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각본과는 다른 엔딩으로 완성...다양한 엔딩 버전 고심”

“‘동조 압력’에 고통받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 계속 그려나갈 것”

“처음부터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디어캐슬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디어캐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편에서 이어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입니다.)

Q. 낡은 기차, 터널, 숲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세계를 연상시킨다. 감독님이 의도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 작품에 관해서 회의할 때 한 번도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이 외에도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님과 대화를 할 때도 다른 작품이 화제에 오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언급된 작품이 있다면 거스 밴 샌트 감독님의 ‘엘리펀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작품의 플롯을 받아서 읽었을 때 딱 떠올랐던 것은 일본의 유명한 동화 작가이신 미야자와 겐지 작가의 ‘은하철도의 밤’이라는 작품이 떠올랐어요. 그 작품은 판타지이기도 하고 또 별을 여행하는 기차를 탄 두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그 점에서 영화 ‘괴물’이 ‘은하철도의 밤’과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제가 직접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님께 확인해 볼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각본가님께서 그것을 의식하고 쓰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자기 집과 떨어진 숲속에 있는 기차 안에서 보내는 이 두 소년의 시간은 가장 그들다운 장소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이나 일상 속에서 실현되지 못하는 시간이 그곳에만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동시에 우리들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라쇼몽’이 생각났다는 관객들도 있다.

‘라쇼몽’ 역시 영화를 제작하면서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신 분들이 ‘라쇼몽’에 대해 이야기하리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만든 사람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라쇼몽’은 등장인물 각자가 자신의 주관대로 진실을 다르게 이야기해 나갑니다. 그런 점에서 괴물과는 구조와 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님이 전에 쓴 드라마 중에 ‘콰르텟’이라고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 작품의 경우 1~3화까지는 한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4화부터는 같은 시간대를 다시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각본가님은 이런 구조의 드라마를 여러 편 만드셨습니다. 각본가님이 드라마에서 했던 방식을 영화로 가지고 온 게 아닌가 했던 게 이 작품 시나리오의 첫인상이었습니다. 

Q. 마지막 엔딩 장면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나.

영화 엔딩에 관해서는 처음 각본을 만들기 시작하고 촬영이 시작될 때까지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3년 반 사이에 사카모토 작가님께서 여러 번 각본을 고쳐서 쓰셨죠. 고쳐 쓰실 때마다 매번 엔딩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다양한 엔딩이 존재했었어요.

최종적으로 영화 크랭크인하기 직전에 이걸로 가자고 정해진 엔딩이 있었는데 그것도 지금의 엔딩과는 또 다른 마무리였습니다. 촬영한 뒤 편집할 때 제가 마지막 15분에 대해서는 여러 번 고치고 손질을 했었습니다. 매번 각본가님께 보여드리면서 상의를 했습니다. 엔딩에 관해서는 굉장히 고민이 많이 했어요. 이 둘을 어떤 식으로 어떻게 착지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고민을 한 결과가 지금의 엔딩이죠.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디어캐슬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디어캐슬

Q. 전작에서도 가족, 소외계층을 다뤄왔는데 연출 방향성에 대해 듣고 싶다. 

맞는 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느 가족’을 예로 들어서 말씀을 드리자면 이 형태의 가족을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가 혹은 우리가 가진 가족은 그들보다 더 밀접하고 잘 연결된 가족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식의 방향성으로 연출을 했습니다.

항상 정해진 것처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 부모 자식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을 흔들고 또 그것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이러한 형태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을 만들어서 관객분들께 제안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꼭 그런 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런 영화가 많았다는 생각은 듭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특히나 ‘동조 압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거나 비슷해야 된다라든지 보통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일본은 이러한 것이 굉장히 강한 사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배제하는 구조가 굉장히 강하게 그리고 깊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소수의견, 소수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한국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한국은 새롭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서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길이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살기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이 있고 돌파구를 여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영화로 그 문을 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영화 속에서 그려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Q. 이 영화의 어떤 점이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사로잡았다고 생각하나. 아울러 마지막 엔딩곡을 ‘아쿠아’로 한 이유가 궁금하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부분이라고 하신다면 솔직히 만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관객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아마도 두 주연 배우의 훌륭한 연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쿠아’를 사용한 이유는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요. 이 영화에 음악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사카모토 류이치님의 음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밤에 촬영 장소가 있는 마을에 호수를 보았을 때였습니다. 바로 직감적으로 이 영화에는 그의 음악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죠.

다만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께서 병상에 계셨기 때문에 음악에 대해서 부탁을 드린다고 해도 오케이를 해주실지 확신은 없었습니다. 만약 안 된다고 하시면 이 영화에는 음악을 쓰지 않겠다는 선택지까지도 생각했었습니다. 편집할 때 이미 저는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이 쓰신 기성곡을 영화에 입혀서 작업을 시작했었습니다. 

엔딩에 ‘아쿠아’를 쓴 건 처음부터 결정해 놓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불에서 시작해서 물에서 끝나는 영화임은 각본에 명확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아쿠아’의 의미가 물이기 때문에 엔딩에 어울리는 것은 그 곡뿐이라고 각본 단계부터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쓸 수 있게 허락 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Q. 끝으로 한국 관객분들께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개봉한 지 두 달이나 지났는데 계속 상영되고 있다는 것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는 제가 지난해에 찍었던 드라마를 편집하고 있습니다. 신작 양화는 아마 올해 후반 정도부터 준비해 열심히 찍게 될 것 같습니다. 신작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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