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3대 투자처인 주식·부동산·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으로 실물경기는 침체 국면이라는 평가가 잇달아 나오는데도 자산시장의 가격이 비관적 전망을 넘어서며 실물과의 괴리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올해 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이라 평가받는 투자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른바 ‘금리정점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자산 시장 위험성을 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침체가 짙어질수록 역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고 시중금리가 떨어진 상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상 기대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 코스피는 2526.71로 마감하며 2500선을 뚫었다. 최근 1년간 줄곧 하락하기만 했던 서울 주택매매 가격은 5월 넷째 주와 6월 마지막 주까지 6주 연속 상승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 화폐 가격도 올 들어 60~80%씩 뛰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코스피는 작년 말보다 12.98% 올랐고, 코스닥은 27.67% 상승했다. 세계 주요국 증시도 비슷한 흐름이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15.03%), 나스닥(31.51%), 일본 닛케이225(25.94%), 유로STOXX50(9.86%) 등도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위험 자산의 극단에 있는 가상 화폐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비트코인은 88.11%, 이더리움은 60.38% 급등했다.

고금리 직격탄을 맞았던 부동산 시장도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서울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 5월 넷째 주 조사에서 상승 전환한 후 지난달 26일까지 6주 연속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도 지난해 5월 첫째 주 이후 60주 만에 하락세에서 벗어나 보합으로 전환했다. 지역에 따라 상승, 하락, 보합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하반기 집값 향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KBS뉴스화면 캡처
ⓒKBS뉴스화면 캡처

◆ 금리 정점 기대감…거품 낀 자산시장?

코로나19 확산시기 풀린 유동성은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자산 가격은 일제히 폭락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져 경기침체를 진단하는 지표가 나올수록 ‘금리 정점론’을 이끌어냈고, 위험자산 투자에 돈이 몰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 대출이 증가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재차 커지고 있다. 주식·부동산시장 등의 회복기대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2,454억원으로 전달(677조6,122억원)보다 6,332억원 증가했다. 대출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11조4,007억원으로 1조7,245억원 불어났다.

또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중단, 국내 수출 증가율 회복, 반도체 등 기업의 이익 개선 등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에 거래대금이 회복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14개월 만에 ‘7만전자’를 돌파했고, SK하이닉스는 이틀 새 11.7%가 급등해 ‘10만 닉스’에 안착했다.

문제는 하반기다. 실물경기는 침체 국면에 빠져있다. 지난 5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4를 기록했다. 작년 8월부터는 기준점인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경기 수축 국면이란 뜻이다. 해당지표는 6개월 뒤 경기 흐름을 내다보기 위해 재고, 건설 수주액, 수출입 물가, 구인·구직 비율, 소비자 심리 등을 따져 산출한다.

실물경기와 자산시장 괴리에 투자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고금리가 계속돼 가계 구매력이 약화되면 소비의 경기 침체 방어가 한계를 보일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경착륙 시작 국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증시만 놓고 보면 인공지능(AI) 관련주나 배터리, 반도체 등 일부 종목을 빼면 나머지는 상승세가 미미하다”면서 “하반기엔 지금 같은 가격 반등이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세적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집값의 경우에도 실물 경기 회복이나 기준금리 변동 등 거시 경제는 물론 주택 거래량과 전세 시장 흐름 등 여러 변수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