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 더 레드'(왼쪽)와 삼양식품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 ⓒ박현주 기자
▲농심 '신라면 더 레드'(왼쪽)와 삼양식품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 ⓒ박현주 기자

'식(食)·주(酒)'. 음식과 술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은 술을 부르고, 술을 맛있게 먹기 위해 음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관리를 맛있게 먹으면서 하겠다는 헬시플레저가 '食'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과 술과 음료를 혼합해 즐기는 '믹솔로지'는 '酒'의 트렌드다. 유통·주류업계에서는 각각의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제품들을 리뉴얼하거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기자가 맛본 제품의 생생한 체험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농심과 삼양식품의 매운 맛을 한층 강화한 라면을 앞다퉈 시장에 내놓으며 '진검승부'에 나섰다.

농심은 지난 8월 14일 한정판 제품으로 출시한 '신라면 더 레드'를 오는 11월 20일부터 정식 출시한다고 2일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한정 출시 80일 만에 더 레드 라면 1,500만 봉 판매를 넘어섰다"며 "재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12월 중순에는 용기면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삼양식품도 신규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론칭하고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양은 지난 8월 17일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대표하는 신제품으로 '흑후추소고기라면', '마늘조개라면', '청양고추대파라면' 등 맵탱 3종을 내놨다.

특히, '불닭볶음면'의 신화를 이끌어낸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아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이 제품 기획, 네이밍, 디자인, 광고 등 전 과정에 참여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맵탱 제품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300만개를 기록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라면 중 맵기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 'SHU'(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한 수치)가 가장 높은 라면 1위는 염라대왕라면(2만1,000SHU)이며, 2위 틈새라면 극한체험(1만5,000SHU), 3위 불마왕라면(1만4,444SHU), 4위 핵 불닭볶음면 3X 매운맛(1만3,000SHU), 5위 핵 불닭볶음면 미니(mini)·킹뚜껑·도전 불닭비빔면(1만2,000SHU) 등 순이다.

신라면 더 레드의 경우 스코빌 지수가 7,500SHU, 삼양 맵탱 3종은 6,000SHU다. 1만 SHU는 넘지 않는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더 레드는 맛있게 매운맛이라는 기존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청양고추의 양을 늘려 매운맛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소고기와 표고버섯 등 진한 육수의 맛을 내는 재료를 더해 깊고 진한 국물맛을 한층 살렸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맵탱 3종의 매운맛 강도는 같지만 ‘흑후추소고기라면’은 화끈하고 칼칼한 매운맛을, ​'마늘조개라면’은 속이 풀리는 알싸한 매운맛, '청양고추대파라면’은 다양한 채소를 푹 끓여내 만든 깔끔한 매운맛이 특징이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2일 신라면 더 레드와 삼양 맵탱 3종 중 흑후추소고기라면을 시식하며 비교해봤다.

▲조리한 농심 신라면 더 레드(사진 왼쪽)와 삼양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 ⓒ박현주 기자
▲조리한 농심 신라면 더 레드(사진 왼쪽)와 삼양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 ⓒ박현주 기자

◆신라면 더 레드, 맵기 7,500SHU…"딱 맞는 매운 맛"

​신라면의 '신'은 매울 신(辛)이다. 기존 신라면(3,400SHU)보다 약 2배 맵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인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도 맵다. 청양고추의 양을 늘려 매운 맛의 강도를 높였다는 것이 농심 측 설명이다.

먼저 신라면 더 레드의 스프를 끓는 물에 뿌리자마자 스프 냄새가 확 올라왔다. 기존 신라면 보다  퍼지는 스프 냄새가 더 강렬했다.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았다.

스프를 탈탈 털어넣었는데도 면을 한 입 먹어보니 생각보다 맵지 않았다.

건더기를 먹어보니 굉장히 질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 신라면에는  소고기, 버섯 알갱이가 작았지만 더 레드는 훨씬 더 커졌다. 특히, 기자의 주관적인 입맛으론 소고기 건더기 맛의 품질이 좋아진 것으로 느껴졌다.

​국물을 먹어보니 걸쭉하면서 깊게 우려낸 국물 맛이 났다. 후첨양념분말 덕분인 것 같았다. 이 분말은 청양고추, 후추, 마늘, 양파 등으로 구성됐다.

라면을 다 조리한 후, 이 후첨양념분말을 넣어서 잘 저어 먹으라는 설명이 봉지 뒷면에 친절히 적혀있다. 마치 신라면 블랙에 들어있는 후첨분말과 흡사했는데, 진한 국물 맛을 한층 끌어올려줬다.

국물까지 들이키니 그제서야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뒤이어 두피, 뒷목으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콧물도 나왔다. 그렇지만 맵기가 딱 적정하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농심에 따르면 매운 맛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6,000SHU부터 최대 1만SHU까지 범위를 설정하고 단계별로 나눠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으며, 수차례 시식평가를 거친 결과 지나치게 맵지 않으면서 신라면 고유의 감칠맛과 가장 잘 어울리는 스코빌 지수가 7,500SHU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후문이다.

기자가 느끼기에도 너무 매워서 탈 날 것 같지도 않고, 너무 덜 매워서 밍숭맹숭하지도 않은 딱 적정한 매운 맛이었다.

▲ⓒ
▲끓고 있는 신라면 더 레드. ⓒ박현주 기자

 

▲ⓒ
▲끓고 있는 삼양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 ⓒ박현주 기자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화끈함은 부족"

맵탱은 과연 ​'불닭볶음면'의 아성을 깰 수 있을까? 불닭면은 이제 매운 라면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번에 새롭게 론칭된 맵탱의 라면 시식 후, '나에게 맞는 맵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됐다.

맵탱 3종은 '스파이시 펜타곤'(화끈함·칼칼함·깔끔함·알싸함·은은함)이라는 5가지 지표로 매운 맛을 세분화하고, 조합해서 만들어낸 라면이다. 스트레스 해소, 해장 등 각 상황에 적합한 맛을 강조하고 있다.

▲흑후추소고기라면 봉지 표면 우측 하단에 표기된 '스파이시 펜타곤'. ⓒ박현주 기자
▲흑후추소고기라면 봉지 표면 우측 하단에 표기된 '스파이시 펜타곤'. ⓒ박현주 기자

흑후추소고기라면은 ​봉지 앞면 아래에 표기돼있는 스파이시 펜타곤에서 은은함, 화끈함, 칼칼함 지표가 높은 라면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 라면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일단, 끓일 때 채소향 섞인 냄새가 올라왔다.​ 분말을 살펴보면 검정색의 미세한 '흑후추' 알갱이 같아 보이는 것이 들어 있었지만, 후추향이 심하진 않았다.

건더기에 파프리카와 청경채가 들어가서 일까?, 끓였을 때도 신라면 더 레드보다 국물 색, 면 색 모두 맑은 느낌이 들었다.

신라면 더 레드의 경우 마치 면이 국물을 빨아들인 것처럼 면발이 붉게 물드는데 흑후추소고기라면의 면발은 붉기는 덜하지만 더 윤기가 나고 탱글한 느낌이었다.

맛을 보니 혀가 아렸다. 하늘초를 넣어 혀와 목을 자극하는 칼칼한 매운 맛을 완성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 떠올랐다. 그러나 화끈하게 매운 것은 아니었다.

맵탱 브랜드 라면은 불닭면의 '매운 맛' 아성을 깨기 위해 단순히 매운 강도만을 높여 만든 것이 아니라 매운 맛을 세분화해 소비자 맞춤형 전략에 기반한 신제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맛이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