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0.80 포인트(1.69%) 하락한 2,375.00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14.79 포인트(1.89%) 하락한 769.25, 원·달러 환율은 5.00원 하락한 1,352.4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다중노출)

증권사 실적 발목 잡는 ‘PF’ 충당금

지난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 등 순익 3.2조…1년 새 20%↓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과 일부 평가손실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PF 부실이 커지는 만큼 자산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건전성 대응에 나선 것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했다.

충당금 규모는 건전성 분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상에서 추정손실까지 적립 비율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설정된다. 충당금은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향후 손실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계 상 분리해두는 금액이다. 충당금은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법인세 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순이익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국내 9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메리츠·KB·삼성·신한투자·하나·키움증권)들의 지난해 연결 순이익은 총 3조2,4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줄어들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곳은 5곳이다. 이중 하나증권의 순이익 감소가 가장 컸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2,70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 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전년 대비 각각 75.5%와 57.8% 감소한 1,009억원과 2,98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5,900억원과 4,410억원으로, 같은 기간 28.8%와 13.3%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5,974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보다 11.5%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자회사와 해외법인 등을 제외한 별도 기준 순이익은 2,953억원으로 전년보다 28.6% 줄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83.4% 오른 5,564억원을 기록했고, KB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99.16% 오른 3,88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5,48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보다 29.3% 성장했다. 하지만 4분기 들어서 72억원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 지난해 4분기, ‘순손실’까지…결국 ‘충당금’ 

증권가에선 순이익 감소를 두고 부동산 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했던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하나증권은 지난해 충당금 등 전입액으로 1년 전보다 43.5% 확대된 2,126억원을 쌓았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대손상각비(손실처리)로 1,416억원을 인식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4조2,000억원 규모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손실 3,500억원 가량과 1조5,000억원 규모 부동산PF 및 태영건설 관련 충당금 약 1,000억원이 반영되며, 지난해 4분기에 1,598억원의 분기순손실이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간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3,976억원으로, 전년 523억원 대비 660%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약 2,000억원의 충당금과 함께 해외부동산 등 투자자산들의 평가손실로 약 2,500억원의 영업외비용이 발생하면서, 254억원 분기순손실을 나타냈다.

문제는 올해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부동산 부실 관련 충당금 부담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NICE신용평가는 국내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관련 위험 노출도(익스포저)가 8조3,000억원 규모(2023년 9월 말 기준)라고 분석했다. 이 중 4조6,000억원의 해외 부동산펀드에 대해 40%(1조8,000억원)가량 손실 인식을 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부동산 펀드 등에 대해) 손실 인식을 하지 않은 3조6,000억원 가량이 있는데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대손처리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급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동산 개발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 기조에 따라 올해 역시 상황은 녹록치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