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각 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각 사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양사는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재고까지 늘면서 급기야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나섰다. 반도체 산업은 기업간거래(B2B)로 이뤄지는 부품산업인 만큼 전방산업 수요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양사는 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공정 기술을 통한 제품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D램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와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각기 다른 하반기 추진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선호균 기자] 이재용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와 최태원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하반기 반도체 수요 대응 전략에서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황이 하반기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는 가운데 양사는 반도체 공급량을 조절해 반도체 제품가격 상승 효과 등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파운드리 산업에 집중하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제품 기술력 강화와 원가경쟁력을 높여 공급처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 생태계 조성 강화…파운드리 산업 집중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아우르는 전 과정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파운드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반도체를 양산하는 산업으로 삼성전자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분야다. 

대만 TSMC는 파운드리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기업으로 현재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60.1%)에 올라있다. 2위 삼성전자(12.4%)보다 5배 높다. 파운드리 양산에 있어 공정기술은 수주 규모를 좌우하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6~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2025년까지 2나노공정을, 2027년까지 1.4나노공정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국내 많은 팹리스 기업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CEO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공정에서 제작된 AI 반도체 아톰이 업계 최고 수준의 GPU 성능과 동급 NPU 대비 최대 3.4배 이상 에너지 효율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AI 팹리스 기업인 딥엑스의 김녹원 CEO도 “다양한 엣지와 서버 AI 응용 분야에 적합한 고성능 저전력 AI 반도체 4종(DX-L1, DX-L2, DX-M1, DX-H1)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14나노, 28나노공정을 통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 파운드리 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인공지능(AI) 적용 분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많은 고객사들이 자체 제품과 서비스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B2B 산업 특성상 전방산업 수요와 궤를 같이 한다. 또 AI, 고성능컴퓨팅(HPC), 모바일용 반도체 등 서버, PC, 스마트폰, IT기기, 차량용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로 설계된다. 필요한 반도체 수량도 업황에 맞게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가격도 등락을 거듭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하반기 반도체 제품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말 기준 재고자산이 54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4월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수요 상승에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출하량 감소에 따른 감산효과가 3분기에 본격화할 것이라는 증권가 관측도 나온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시작된 웨이퍼 공급 축소가 3분기 출하량에 영향을 미쳐 감산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계절적 성수기로 인한 수요량 확대에도 3분기 0~5% 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여 감산효과 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D램익스체인지는 반도체 공급사들의 감산 정책에 따라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까지 가격 상승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기술력에 온힘 

SK하이닉스는 주력인 D램과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객사에 12단 적층 HBM3 반도체 샘플을 전달하고 양산 계획에 들어갔다”며 “전송 대역폭 수를 늘려 상용화할 계획에 있고 현재 8단 적응 반도체를 양산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는 달리 파운드리 사업은 8인치 웨이퍼 200㎚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보다는 기존 반도체 생산 기술력을 강화해 좀더 업그레이된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데이터센터용 10나노급 5세대 DDR5 서버용 D램을 개발하고 이를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에 적용해 인증을 받았다. 김종환 SK하이닉스 D램개발담당 부사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1b 양산 등 업계 최고 수준의 D램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부사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최선단 1b 공정을 LPDDR5T, HBM3E로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기업용 SSD용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5월 238단 4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 SK하이닉스는 이를 스마트폰, PC, 데이터센터로 공급 범위를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238 낸드는 이전 세대인 176단보다 생산효율이 34% 높아져 원가경쟁력이 앞서 있다. 데이터 전송 속도도 초당 2.4기가비트(Gb)로 이전 세대보다 50% 빨라졌다. 읽기·쓰기 성능도 20% 개선됐다. 

김점수 SK하이닉스 238단 낸드담당 부사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낸드 기술한계를 돌파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다가올 시장 반등기에 누구보다 크게 턴어라운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반도체가 탑재되는 서버 수요 회복은 더디지만, SK하이닉스 재고자산평가손실 규모는 전분기 대비 축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은 D램과 낸드가 전분기 대비 각각 35%, 44%씩 증가했다”며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 대비 D램이 8% 증가했고, 낸드가 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 연구원은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경쟁사의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주문 증가에 기인한다”며 “D램 평균판매단가가 상승한 것은 DDR5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제품 믹스가 개선된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SK스퀘어, LIG넥스원과 함께 투자법인 ‘TGC스퀘어’을 설립하고 기술력을 보유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선제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1000억원 규모 대규모 투자를 준비중인 SK하이닉스는 일본과 미국 등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기존 시스템반도체 평면 설계(왼쪽)와 삼성전자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 설계. ⓒ삼성전자
▲기존 시스템반도체 평면 설계(왼쪽)와 삼성전자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 설계. ⓒ삼성전자

LG경제연구원 “반도체 기술 주권 확보 중요…정부 지원 필요”

반도체 시장 주요 분석기관인 LG경제연구원은 반도체 기술 주권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가변적이어서 한국은 장비 반입 등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금민 LG경제연구원 반도체부문 연구위원은 “팹리스부터 후공정까지 모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삼성전자”라며 “설계에서 후처리까지 전체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한국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금 연구위원은 "세계에서 국내 팹리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0.7%에서 2023년 1%로 0.3%포인트밖에 증가하지 못한 점은 뼈아픈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 연구위원은 "중국은 팹리스 업계 비중이 세계 3위로 반도체 설계로만 비교하면 한국이 뒤쳐지는 수준"이라며 “한국도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설계 기업이 나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금 연구위원은 “신생 반도체 기업에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이 필요하다”며 “생존하는 기업들은 스케일업 해주고 전체 반도체 생태계가 튼튼해 지도록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 연구위원은 “반도체 업황이 전체적으로 저점을 지났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공급망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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