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기’보다 ‘잃지 않기’ 택한 투자자들 '안전자산' 주목

[SRT(에스알 타임스) 한시은 기자]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혼란 등 경기 불황과 불확실성이 장기화 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펜데믹 기간 동안 가장 뜨거운 경제 트렌드였던 ‘빛투’와 ‘영끌’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가 됐다. 이제는 위험을 담보한 과감한 투자보다 안전자산에 투자하는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무가 생기지 않는 자산을 뜻하는 안전자산을 통해 ‘멀리, 길게’ 자신의 자산을 부풀리고 보호하는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

증가하는 예적금 잔액…고금리 특판 상품 경쟁

지난 6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2.60%~3.60% 수준이다. 기준금리인 3.50%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치다. 올해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그 역시 시장금리에 반영되므로 정기예금에 대한 수요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가장 안정적인 금융상품으로 꼽히고 있는 은행의 정기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은 이러한 안전 성향의 고객 수요를 반영하해 금리를 높인 특판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 전, 소위 ‘막차’ 고객을 끌어모으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그룹 통합앱 ‘신한 슈퍼SOL 포인트 적금’에 우대금리 3%를 더해 최대 연 5% 금리를 주는 특판 행사를 진행 중이다. 6개월 만기 상품으로 10만좌 한도로 출시됐다. 월 최대 납입한도는 30만원이다. 우대금리는 신한카드 결제계좌 신한은행 지정 시 연 0.5%포인트를, 마이신한포인트 1,000포인트 이상 매달 입금 시 연 0.5%포인트를 제공한다.

하나은행도 예·적금 상품인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과 ‘내맘 적금’ ‘하나의 정기예금’ 상품에 1월 말까지 금리 우대 쿠폰을 제공했다.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은 최고 연 5.0%를 적용하고, ‘내맘 적금’과 ‘하나의 정기예금’은 각각 최고 연 4.8%와 연 3.75% 금리를 제공했다.

우리은행은 연 7% 정기적금인 ‘우리퍼스트 정기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만기는 1년이고 월 최대 납입한도는 50만원이다. 모바일뱅킹 전용상품으로 어려운 조건없이 기본금리 연 4%에 직전 1년간 우리은행 예·적금 가입 이력이 없을 경우 3%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도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작년 12월 말에는 849조2,957억원이었으나, 1월 말 기준으로는 862조6,185억원으로 증가했다. 안전한 정기 예적금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 보호가 우선인 고객들의 경우, 투자보다 정기 예적금에 돈을 묶어 놓는 심리가 커진다”면서 “이런 수요를 반영해 고금리 특판 상품을 은행들이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킹형 EFT·우량주로 몰리는 투자자들

증시 시장도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우량주 중심의 주식 투자나, 초단기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파킹형 ETF’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우량주란 재무건전성이 높은 회사의 주식 종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주식을 뜻한다.

대표적 우량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7일 종가 기준 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경우, 위험 요소가 생기면 매도에 거리낌이 없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최근 들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6일까지 외국인이 사들인 삼성전자의 주식은 5,628억원이다.

초단기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ETF란 증권소에서 거래되는 펀드를 말한다. 특정 주가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ETF의 많은 종류 가운데서도 최근에는 초단기로 자금을 굴리는 파킹형 ETF가 주목받는다.

파킹형 ETF란 주차라는 뜻의 영어단어 ‘파킹’과 ETF를 합친 말이다. 차를 잠시 주차했다 빼는 것처럼 자금의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이다. 파킹통장과 사실상 같은 역할을 하므로 뭉칫돈을 투자해 이자수익을 얻고 바로 나오기 적절하다. 때문에 변동성이 극심한 주식 시장에서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 ‘금’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때 수요가 많아지는 것 중 하나가 ‘금’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경기 불황 시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KRX 순도 99.99% 골드바 1kg 현물의 1g당 가격은 8만7,03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날 기록한 7만5,810원에 비하면 큰 폭으로 오른 수치다. 또한 지난달 31일부터 6일까지의 금 거래량을 보면 기관 투자자 중에서도 금융투자에서 1g당 14만1,489원을 사들였고, 개인도 11만8,206원어치 매수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은 화폐로 쓰던 것이기도 하고, 지폐는 가치가 없으나 금은 본래 갖고 있는 그 자체의 가치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전한 실물자산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 상황일 때 금값이 더 오르는 것은 맞다”면서도 “올해 나타나는 금값 상승은, 앞으로 금리 인하기로 넘어가면 달러 약세 상황이 올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금값 역시 내려가면서 매수 시 매력이 커지는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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