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 ⓒ유니버설 픽쳐스
▲'드래곤 길들이기' ⓒ유니버설 픽쳐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010년 개봉해 우정과 가족애를 절묘하게 엮은 감동적인 스토리텔링과 환상적인 액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딘 데블로이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가 실사 영화로 돌아왔다. 

시리즈의 첫 실사화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이 영화는 놀라울 만큼 성공적인 귀환을 보여준다.

현실감을 더한 드래곤의 비주얼,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감정과 스토리 전개의 깊이는 이 작품을 단순한 실사화 이상의 웰메이드 판타지 액션으로 완성했다.

영화의 기본 설정과 배경은 애니메이션과 동일하다. 수백 년 동안 드래곤과 전쟁을 이어온 바이킹족은 버크 섬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바이킹 전사로서 용맹함이 미덕인 사회에서, 소년 히컵(메이슨 테임즈)은 체력도 기질도 부족해 늘 문제아 취급을 받는다. 대장장이 고버 밑에서 무기를 제작하며 후방 지원에 힘쓰지만, 속으로는 언젠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은 열망을 품고 있다.

그러던 중 히컵은 전설 속 최강 드래곤인 나이트 퓨어리를 마주하게 된다. 그와의 조우는 히컵이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는 전환점이 된다. 나이트 퓨어리에게 투슬리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호기심과 공감으로 다가가는 히컵은 바이킹 최초의 드래곤 라이더로 거듭난다.

히컵과 투슬리스가 우정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 정서가 발현된다. 서로의 상처와 결핍을 보듬으며 하나가 되는 이들의 서사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며 타인과의 진정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모범적으로 담아낸다. 

둘의 케미는 판타지 드라마지만, 캐릭터의 살아 숨 쉬는 생명력과 마음 깊숙이 울림을 전하는 감정선을 만들어내며, 완벽한 감정적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관객 역시 함께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누비는 것과 같은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드래곤 길들이기' ⓒ유니버설 픽쳐스
▲'드래곤 길들이기' ⓒ유니버설 픽쳐스

부자간의 갈등과 화해는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바이킹 족장인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는 용맹한 전사이자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다. 하지만, 그는 전통적인 바이킹 정신을 물려받지 못한 아들 히컵에게 크게 실망하고 강경한 행동으로 극적 대립과 위기를 불러일으킨다. 후반부에는 아들이 개척한 새로운 미래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함께 같은 길을 걷는다. 

이 영화에서 제라드 버틀러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고집 세고 강직한 캐릭터 스토이크를 완벽히 소화해내 매력적인 스토리를 완성한다. 극 초반에는 캐릭터 성장과 감정선의 빌드업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 잠시 의구심이 들지만, 투슬리스의 등장 이후 이어지는 서사 전개 속에는 판타지 액션 영화가 갖춰야 할 미덕이 모두 담겨있다.  

▲'드래곤 길들이기' ⓒ유니버설 픽쳐스
▲'드래곤 길들이기' ⓒ유니버설 픽쳐스

딘 데블로이스 감독의 연출은 이 같은 우정과 가족애 관계를 공들여 다루는 동시에, 숨 막히는 고공 액션 시퀀스를 통해 시각적 쾌감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히컵과 투슬리스가 처음으로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은 판타지 영화 사상 길이 남을 환상적인 순간으로, 스케일과 감정을 모두 잡아낸 연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드래곤들의 비행 시퀀스는 더욱 생생한 장면을 담기 위해 IMAX 카메라로 촬영했다. 스릴과 속도감, 생동감을 전하는 것은 물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장대한 상공의 비주얼은 하늘을 부유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들게 한다. 

마치 진짜 드래곤을 타고 공기의 질감, 바람의 저항, 급강하의 중력을 느껴지는 듯한 유사체험이 생생하게 구현된다. CGI 기술과 SFX, 퍼펫 기법(인형 조종)을 결합해 실제 배우들과 디지털 드래곤 사이의 이질감을 최소화해 설득력 있는 감정 교감 장면을 연출했다.

▲'드래곤 길들이기' ⓒ유니버설 픽쳐스
▲'드래곤 길들이기' ⓒ유니버설 픽쳐스

최고의 관전 포인트는 마지막 전투 장면이다. 놀라운 점은 고전적인 판타지 액션 영화에서 '고질라' 시리즈를 보는 듯한 웅장하고 박력 넘치는 괴수 재난물 특유의 스펙터클 액션이 대화면 스크린에 펼쳐진다는 부분이다. 영화 초반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IMAX, 4DX 등 특수관 포맷이 주는 영화적 경험은 중반부와 후반부에 극대화된다. 다만, 아스트리드(니코 파커) 등 히컵의 동료들은 입체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실사 영화로 돌아온 '드래곤 길들이기'는 남녀노소 전 세대가 만족하고 공감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정서를 품고 있다. 판타지 장르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는 세대 벽을 허무는 연대, 믿음과 헌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개봉 전부터 이미 후속편 준비 소식을 전하고 있는 '드래곤 길들이기'는 판타지 영화사에 고전으로 남을만한 완성도와 대중성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드래곤 길들이기' ⓒ유니버설 픽쳐스
▲'드래곤 길들이기' ⓒ유니버설 픽쳐스

 

제목: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

각본/감독: 딘 데블로이스

음악: 존 파웰

출연: 메이슨 테임즈, 제라드 버틀러, 니코 파커, 닉 프로스트, 줄리안 데니슨 외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국내개봉: 2025년 6월 6일

러닝타임: 125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평점: 8.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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