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의 사랑...이와이 슌지·이누도 잇신 감독 덕분”

"김다미, 한예리 배우 매력적...함께 작업해보고 싶어"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아버지의 가슴 시린 성장통을 보여주며 제6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또한 '어느 가족'을 통해 우연히 만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제71회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 외에도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며 일상의 순간을 섬세하게 다루는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아 왔다. 

제76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영화 '괴물'은 일본 최고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와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 음악가 故(고)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세계적인 명장들과 함께 한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공감도 중요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작품을 완성해 냈음을 전했다.

SR타임스는 최근 한국에 내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 NEW 사옥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 현장에서 만나 영화 ‘괴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5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한국에 오셨다.

개봉 시기에 맞춰 오고 싶었지만, 지난해 8월에서 12월 사이 신작 드라마 촬영이 계속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산 국제영화제 시기에 겨우 시간을 내 1박 2일 동안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게 전부였습니다.저 대신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두 주연 배우에게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보냈었습니다. 새해 들어 시간을 낼 수 있게 돼 오게 되었죠. 

솔직히 말해 ‘괴물’이 한국에서 지금까지도 개봉을 이어갈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하고 있었죠. 이렇게 불러주셔서 좋은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Q. 한국 관객을 만난 소감에 대해 듣고 싶다.

관객 여러분이 굉장히 젊으시더군요. 한국 영화 스태프분들도 굉장히 젊어서 에너지가 넘친다고 느꼈었죠. 다른 나라 관객분들과 비교할 수 없이 저에게 선물을 많이 주셨어요. 저의 초상화를 그려주신 분도 계셨는데 부끄럽기도 했고 감사했습니다.

Q. ‘괴물’이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제가 보기에도 이 작품을 보았을 때 지금까지 만들었던 그 어떤 작품보다 스태프 여러분들과 배우분들이 가장 잘해주셨다고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작품에서는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님의 훌륭한 각본이 있었죠. 또 오디션을 통해서 뽑힌 굉장히 훌륭한 두 소년들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렇게 50만 명이라는 관객이 봐주시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제 작품이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실감하고 있습니다. 제가 30년 가까이 계속 이 일을 해오고 있는 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30년 전에는 이와이 슌지 감독님이나 이누도 잇신 감독님께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계셨어요. 그분들이 일본 영화를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상업계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역시 이와이 슌지 감독님의 존재가 매우 컸구나하고 느끼게 됩니다.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Q. 한국에서 협업을 계획하고 계신지 함께 작업한다면 어떤 배우분들을 염두에 두고 계신지 궁금하다.

앞으로 제가 실현되기 원하고 있는 기획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 기획들이 전부 다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그중에는 한국 배우들과 함께 하고 싶은 기획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름을 말씀드리면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함께 했던 송강호, 배두나 배우와도 물론 좋은 관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만나서 인사도 했습니다. 같이 일을 하지 않았지만, 영화제 혹은 시사회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분들도 굉장히 많이 계십니다. 김다미, 한예리 배우를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매력적인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Q. 한국에서 협업하시면서 특별히 느끼시는 부분이 있다면.

브로커를 만들 당시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일단 한국 영화 촬영 환경은 일본보다 굉장히 잘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풍요롭고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또 젊은 스태프분들이 굉장히 씩씩하게 힘을 내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죠. 

폭력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을 했고,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일본이 조금 뒤처져 있지 않았나하고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일본 영화 환경을 좀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요 2년 동안 직접 활동도 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도 했습니다. 한일 양국 간에 서로 배울 점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재 등 더 많은 교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의식적으로 일부러 더 적극적으로 이런 교류를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괴물' ⓒNEW
▲'괴물' ⓒNEW

Q. 영화 속에서 아이 발을 거는 후시미 교장, 정지된 모습으로 지우개를 잡는 미나토의 모습이 굉장히 기묘하게 느껴졌다. 각각의 장면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각본에 그렇게 써 있었습니다. 엄마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는 있는데 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엄마가 느끼는 감정을 관객이 쫓아서 함께 느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님도 똑같이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 때 그것에 대한 이유가 있고 나중에라도 그 이유를 알게 되는 구성으로 만들어져 있죠. 하지만, 우리가 현실 속에서 살면서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일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해 주신 그 두 신이 그런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해답이 존재하지 않아요.

즉, 영화 속의 엄마도 결국은 모르고 끝나는 행동들입니다. 관객분들이 보셨을 때도 알 수 없도록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낸 장면이 아니라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님이 쓰신 것이긴 하지만,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서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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