VIP들의 유희를 위해 설계된 새로운 게임들은 더욱 잔혹해졌고, 규칙은 한층 더 교묘해졌다. 기훈을 포함한 60명은 다시금 치열한 생존 게임의 지옥도 속으로 휘말려 든다. 죽음보다 더한 자책 속에서 망설이고 분노하며 마지막 결단에 이를 때까지 기훈은 에피소드마다 윤리와 생존본능 사이의 딜레마에 직면한다.
이정재는 상처 입고 무너진 채 자괴감과 증오에 휩싸인 기훈의 복잡한 감정선과 함께 고뇌에 찬 얼굴에서부터 윤리와 목적 사이에서 분열된 내면까지 과묵한 모습으로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시즌3의 종착지에 서 있는 기훈은 시즌1의 시작점이나 시즌2의 중간점에 있던 모습과 각각 다른 인물로 변모해있다. 이번 시즌에서는 이정재의 3단 변신 연기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시즌2에서 001번 참가자 영일로 등장해 기훈을 기만했던 프론트맨 역의 이병헌. 그는 이번 시즌에서 감정을 억제한 채 냉철하게 시스템 대변자였던 것과는 또 다른 면모의 무게감 있는 연기를 펼친다. 과거에 어쩔 수 없이 게임 참가자가 됐던 프론트맨은 서서히 무너져가는 기훈의 인간성 실루엣을 관찰하며, 자신과 똑같은 전철을 밟아나가리라 예측한다. 프론트맨의 게임 참가자 시절 플래시백과 기훈의 처한 딜레마 상황이 교차하는 장면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핵심축이 된다. 인간성에 대한 희망을 부정해온 프론트맨이 기훈과의 신념 싸움에서 무엇을 얻게 될지가 이번 시즌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남게 된다.

시즌3의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다층적인 인물 조합이 빛을 발한다. 게임 안에서는 임신한 전 여자친구 준희(조유리)와 자신의 혈육을 두고 더욱 딜레마에 빠져드는 명기(임시완), 죽음의 트라우마를 겪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대호(강하늘), 언제나 인간성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는 리더 현주(박성훈)가 있다.
또한, 힘겹게 함께 게임을 헤쳐나가지만, 점차 한계에 도달하는 금자(강애심)와 용식(양동근) 모자, 미신에 의존하는 위험하고 혼란한 사회를 대표하는 캐릭터 선녀(채국희) 그리고 세미(원지안)·타노스(최승현)·남규(노재원)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는 민수(이다윗) 등이 극한 상황 속에서 얽히고설킨 군상극을 펼친다.

게임 외부에서는 형을 찾아내기 위해 게임이 벌어지는 섬의 위치를 추적하는 준호(위하준), 아픈 딸이 있는 경석(이진욱)을 예의주시하는 핑크가드 노을(박규영)의 활약은 극을 환기는 서사를 더한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자, 정신적 붕괴에 빠져 혼란을 가져오는 자, 이기적인 인간말종이 있는가 하면, 니체의 위버멘쉬 개념과 유사한 자기극복·완성의 이타적 희생을 지향하는 자 등 극한 상황 속 다양한 인간성 스펙트럼이 펼쳐지는 서사가 전개된다.
이와 같은 다층적 이야기 구조와 최선과 최악의 인물이 엮여 펼치는 드라마는 서사의 깊이를 심화하면서 시즌3만의 독립적 감정 지형을 형성한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 지점에서 피어나는 질문에 답하는 마지막 이야기를 그린 이번 시즌3 흥행 열쇠는 얼마나 기존 게임들보다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가에 있다. 1화의 시작은 다소 느슨한 전개인가 싶지만, 2화와 연결되는 첫 번째 게임부터 마지막 게임까지 피비린내 나는 진퇴양난의 치열한 전개와 함께 감정의 격랑이 이어진다. 죽음의 공포, 생존 욕망 그리고 돈을 향한 무한한 탐욕과 집착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물 드라마 설계는 만족감이 높다. 다만, 목숨을 건 치열한 사투 속에서 일어나는 인물 각자의 선택과 행동은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도 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기존 서바이벌 데스 게임 틀을 해체해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 결과 전 세계 시청자의 폭발적인 시청률을 이끌어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나타난 놀라운 결과 중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앞으로 OTT와 영화관이 어떤 산업 지형을 형성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동심과 추억의 놀이를 모티프로 한 시즌1으로 시작해 인류사에 영원히 지속되는 사상적 대립을 다룬 시즌2에 이어, 마지막 시즌3는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응시하는 결말에 이른다.
황동혁 감독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시즌3에서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완성하면서 열린 결말을 제시한다. 승자와 패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인간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어떤 정답보다 깊은 울림과 여운을 전한다.
한편, 6화 엔딩에서 LA 거리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기시감 어린 광경은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 파생된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그 장면에 등장하는 특별출연 배우와 함께 하는 또 다른 무대의 특별한 '오징어 게임'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제목: 오징어 게임 시즌3 (Squid Game Season 3)
연출/각본: 황동혁
출연: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위하준,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조유리, 채국희, 이다윗, 노재원, 전석호, 박희순 등
제공: 넷플릭스
제작: 퍼스트맨스튜디오
공개: 2025년 6월 27일 오후 4시
평점: 7.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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