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지난주 한미약품의 최대 주주 변경 이슈로 이 회사의 주가가 요동쳤다.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2일 송영숙 회장과 손주인 김원세 군, 김지우 양 등 3인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744만주를 OCI홀딩스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일 종가 기준 3만8,400원이었던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15일 12.76%(4,900원) 오른 4만3,300원으로 마무리됐으며, 16일엔 29.79%(1만2,900원) 오른 5만6,200원을 기록했다. 19일 종가는 다소 하락한 4만1,000원을 기록했지만 일주일 만에 6.7% 올랐다.
이번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27%를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된다.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도 OCI홀딩스의 지분 10.4%를 취득하며 한미사이언스는 이우현, 임주현 각자 대표 체계가 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상황은 표면적으로 국내 '빅5' 제약사 중 하나인 한미약품 오너가(家)가 다른 회사에 회사(주식)를 파는 것이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한미약품이 그만큼 굳건한 입지를 굳혀온 대체 불가능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고 임성기 회장이 1973년 설립한 한미약품은 1966년 개업해 성병 관련 약품 전문 약국으로 인기를 얻었던 임성기약국이 모태다. 2000년대 초 먹는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개발했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먹는 항진균제인 ‘이트라정’의 개발에 성공했다.
2010년부터 적극적인 R&D 투자로 다수의 기술 수출 성과를 냈으며, 2021년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국내 33번째 신약으로 시판허가를 받았다. 국내 제약산업의 태동을 약 백 년으로 보고 현재 수백 개의 제약사가 있음에도 국산 신약이 30여 개에 불과하다는 점은 그만큼 신약 개발이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렇듯 R&D에 강점을 가진 한미약품이지만 최근 몇 년 간 신약개발의 주역으로 불리던 권세창, 우종수 대표, 김맹섭 연구소장 등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 이는 임성기 회장의 사후 회사의 오너십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OCI로 최대주주가 바뀐 부광약품의 선례도 순탄치 않을 한미약품의 미래를 예견케 한다.
부광약품도 창업주 김동연 회장의 아들 김상훈 전 대표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회사의 주식을 OCI홀딩스에 팔아 2022년 3월 최대주주가 OCI로 변경 됐다. 하지만 이후 부광약품은 R&D를 총괄하던 1964년생 유희원 사장이 최근 물러났고 수십 년 간 회사의 홍보를 담당하던 임원도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년을 1회 연장한 해당 임원은 정년을 재연장하려 했으나 회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실제 부광약품은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정년에 걸리는 다수의 임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다수 제약사의 임원들이 정년을 넘기며 많게는 80세에 가까운 나이까지 현역으로 근무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광약품 임원들의 퇴임은 씁쓸하다.
흔히 제약산업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백세시대를 맞아 제약산업에 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먹고 있거나 또는 먹어야 할 약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젊은 사람들뿐이라면 그 약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약품이 더 이상 R&D에 강점을 가진 제약사로 불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앞으로 최대 주주가 바뀔 한미약품의 이번 계약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