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대출 증가, 환율 변동성 원인
금리인상기, 은행 조달비용 증가 전망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외부에서 차입한 자금이 5조원 가까이 증가해 26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기업대출이 늘면서 외부 차입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입부채는 기업이 운영자금이나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빌린 돈을 말한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수신 상품을 통해 거둔 예수금을 바탕으로 대출, 어음거래, 증권 인수 등의 업무를 진행하지만 사업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할 경우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차입부채는 총 260조5,2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255조8,738억원)보다 1.8%(4조6,518억원) 증가한 규모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차입부채 증가규모가 가장 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분기 65조2,149억원에서 올해 1분기 68조7,019억원으로 3조4,87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이 1조7,452억원 늘었고, 신한은행이 6,516억원 증가해 뒤를 이었다. 반면 해당기간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9,733억원과 2,587억원 감소해 차이를 나타냈다.
시중은행들의 차입부채 증가는 기업 대출 수요가 많아진 것과 맞닿아 있다.
지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 단가가 오르면서 기업들의 운전자금이 증가했다. 특히 채권 시장 위축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비교시점에 차이가 있지만 조사대상 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총 대출 잔액은 1,428조6,328억원으로 전월 말에 비해 4조4,495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기업대출이 4조1,325억원 늘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체 대출의 대다수가 기업 운전자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외화 차입금이 늘면서 원화 환산액이 커진 것도 전체 차입부채 증가에 영향을 줬다. 은행들의 차입금은 원화와 외화 둘로 나뉘는데, 외화차입금의 경우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자연스레 원화 환산액도 늘어난다.
문제는 조달비용이다. 차입부채의 대다수는 은행채가 차지한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은행채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은행들의 차입부채 규모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지출해야하는 이자도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고정금리의 지표로 삼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28일 4.178%를 기록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지난 4월 중순까진 3.8~3.9%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최근 다시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변동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28일 3.809%를 나타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차입부채 증가는 결국 은행채 발행이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면서 “은행채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은행들 입장에서) 늘어난 조달비용만큼 대출이자에 전가하려고 할 것이기에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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