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이 지속되면서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신용대출을 함께 보유한 이중채무자는 40%에 육박한다.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차주 입장에선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동안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고정금리’를 선택할까 싶다가도 변동과 고정금리 차이를 알지 못해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다. 주담대 상품의 고정금리는 첫 3~5년 동안 대출 실행 시 금리로 고정되고, 그 이후부터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이다. 반면 변동금리는 대출기간 동안 6개월~1년 주기로 기준금리 변동에 맞춰 대출 금리가 계속 바뀐다. 어떤 기준금리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변동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나의 대출금리 변동 폭이 달라지게 된다. SR타임스가 현명한 금융소비를 위한 ‘빚테크(빚 갚기 재테크)’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7차례 연속 인상하면서 2년 전 ‘제로금리’ 시절 크게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등에 나섰던 차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통화당국의 긴축 기조가 올 상반기 마무리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어 대출이자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7조1,000억원이다. 같은 시기 전 금융권의 변동금리 대출 이용 비중은 74.2%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이 늘어난다.

한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상 지난해 3분기 신규 주담대(은행·비은행) 가운데 신용대출 ‘동시 차입’ 상태인 대출자 비중은 38%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주담대를 받은 사람 100명 중 40명 이상은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썼다는 뜻이다.

ⓒKBS뉴스화면 캡처
ⓒKBS뉴스화면 캡처

◆ “고금리 순으로 상환하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질 수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출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출을 상환하기로 결정했다면) 대출 금리요건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대출 상환 시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내야 하는지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금융권의 대출이 있다면 상대적인 금리가 높기 때문에 가장 먼저 상환해야 한다”면서 “카드사 단기대출,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대출 등은 1금융권 대출에 비해 금리가 훨씬 높은 수준이기에 가장 먼저 변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중은행 대출 중에선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부터 상환하고 담보대출을 나중에 상환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면서 “많은 차주들이 예금담보대출의 변제 시점을 고민하기도 하는데, 예금을 하면서 붙는 이자도 있기 때문에 실질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점에서 가장 마지막에 변제해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선택은…금리인하 시점이 관건

일반적으로 고정금리는 금리가 상승할 때 드는 비용을 은행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변동금리보다 높게 책정되지만, 최근 단기간에 금리가 급등하자 고정금리가 오히려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 상품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 기준, 신한은행의 고정형 전세대출 금리는 연 4.95~5.95%로 변동형(연 5.07~6.07%) 보다 상·하단 모두 0.1%포인트 안팎 낮았고, NH농협은행 전세대출 역시 고정형(연 5.45~6.75%)이 변동형(5.81~7.11) 보다 0.4%포인트가량 낮았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의 경우 2021년 말 1% 정도에 그쳤던 고정형 전세대출 비율(신규 취급 건수 기준)이 1년 만에 75% 가량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 우리은행은 지난 13일부터 4%대 고정금리형 전세대출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5대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에 이어 세 번째다. 최대 4억4,400만원까지 빌려주는 ‘우리전세론’의 경우 2년 만기 상품의 고정금리가 기본 5.14%에 우대금리를 포함할 경우 4.54%까지 떨어진다. 변동금리가 최저 6%(우대금리 포함)인 것과 비교하면 1.39%포인트 차이가 나 변동금리보다 더 싼 금리에 고정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별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시점에 접어들 경우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담대의 경우 고정금리 상품은 3년 혹은 5년 뒤에 변동금리로 전환되는데, 금리하락기엔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에 장기간 대출을 고려할 경우엔 대출 실행 당시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역전현상이 발생했기에) 고정금리가 현시점에선 유리할 수도 있다”면서 “(변수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인데, 현 시점에서) 2년 정도의 대출을 생각 중이라면 고정(5년 뒤 변동금리 적용)이 낫고, 5년 이상 장기 대출을 고려한다면 단기물(변동형)을 택해 추후 금리 하락에 따른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상한형 주담대에 가입해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하면서, 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금리인하요구권이나 정책금융상품을 신청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실거주용 주택 구입을 계획한다면, 소득 제한도 없고 주택가격 6억원 이하, 부부 합산소득 1억원 이하를 충족할 경우 5억원 한도에서 4%대 이자를 부담하는 고정금리 모기지론인 특례보금자리론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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